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상표출원을 해야 하는 이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투데이] '쿠팡과 와우맘'에 이어 글로벌 대기업인 쿠팡이 중소기업의 상표인 ‘퀵팡’을 빼앗으려 한다는 보도가 추가적으로 이슈가 됐다. 선사용 ‘퀵팡’은 상표출원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2017년부터 사업을 영위 중이었고, 쿠팡이 이를 선점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다. 

와우맘 사건에 이어 퀵팡까지, 쿠팡이 최근 상표확보에 힘쓰는 과정에서 여러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퀵팡 사건에서의 쟁점에 대해 살펴보자. 선출원주의와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에 대한 것이다. 

 

사실관계 확인

사진=보배드림 사이트 갈무리
사진=보배드림 사이트 갈무리

자동차 전문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 쿠팡에 상표를 뺏기게 생겼다며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씨가 2017년부터 ‘퀵팡’이라는 상호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쿠팡이 상표를 먼저 선점하고서 사용중지 내용증명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사진=)
자료=키프리스 홈페이지 갈무리

사실관계는 간단하다. 쿠팡은 2019년 12월 2일 제35류(각종 도소매업, 판매업 등)와 제39류(택배업, 배달업 등)에 ‘퀵팡’이라는 상표를 출원했고 최근 출원공고가 된 바 있다. 

자료=키프리스 홈페이지 갈무리
자료=키프리스 홈페이지 갈무리

선사용 ‘퀵팡’을 먼저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이씨는 쿠팡이 출원한 ‘퀵팡’에 2020년 1월 29일 정보제공을 했다. 2020년 10월 7일 특허청은 쿠팡의 ‘퀵팡’에 선사용 ‘퀵팡’이 특정인의 출처표시로 인식됐다고 하며 의견제출통지서를 제출했으나 쿠팡은 의견서를 제출해 이를 극복한다. 이씨는 2020년 10월 ‘퀵팡’으로 상표출원을 한다. 

특허청이 쿠팡의 ‘퀵팡’에 거절이유가 없다고 하며 출원공고결정을 하자 이씨는 이에 대해 이의신청서를 제출한다.

 

선출원주의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우리나라 산업재산권의 기본전제는 선출원주의다. 먼저 사용한 사람이 아니라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권리를 주겠다는 것이다.

열심히 출원해서 등록을 받아 두고 권리를 행사했는데, 먼저 사용한 사람이 나타나 기존의 권리가 무효화되는 불안정성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미국이 선사용주의로 특허제도를 운영했으나 지금은 개정돼 선출원주의로 전환됐다. 

상표법에서는 상표법 제34조와 제35조에 이미 출원된 상표나 등록된 상표 이후로 상표를 출원하면 거절시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어느 선출원만을 우선시하면 먼저 사용한 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가 될 수 있다. 중국이나 과거 우리나라에서 상표브로커로 인한 문제가 심각한 적이 있었다. 상표브로커는 출원되지 않은 상표라는 것을 노리고 상표를 선점한 후 내용증명이나 소송을 걸어버리거나 상표를 비싼 가격에 판매하곤 한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상표법에서는 선사용주의에 의한 일부 보완을 하고 있다. 상표법 제99조의 선사용권과 상표법 제34조에 규정되어 있는 선사용되어 이미 알려진 상표로 인한 거절사유다. 

 

선사용 상표로 인한 거절이유

상표법 제34조 제1항에는 먼저 사용해 알려진 상표, 성명과 동일유사한 상표는 등록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 먼저 사용해서 주지 저명해진 상표와의 관계를 규정하고 있다. 상당한 정도로 알려져 있어야 하며 알려진 상표와 유사하기만 하면 거절된다.

자료=필자 본인 작성
자료=필자 본인 작성

6호와 11호는 전국의 수요자에게 저명하거나 현저한 인식 정도를 요구한다. 9호와 12호는 수요자들에게 널리 인식되어 있을 정도를 요구한다. 13호는 선사용상표의 인식의 정도는 수요자들에게 인식되기만 하면 되어 인식의 정도는 높지 않으나 출원인이 부정한 목적이 있어야 본 조문이 적용될 수 있다.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3호의 거절이유의 경우 선사용 상표가 수요자들에게 알려지기만 하면 된다. 다만 후출원자가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상표를 출원하였어야 한다. 부정한 목적은 선사용상표가 상표출원되지 않았음을 기화로 진입을 막으려는 등의 목적을 의미한다.

출원된 상표보다 상표를 먼저 사용해 출원 중이라면 정보제공을, 출원공고됐다면 이의신청을, 이미 등록됐다면 무효심판을 제기할 수 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특허청의 판단을 한 번씩 거친 것이기 때문에 거절시키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특허청이 쿠팡에 발송한 의견제출통지서 일부. (자료=키프리스 홈페이지 갈무리)
특허청이 쿠팡에 발송한 의견제출통지서 일부. (자료=키프리스 홈페이지 갈무리)

이씨는 쿠팡의 퀵팡에 정보제공을 했고, 정보제공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특허청의 의견제출통지서를 참고하면 정보제공한 사유는 이중 9호 내지 13호다. 특허청은 일차적으로 12호의 거절이유를 인정했다. 

12호는 널리 인식된 정도를 요구하는데 특허청이 이를 인정했다가 쿠팡의 의견서를 참조해서 다시 거절이유가 없음으로 변경한 것이다. 쿠팡은 선사용된 ‘퀵팡’이 선사용된 점은 인정되나 특정인의 출처표시로 널리 인식되지는 않았다라고 결정을 번복했다. 

 

선사용권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상표법 선사용권은 상표법 제99조에 규정돼 있다. 타인의 등록상표의 출원일 전에 부정경쟁의목적 없이 사용해 수요자에게 인식되어 있을 것을 요구한다(상표법 제99조 제1항 각호). 과거 선사용권은 사용자들에게 현저하게 알려졌을 것을 요구했으나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이유로 2차례에 걸친 개정을 통해 완화됐다. 만약 선사용된 상호라면 상표법 제99조 제2항에 따라 수요자들에게 알려졌을 것을 요구하지도 않고 출원 전부터 사용했다면 선사용권이 인정된다. 

본 사안에서 선사용된 퀵팡은 선사용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아무래도 여론적으로도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쿠팡 측에서 쉽사리 법적 대응을 하기도 쉽지 않다. 

다만, 선사용된 퀵팡은 현재 본인의 상황에서 쿠팡으로부터 법적대응을 받지 않는다 뿐이지 프랜차이즈 확장을 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기는 쉽지 않다. 선사용권이 추가 확장된 업장까지 인정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쿠팡은 이번에도 억울하다?

퀵팡 측은 이의신청으로 잘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퀵팡의 광고비, 매출액 등에 대한 증거자료를 잘 제출한다면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상표를 출원해두었으면 일이 훨씬 쉬었을 것이다. 

브랜드를 개발해서 제대로 사업을 하기 위해 상표출원을 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는 상식이다. 출원을 게을리하고 있다가 뺏기고 나서 내가 먼저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주장은 잘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 보통의 경우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상표를 탈취하려고 상표를 출원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퀵팡은 쿠팡과 한 글자가 겹치는 점에서 되려 선사용된 퀵팡이 쿠팡을 따라 한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되려 쿠팡 측이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자영업자이거나 중소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그 상표를 국가에서 반드시 지켜줘야 하는 것도 아니다. 소중한 브랜드라면 적은 금액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지킬 수 있도록 서둘러 상표출원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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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편집부] news@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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