내가 불편하면 세상이 다 불편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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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창업 아이템을 찾을 때의 원칙으로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서 찾을 것, 그리고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찾을 것. 사실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특정 분야에 종사해 오면서 그 분야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더불어 잘할 수 있는 전문적인 역량까지 갖추고 있다면, 일단 아이템 선택 면에서는 남들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은퇴 후 도전하는 시니어 창업의 경우, 그동안 쌓아 온 경험과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창업을 한다면, 이는 확실한 경쟁 우위 요소가 될 것이다. 반면, 현재의 유행과 추세 등에 이끌려 자신이 잘 모르는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면 성공보다는 실패확률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알다시피 창업은 잘 아는 분야에서 출발해도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확 꽂힌 사업 아이템이 잘 모르는 분야일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때에는 서두르지 말고, 그 분야에 대한 철저한 시장조사와 최소한의 간접 경험을 쌓고 시작하는 것이 정답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나 경험자들의 조언도 반드시 참고하고 미리 공부해야 돌발 상황에 맞설 수 있는 최소한의 방패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누구나 알고 있을 만한 두 가지 원칙 외에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실질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이를 다섯 가지의 유형으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내가 불편하면 남도 불편하다. 앞서도 언급한 와이컴비네이터의 창업자 폴 그레이엄은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최고의 방법이란 자기 자신에게 ‘다른 사람이 나를 위해 무엇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는가?’를 묻는 것이라고 했다.

즉, 창업자 자신이 원하고, 자신이 직접 겪은 문제에서 출발한 아이템일 때 그 서비스의 존재 가치가 가장 높아진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이란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점과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가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해서 수익을 창출하고, 마침내 혁신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자신이 직접 겪은 불편함과 경험에서 출발한다면 사업을 추진하는 동력의 강도가 더 세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성공한 스타트업들 중에는 크건 작건 자신이 겪은 불편에서 창업 아이템을 발전시킨 사례가 정말 많다.

잘 알려진 해외 기업으로는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이다. 우버를 창업한 트래비스 칼라닉은 프랑스 파리의 한 콘퍼런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30분 이상 택시를 기다리다가 사업 아이템을 떠올렸다고 한다. 교통 체증과 부족한 주차 공간, 그리고 콜택시를 불러도 빨리 오지 않는 등의 생활 속 불편함을 캐치해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가 탄생한 것이다. 에어비앤비도 공동 창업자들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내 호텔을 예약하려다 실패한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같은 사례는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즐비하다. 누적가입자 550만 명을 돌파하며 해외여행 필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자리 잡은 트리플. 트리플의 창업자인 최휘영 대표는 50대 초반에 NHN을 퇴직한 후 해외여행을 다니다가 현재의 사업 아이템을 착안했다고 한다.

퇴직 후 그동안 못 다녔던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니 낯선 곳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많았고, 여행지에서의 귀한 시간과 비용을 줄여 줄 수 있는 서비스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고 한다. 결국 여행지에서 느꼈던 이런 불편함은 해외여행 가이드 앱 트리플의 개발과 창업으로 이어졌고, NHN에서 쌓았던 임원으로서의 내공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성공의 발판이 된 것이다.

기술특례제도로 코스닥 상장에도 성공한 스타트업 네오팩트. 뇌졸중 재활치료기기를 개발한 이 회사의 반호영 대표는 과거 뇌졸중으로 아버지와 큰아버지를 떠나보낸 가슴 아픈 개인사가 있다고 한다. 뇌졸중 후유증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그는 여러번의 사업 실패 후에 결심을 하게 된다.

그동안 진짜 하고 싶었고,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로 창업했고, 그 후 게임처럼 재활훈련을 진행할 수 있는 차별화된 재활기기 제품으로 시장의 반향을 이끌어낸다. 스스로가 그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던 아이템을 선택해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으리라.

상장을 앞둔 예비 유니콘 기업 힐세리온도 창업가의 개인경험에서 사업 아이템을 확장시킨 사례다. 병원 의사로 근무하던 류정원 대표는 심정지 상태로 실려 온 만삭의 임산부 환자를 구급차로 이송하면서 의료현장의 절실한 문제를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아기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려면 초음파를 해야 하는데, 휴대할 수 있는 초음파진단기가 없으니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그는 모든 의사가 휴대폰처럼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무선 휴대용 초음파진단기기를 개발했고, 현재 전 세계 40여 개국에 수출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처럼 창업자 본인들에게 잊을 수 없었던 경험과 불편함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사업 아이템이 탄생한 것이다.

창업 1년여 만에 5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이끌며 성장 중인 인공지능 광고 대행 스타트업 아드리엘도 창업자가 겪은 불편함에서 서비스가 시작됐다. 아드리엘 이전에 스타트업을 한 번 창업했던 엄수원 대표는 그 당시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한 광고 마케팅에 있어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전문 광고 대행사를 쓰려면 최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했기에 엄두를 낼 수가 없었고, 더구나 적은 예산으로 광고를 집행하는 스타트업들의 경우 객 단가가 낮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에이전시가 아예 없었다고 한다.

이때 느낀 불편함은 소상공인과 스타트업들을 위한 효율적인 광고 대행 서비스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인공지능이 최적화된 광고를 만들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플랫폼에 동시에 게시될 수 있게 해주는 혁신적인 서비스 모델로 귀결됐다.

펫테크 시장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으로 성장 중인 핏펫도 마찬가지다. 수년째 가족과도 같은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고정욱 대표는 자신의 반려견이 요로결석에 걸려 괴로워했던 경험이 창업의 첫 시초가 됐다고 한다.

반려동물은 아파도 말을 하지 못하기에 그 고통을 미리 알아채기가 쉽지 않고, 증상이 나타난 후에 병원에 가면 치료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이 문제였다. 집에서도 미리 손쉽게 반려동물 건강의 이상 징후를 파악할 수 있다면 이런 문제들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10여 개의 질병 이상 징후를 실시간 진단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소변검사 키트를 개발하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저마다의 경험과 개인적인 불편함을 토대로 창업 아이템을 캐치하고, 이를 경쟁력 있는 제품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발전시켰다는 점일 것이다. 사실 누구나 자신의 일상에서 크건 작건 간의 불편함과 문제점을 느낀다.

그렇기에 창업 아이디어와 아이템은 내 삶과 주변 어디에든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겪었던 경험과 불편함이 모두 성공적인 창업 아이템으로 귀결되는 건 아니다. 누군가는 발견하지만, 누군가는 그저 지나쳐 버린다.

결국 다시 한 번 더 ‘생산적 why’의 필요성으로 귀결된다. 불편함을 느껴도 이에 대한 원인을 질문하고 찾아내는 ‘생산적 why’의 과정이 없다면, 불편은 그저 한때의 유쾌하지 않았던 경험으로 사라져 버릴 뿐이다.

끊임없이 이유를 묻고 통찰하며, 이에 대한 대안을 마구마구 제시해 보는 습관을 지녀야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사업 아이템이 실체화될 수 있지 않을까. 관건은 ‘불편해도 괜찮아’가 아니라 ‘불편함을 바꿔 볼까?’라는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창업을 준비하고, 나만의 창업 아이템을 찾고 있는 분들에게 얘기하고 싶다. 내가 느낀 사소한 불편함을 지나치지 말자! 이제 우리 모두 ‘프로 불편러’로 거듭나야 한다. 내가 불편하면 모두가 불편하다.

 

*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비주얼캠프 박재승 대표
 박재승 비주얼캠프 대표(숭실대학교 겸임교수,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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