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레오 이승우 대표, 외로운 싸움중인 암 투병 소방관 이야기 듣고 창업
폐방화복 활용해 가방, 팔찌 등 다양한 제품 재탄생
"소방관이 우리 구해주듯, 우리도 소방관 구해줘야"
영업이익의 50% 소방관들 위한 기부금으로 전달

119REO의 이승우 대표. (사진=119REO 제공)
119REO의 이승우 대표. (사진=119REO 제공)

[스타트업투데이] '서로를 구하자.' 119REO(119레오)의 사명은 처음 들었을 땐 너무 거창한 것 아닌가 싶지만 창업스토리를 알게 되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119레오는 소방관이 화마로부터 우리 모두를 지켜주듯, 우리도 소방관을 지켜주자는 뜻을 담아 설립된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이승우 대표는 혈관육종암으로 유명을 달리한 고 김범석 소방관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게 됐다. 당시 김범석 소방관의 유족은 수년째 공무상 상해를 인정받기 위해 소송 중이었다. 외롭고도 슬픈 싸움이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소방관들이 마땅히 인정받아야할 권리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채 암이라는 병마와 싸우고 있었다. 

이 대표는 이렇게 냉혹한 현실에 놓인 암 투병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생명을 구하는 데 사용된 폐방화복을 수거해 손으로 하나 하나 해체하고 가방, 팔찌 등으로 재탄생시켰다. 소방관들의 땀과 희생이 깃든 119레오의 제품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기부금 전달을 위한 1년짜리 프로젝트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 업계에서 주목하는 업사이클링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시간이 흘렀지만 이승우 대표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 이 대표는 가장 보람된 순간으로 고 김범석 소방관의 공무상 상해 소송 승소를 꼽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이야기한 가치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인정받기 위해서 하는 일은 아니지만, 유가족분들에게는 공무상 상해로의 인정이 꼭 필요하기에 더욱 간절했고 그것이 이루어져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119레오는 영업이익의 50%를 소방관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고객이 원할 경우 제품 구매때 적립된 포인트를 기부할 수 있다. 기부하는 포인트만큼 119레오가 기부금을 얹는 '1+1방식'을 준비 중이다. 

119레오의 제품들. (사진=119REO 제공)
119레오의 제품들. (사진=119REO 제공)
(사진=119REO 제공)
119레오의 제품들. (사진=119REO 제공)

▲ 119레오, 기업명에서부터 소방관에 대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 119REO는 'Rescue Each Other'로 서로가 서로를 구한다는 의미입니다. 소방관님들이 우리를 구해주듯 우리도 함께 소방관님들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119레오는 2016년 고 김범석 소방관과 암 투병 소방관들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됐습니다. 소방관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을 찾던 중 매년 방화복이 폐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소방관들을 구했던 옷이라면 우리의 마음도 잘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 방화복 업사이클링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119레오의 제품들. (사진=119REO 제공)
119레오의 제품들. (사진=119REO 제공)
119레오의 제품들. (사진=119REO 제공)
119레오의 제품들. (사진=119REO 제공)

▲ 쓰임을 다한 폐방화복을 업사이클링하는 과정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 119레오 제품 탄생의 여정은 소방서로부터 불용 심의가 완료된 방화복을 수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수거된 방화복은 세탁을 위해 지역 자활센터 세탁 작업장으로 모여서 세탁을 하게 됩니다.

화재 현장의 그을음과 생명을 구한 잔재들을 걷어내면 방화복에는 생명을 구한 기억이 담긴 일부 흔적을 남기고 깔끔하게 세탁이 완료됩니다. 세탁이 완료된 방화복은 지역 자활센터 임가공 작업장으로 이동됩니다.

방화복에 붙은 주머니부터 리플렉터, 지퍼 및 기타 부속품과 박음질을 하나하나 분해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원단의 형태로 펼쳐 줍니다. 이 과정이 완료되면 디자인에 맞게 자르고 이어 붙여 제품을 완성합니다.

지역 자활센터와 협력을 통해 지역 내 취약계층 일자리를 만드는 일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안전을 지켜준 고마운 소방 안전 장비가 지역의 폐기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폐방화복을 소재로 쓰면 어떤 장점이 있나요?
- 생명을 구한 가치가 담긴 유니크한 패션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주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방화복은 아라미드라는 섬유로 제작됐습니다. 아라미드는 매우 튼튼한 소재로 철의 20배 강도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사진=119REO 제공)
폐방화복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소셜 벤처 119레오의 임직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119REO 제공)

▲ 재가공 비용이, 원단을 새로구입해 만드는 것보다 10배 정도 비싸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유가 뭔가요?

- 제작 과정이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수거 후 세탁, 분해 과정이 끝나면 이때부터 가방을 만들 수 있는 원단의 형태가 됩니다. 일반 원단의 경우 균일하게 롤로 있다 보니 바로 잘라 제품을 제작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해된 방화복은 각각의 크기와 색감 등을 파악하고 맞추어 잘라 제작해야 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모든 과정에 정성을 쏟지 않으면 단 하나의 제품도 나올 수 없습니다.

 

▲119레오는 착한 기업이에요. 하지만 소비자들이 착한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속적인 구매를 하지는 않잖아요. 

- 맞아요. 그래서 가장 중점에 둔 부분 중 하나가 디자인 인력 보강이에요. 또 다양한 브랜드와 지속적으로 콜라보하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특히 이번에 Z플립3와 브랜드 콜라보를 통해 Z플립 가방과 폰 꾸미기 키트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119레오의 제품들. (사진=119REO 제공)
119레오의 제품들. (사진=119REO 제공)

▲ 와펜, 백, 키링, 팔찌 등을 제품화하고 있는데, 가장 반응이 좋은 제품은 뭔가요? 

- 119REO의 대표 상품을 꼽으라면 가방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팔찌가 반응이 좋습니다. 가방의 경우 백팩과 슬링백 제품이 가장 인기있는 모델입니다. 팔찌는 카라비너 가 대표 상품이에요. 최근 서지컬 스틸로 제작되어 땀이나 물이 묻어도 변색되지 않는 덕분에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고 있어요. 

(사진=119REO 제공)
119레오는 영업이익의 50%를 소방관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사진=119REO 제공)

▲ 119레오 창업 이후 가장 뿌듯한 순간으로 고 김범석 소방관님의 공무상 상해 소송 승소를 꼽았어요. 또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요? 

- 제품을 받아보시고 소방관님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셨다는 제품 리뷰를 보면서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나요. 초기에는 현장의 흔적들을 제품에 잘 녹이지 못하다 보니 실망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디자인으로 잘 녹여내자 현장의 흔적을 멋과 감동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더 멋진 디자인과 제품을 많이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소방관들을 위한 누적 기부금액이 총 5천만 원 정도라고요.

- 영업이익의 50%를 기부하고 있습니다. 내년도부터는 제품 구매 시 포인트를 제공하고 이 포인트를 사용하거나 기부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특히 기부를 선택할 때에는 1+1을 적용해 더 많은 금액이 기부될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물론 이 과정 이후에도 영업이익의 50% 기부는 지속해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사진=119REO 제공)
119레오는 지난 2019년 국회에서 소방관을 위한 전시회를 개최했다. (사진=119REO 제공)

▲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통해 고객들과 접점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어요. 
- 119REO의 제품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보니 감동적이다”라는 피드백이 매우 많은데요. 이러한 점에서 더 많은 팝업을 통해 지속해서 많은 분을 만나려고 하고 있습니다.

119REO의 제품 하나하나는 모두 손이 많이 가고 정성이 많이 필요한데요. 이러한 정성을 오프라인 공간에서 더욱 많이 인정해 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더불어 내년도에는 고정적인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하고 추가적인 팝업 공간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스타트업투데이=김나영 기자] mmm@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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