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정기구독 개척한 '꾸까'의 박춘화 대표
2주에 한번씩 '제철 꽃다발' 알아서 배달
'꽃=남이 주는 선물'이란 공식 깨뜨려
온라인 화훼도매 플랫폼 사업까지 확장
"화훼산업 유통질서 새 방향 제시하고파"
[스타트업투데이] "어릴 적 영화에서나 혹은 해외 마트에서는 꽃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흔했던 것 같아요. 기차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이의 손에는 꽃이 들려 있죠. 집에서 저녁을 먹어도 테이블위에 꽃이 놓여있고요. 그런 삶이 한국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한국에서 꽃은 대부분 선물용이라고 생각하는데, 일상에 꽃이 스며들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요."
국내에 꽃 정기구독 시장을 개척한 플라워테크 스타트업 '꾸까(kukka)'의 박춘화 대표는 창업을 결심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설명했다.
박 대표에게 꽃은 '남'이 사주는 선물이라는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특별한 기념일 사진에만 등장하는 '조연'도 아니다. 2주에 한번씩 그때 가장 아름답고 싱싱한 '제철 꽃다발'이 배달된다. 그에게 꽃은 일상의 활기를 더하는 자연스러운 아이템이다. 식료품이나 생활용품처럼 필요할때마다 주문해서 받을 수도 있다.
꾸까가 하루에 사용하는 꽃은 평균 5만 송이에 달한다. 지난 2014년 창업 이후 국내에서 가장 많은 꽃을 구매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꾸까가 지향하는 '향기로운 삶'에 공감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아졌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꾸까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최근 온라인 도매 플랫폼 비즈니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것. 박 대표는 "화훼산업의 유통질서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다"며 오프라인에만 머물러있던 꽃 도매업자들을 온라인으로 유입하고 있다.
서비스 시작 9개월 만에 3,000여개의 점포가 가입하며 시장의 반응이 벌써부터 뜨겁다. 새벽 꽃시장을 방문해야만 했던 소매점의 번거로움이 크게 줄어든 덕분이다. 이러한 시장의 호응은 꾸까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국내 화훼산업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꾸까의 박춘화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 '꾸까'는 무슨 뜻인가요?
- 꾸까는 제철 꽃다발을 2주마다 원하는 곳으로 보내드리는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메인으로 오랫동안 파편화되어있던 화훼산업을 온라인을 중심으로 혁신하고 있는 플라워테크 스타트업입니다.
kukka는 '꽃'이라는 뜻의 핀란드어를 따서 2014년 창업한 회사입니다. 현재 kukka의 사업부는 크게 3가지예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부는 온라인을 통해 꽃 정기구독과 꽃다발을 판매하는 사업부로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고 기업대상(B2B) 사업부는 기업용 서비스로 20%를 차지하죠. 그리고 오프라인 사업부는 현재 서울의 5개 지점 그리고 오픈 예정인 부산 1개 지점에서 꽃을 소개하는 사업으로 나머지 20%를 차지해요.
▲ 꽃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전혀 없었다고요?
- 저는 공대를 졸업했는데 경영에 관심이 많아서 첫 커리어를 아모레퍼시픽 경영혁신팀에서 시작했어요. 그리고 3년 후인 2011년에는 운이 좋게도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인큐베이터(Incubator)인 독일의 '로켓인터넷'에 합류해 화장품 정기 구독 서비스인 글로시박스(Glossybox)를 창업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스타트업을 남들보다 빠르게 좋은 직장에서 경험했고 화장품을 통해 브랜드와 여성 비즈니스에 대해서 폭넓게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문득 2014년에 로켓인터넷을 나와서 나만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자는 결정을 했어요. 다양한 산업 중에 꽃을 들여다봤는데, 꽃이 너무 예쁨에도 사람들에게 잊힌 재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이고 알만한 대표 브랜드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일상에서 꽃을 즐기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면 재미있는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겠다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꽃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외부 고객의 입장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처음 접했을 때 '신선하다'고 느꼈던 감정이 아직도 남아있어요.
- 사실 2011년에 독일 로켓인터넷에 입사하면서 당시 미국에서도 처음 정기 구독 서비스가 막 시작되고 있는 시점이었어요. 당시에는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도 생소한 시기였으니까요.
운이 좋게도 아시아에서 정기 구독 서비스를 처음 시작해 '화장품 정기구독 서비스'인 글로시박스를 창업하면서 정기구독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다른 사람보다 높았죠. 가장 먼저 이 비즈니스를 시작했으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꽃을 일상화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 쉽지 않았어요. 꽃이라고 하면 선물이 떠올랐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정기구독을 꽃에 적용하면 '난 내가 좋아서 꽃 구독해'라는 메시지가 일상에서도 와닿았거든요. 그래서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죠.
▲ 지금은 꽃 정기구독에 대해 고객들이 많이 인지하고 있지만, 서비스 초기만 해도 반응이 지금과는 달랐을 것 같아요.
- 사실 꽃도 정기구독도 초기에는 매우 낯설었어요. 꽃을 즐기는 사람도 아주 적었지만, 또 정기구독 서비스를 신청해서 받아보는 사람도 아주 적었죠. 꽃과 정기구독을 한 명이라도 경험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몇 년을 해온 것 같아요.
꽃 정기구독이 꽃 관련 잡지가 온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엄청 많았거든요. 이 두 가지가 우리의 삶에 의미가 있고 또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고객들에게 심어드리는 과정이 꽤 오래 걸렸던 거죠.
▲ 고객들 반응이 달라졌다고 생각하게 된 시기가 언제쯤이었나요?
- 사실 굉장히 최근이에요. 보통 데스 밸리라고도 하잖아요. kukka는 초기 브랜딩이 굉장히 좋았던 것 같아요. 우리가 하는 이벤트 하나하나, 새로운 상품 하나하나에 많은 분이 열광해주셨거든요.
그렇게 초기에 많은 고객을 단단하게 빠르게 확보했지만, 그 이후 대중적인 취향을 만들어 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얼리 어답터 그룹을 넘어 대중 고객에게 꽃과 정기구독을 소개하는 마케팅과 관련 캠페인을 2019년부터 진행했고 2020년이 되어서야 많은 분이 꽃을 즐기기 시작했어요.
실제로 소득이 30,000달러가 넘으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비즈니스 중 하나를 꽃으로 보기도 해요. 이렇게 소득이 높아지는 정세와 kukka의 비즈니스 모델이 잘 부합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MZ(밀레니얼+Z)세대, 특히 사회생활을 시작한 M세대들이 kukka를 엄청나게 이용하고 있어요. 점점 Z세대들도 빠르게 유입되고 있어요. 꽃을 즐기는 라이프를 일상적인 라이프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요.
▲ 안국 근처 쇼룸 겸 카페에 방문하면서 꾸까에 대해 알게 됐어요. 커피를 마시면 꽃 한 송이를 선물해주시더라고요. 그게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 졸업식이나 특별한 날이 아니면 꽃을 즐기는 것이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거든요. 그래서 한 번이라도 꽃을 접하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kukka의 생각이었어요. 당장에 돈이 나가더라도, 비교적 친근한 문화가 된 커피를 마시면 꽃 한 송이라도 즐길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지금의 쇼룸이에요. 꽃 한 송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얼마나 큰 여유가 생기는지, 그리고 꽃이 시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인지를 느꼈으면 했어요.
▲ 매일 새벽 꽃시장에서 '가장 적합한 꽃'을 선택하는 기준이 뭔가요?
- 저희가 꽃을 선택하는 기준은 크게 3가지예요. 우선 계절감이죠. 유럽에서는 우리가 제철 과일을 아는 것처럼 제철 꽃을 즐겨요. 우리 꽃 구독하시는 분들에게 꽃으로 계절감을 느끼게 해드리죠.
봄에는 프리지아와 작약을, 여름에는 수국과 다알리아를 메인으로 꽃다발을 디자인해 보내요. 두 번째는 색감이에요. 꽃으로 우리의 삶을 조금이라도 밝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매번 색감을 달리해요. 이번에 민트 계열이었다면 다음에는 레드, 그 다음에는 옐로우 이런 식이죠.
마지막으로는 최대한 다양한 꽃을 즐길 수 있도록 어레인지를 해요. 프랑스에서는 어릴 적부터 꽃 교육을 받아서 꽃에 친숙하거든요. 우리 구독자들이 6개월만 꽃을 받아보더라도 100가지가 넘는 다양한 꽃을 만나볼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매일 구매하는 꽃의 양이 대략 얼마나 되나요.
- kukka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꽃을 구매하는 업체예요. 하루에 만드는 꽃다발의 수만 3,000다발이 넘으니 송이로 따지면 5만 송이의 꽃을 하루에 사용하죠. 그리고 오프라인 쇼룸과 각종 기업 행사에 쓰는 꽃까지 하면 6만 송이 정도를 하루에 사는 것 같아요. 저희 서초동 작업장에 오시면 250평이 되는 공간이 모두 꽃으로 차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죠.
▲ 꾸까를 이용중인 고객 수는요?
- 지금은 하루에 나가는 꽃다발이 3,000다발이 넘으니까요. 꽃 문화를 만들어가는 플라워 브랜드로서도 kukka가 중요하지만 사실 스타트업으로서 성장도 같은 비중만큼 중요하거든요. 최근에는 화훼 산업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고 화훼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많은 수요가 몰리면서 시즌에 따라 다르지만 성수기에는 월 매출이 15억에 육박할 정도로 크고 있어요.
▲ 과거엔 꽃이 근처의 꽃집에서 선택하는 아이템 중 하나로 여겨졌잖아요. 오프라인 사업 위주였던 셈인데 온라인 플랫폼화 하면서 가장 신경쓴 부분은 뭔가요?
- kukka의 역사는 사실 꽃을 어떻게 하면 온라인에서 주문 받아 생산하고 전국 모든 지역에 안전하게 보낼까를 연구하는 과정이었어요. 저희가 시작하기 전에는 꽃을 온라인으로 주문받아 전국으로 보내는 시스템은 전혀 없었거든요. 그렇기에 어떻게 생산해서 어떻게 꽃을 보내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지금은 매월 고객들의 반응 데이터를 바탕으로 품질 개선 회의를 진행하고 있고 실제로 온도와 습도가 변하면 매뉴얼에 따라서 꽃 생산·포장 방식을 바꾸고 있어요. 꽃 박스에 온도·습도계를 동봉해서 데이터를 축적해서 새로운 매뉴얼을 계속 만들기도 하고요. 이런 노력들이 이제 자산으로 쌓였고 화훼 산업을 온라인으로 재편하는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 꾸까가 준비 중인 새로운 비즈니스가 있나요?
- 최근에는 화훼 산업의 유통 질서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온라인 도매 플랫폼 비지니스를 시작했어요. 기존 도매 시장분들이 오프라인에만 머물러있어서 물리적인 거리감을 줄일 수가 없고 또한 꽃 소매점들도 좋은 꽃을 확보하기 위해서 매일 새벽 꽃시장에 방문해야하는 수고로움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kukka는 '피카플라'라는 브랜드를 통해서 기존 소매점 플로리스트가 가장 합리적이고 스마트한 방법으로 꽃을 도매사입할 수 있는 비지니스 모델을 구축했어요.
이제 9개월 정도 지났지만 벌써 3,000개의 점포가 가입을 했고 매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 화훼 산업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고 있는 사업입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도매시장이 꽤 많이 온라인화 되었고 다른 나라들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투데이=김나영 기자] mmm@startuptoda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