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짜임 가구 조립법 현대적으로 재해석
CNC 커팅 기법으로 목재 낭비 최소화
온라인 전시회 진행도

'커파 하우스' 박승규 대표. (사진=커파 하우스 제공)
'커파 하우스' 박승규 대표. (사진=커파 하우스 제공)

[스타트업투데이]  커파 하우스 박승규 대표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 버려진 폐가구들이 쌓인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버려진 가구들은 보통 회수가 힘들고, 가구에 박힌 나사나 묻어있는 접착제 때문에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목재의 90%를 수입해 오는데 가구를 제작할 때 60% 정도의 목재가 깎여 나가고 버려지게 됩니다. 만들어진 가구도 라이프 사이클이 끝나면 재활용이 돼야 하는데, 나사와 접착제 때문에 재활용이 못 되고 버려지거나 태워지고 있죠.”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에 박 대표는 2019년 7월, 커파 하우스를 설립하게 됐다. 커파 하우스는 목재의 80~90%까지 활용할 수 있는 디자인과 구조를 가진 가구를 선보이고 있다.

 

전통 짜임 기법의 재해석

'커파 하우스’는 ‘나의 시선에 맞춘 나만의 가구’라는 뜻으로, 전통 짜임 가구 조립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독창적인 조립 구조를 이용해 가구를 만든다.

박 대표는 영국 코번트리 대학교에서 제품 디자인과를 졸업했다. 다양한 전시에 참여하고 ‘청년 혁신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2018’ 대상 등 여러 상을 받았다. 2019년에는 월간 디자인 주최 ‘2019 영 디자이너’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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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짜임 가구 조립법을 재해석한 조립 구조를 개발했다. (사진=커파 하우스 제공)

커파 하우스는 나사와 접착제, 드라이버나 드릴 없이 쉽게 조립과 분해가 가능하도록 조립 방식을 개발했다. 모든 제품은 블록 식으로 끼워 조립하는 무 공구 조립 가구다. 슬라이드&홀드(Slide&Hold) 방식으로 튼튼하면서도 결합 부분의 노출 없이 심플하고 깔끔한 외관이 특징이다.

“기존 조립 가구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손도 아프고 번거롭죠. 파트 하나당 보통 4개의 볼트가 들어가는데, 그럼 가구 하나당 몇 개의 볼트를 조여야 하는 걸까요? 저희 가구는 고무망치로 쉽게 조립이 가능합니다. 분해도 간단하기 때문에 보관하기도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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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스툴' 3d 렌더링 사진. (사진=커파 하우스 제공)

 

제작 과정부터 유통까지 환경을 생각하다

커파 하우스의 가구에는 E0 등급의 친환경 소재인 컬러 에코 보드와 나왕 합판이 사용된다. 컬러  에코 보드는 외부에 색을 칠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표면과 내부 색이 균일하여 색이 벗겨지지 않는다. 나왕 합판은 특유의 색감과 촉감으로 빈티지한 느낌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된다. 깔끔함, 모던함보다는 따뜻하고 고즈넉한 감성으로 연출하기 좋다.

“현재 친환경 컬러 보드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업체는 포르투갈과 독일, 한국의 포레스코 3곳뿐입니다. 저희는 국내 기업인 프레스코가 생산한 컬러 보드를 사용하는데,  웬만한 원목보다 고가를 자랑하는 고급 소재라고 할 수 있죠.”

컬러 에코 보드. (사진=커파 하우스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친환경 컬러 에코 보드. (사진=커파 하우스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나왕 합판. (사진=커파 하우스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빈티지한 느낌의 나왕 합판. (사진=커파 하우스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커파 하우스는 0.01밀리미터(mm) 단위까지 계산한 도면을 판재에 그린 후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 커팅 방법으로 가구를 제작한다. CNC 커팅이란 도면을 따라 컴퓨터가 판을 잘라주는 커팅 방식으로, 판재를 빠르고 정확하게 원하는 모양으로 재단해 가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평균 40%만 사용하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90% 이상의 판재를 사용할 수 있어 폐기되고 낭비되는 목재를 최소화할 수 있다. 기존의 긴 가구 생산 공정이 생략돼 생산이 빠르고 경제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이는 커파 하우스가 스타트업임에도 다품종 대량생산이 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판으로 된 소재면 모두 적용 가능한 제작법이기 때문에 코르크, 아크릴 등 다양한 소재에 활용할 수 있다. 커파 하우스는 추후 가구뿐만 아니라 생활 인테리어 소품, 조명 등 여러 제품에 적용, 생산할 예정이다.

나아가 박 대표는 제작 과정뿐만 아니라 유통까지 환경을 고려한다고 전했다. 판재를 자르고 도장을 한 후, 포장해 배송하면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생산 구조를 택했다. 이렇게 납작하게 포장을 하면 적재 과정이나 운송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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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가구 제작 시 CNC커팅 기법을 사용한다. (사진=커파하우스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4회에 걸친 전시 프로젝트

커파 하우스는 온라인 전시회를 통해 제품을 선보이고, 예술가들의 작품과 전시회에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커파 하우스는 여태까지 '알파', '하운드', '비틀', '한글'을 주제로 총 4회의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박 대표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들의 감성과 현대적인 면모를 전달하고자 한다.

“저희는 다양한 물건, 문화, 관념에서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관점과 메시지를 매일 마주하고 함께 살아가는 가구를 통해 표현합니다.”

첫 번째 전시 '알파'의 'A stool'. (사진=커파 하우스 제공)
첫 번째 전시 프로젝트 '알파'의 'A 스툴'. (사진=커파 하우스 제공)
(사진=커파 하우스 제공)
두 번째 전시 프로젝트 '하운드'의 '하운드 체어'. (사진=커파 하우스 제공)
(사진=커파 하우스 제공)
두 번째 전시 프로젝트 '하운드'의 '하운드 스텝 스툴'. (사진=커파 하우스 제공)
세 번째 전시 프로젝트 '비틀'의 '비틀 체어'와 '비틀 벤치'. (사진=커파 하우스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세 번째 전시 프로젝트 '비틀'의 '비틀 체어'와 '비틀 벤치'. (사진=커파 하우스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세 번째 전시 프로젝트 '비틀'의 '비틀 체어'와 '비틀 스툴'. (사진=커파 하우스 제공)
세 번째 전시 프로젝트 '비틀'의 '비틀 체어'와 '비틀 스툴'. (사진=커파 하우스 제공)

가장 최근 프로젝트는 제575년 한글날을 기념하며 진행됐다. 박 대표는 매년 한글날이면 한글을 다른 글자들과 비교해가며 우열을 가리는 기사들과 영상들이 조금씩 부담스럽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한글은 그 자체로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이지, 한글을 통해서 그 어떤 우월감을 느끼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한글 자체의 아름다움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과 함께 새로운 방법으로 한글 가구를 제작했습니다. 한글을 어떻게 가구에 녹여낼지 고민이 많았죠. 한글은 이미 조형적으로 균형 있게 구성된 형태라 변형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형태를 그대로 써버리면 기존 일반 가구와 다를 게 없어집니다.”

커파 하우스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한글 하나하나 구조에 맞는 조립 방법을 개발했다. 한글 서체의 윤곽에 집중해 디자인을 발전시켰고, 민화·전통 문양과 현대적인 요소의 믹스 매치를 통해 제품을 완성했다.

‘궁서 체어’는 측면 실루엣이 한글 자음 ‘ㄴ’ 형상을 띄며, 세로획과 가로획의 시각적 무게를 균형적으로 맞춰 제작됐다. 박 대표는 붓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궁서체를 모본으로 디자인했다고 전했다.

'ㅇ'의 모양이 도드라져 보이기 위해 상판에 틈을 주어 두 개의 파츠로 제작된 ‘궁서 테이블’은 궁 소반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제품이다.

그 외에도 안도의 한숨과 휴식을 뜻하는 ‘휴’의 모양을 모티브로 제작된 ‘휴 인센스 홀더’ , 아티스트 방상호와 협업한 ‘돈방석’이 있다.

네 번째 전시 프로젝트의 주제는 '한글'이다. (사진=커파 하우스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네 번째 전시 프로젝트의 주제는 '한글'이다. (사진=커파 하우스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궁서 체어. (사진=커파 하우스 제공)
궁서 체어. (사진=커파 하우스 제공)
궁서 테이블. (사진=커하 파우스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궁서 테이블. (사진=커하 파우스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휴 인센스 홀더. (사진=커파 하우스 제공)
휴 인센스 홀더. (사진=커파 하우스 제공)
돈방석. (사진=커파 하우스 제공)
돈방석. (사진=커파 하우스 제공)

 

"예술과 가구의 만남 선보이고파"

그렇다면 커파 하우스가 지향하는 바는 무엇일까? 박 대표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한 '가구 형태의 오브제'를 통해 ‘예술과 가구의 만남’을 보여주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친환경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폐기되는 목재를 최소화하는 등 재료부터 공정 과정까지 친환경에 대해 꾸준히 고려하고 있으며, 환경 문제에 대한 실천과 노력을 하는 것이 커파 하우스의 철학이라는 것.

“상상으로 생각하고 컴퓨터 모니터로 보았던 제품이 실제로 세상에 나왔을 때가 가장 인상적이죠. 저희의 제품을 알아봐 주시고, 또 구매해주시면서 제품의 스토리에 대해 공감을 해주시는 모습을 보고 뿌듯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사진=커파 하우스 제공)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사진=커파 하우스 제공)

커파 하우스는 와디즈에서 5회에 걸친 펀딩을 진행했으며,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도 참가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카페와 공간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또한, 라이프스타일 셀렉트샵 '게이즈샵'에도 입점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제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커파 하우스는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의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여러 디자이너,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신선한 제품과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싶다고 전했다. 나아가 커파 하우스의 목표는 유럽 진출이라고 덧붙였다.

"해외에 진출해 브랜드를 키우고, 더 많은 디자이너를 영입해 다양한 제품을 시도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의 본고장인 유럽에 진출해 제품을 인정받고 싶습니다."

커파 하우스의 목표는 유럽 진출이다. (사진=커파 하우스 제공)
커파 하우스의 목표는 유럽 진출이다. (사진=커파 하우스 제공)

[스타트업투데이=신서경 기자] sk@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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