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의 감칠맛과 핫소스의 편의성 융합
14개월 간 집에서 소스 비율 연구
한국의 전통 장류 현대화 목표

고추장과 하바네로 고추 발효액을 배합해 만든 '죙' 핫소스. (사진=해처리 제공)
고추장과 하바네로 고추 발효액을 배합해 만든 '죙' 핫소스. (사진=해처리 제공)

[스타트업투데이] “저는 매운맛이 주는 짜릿함과 고통을 즐기는 매운맛 덕후, 일명 ‘맵덕’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핫소스가 시고 짜게 느껴지기 시작했죠. 자연스레 ‘매우면서도 인공적인 맛이 나지 않는 핫소스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해처리(Hatchery)는 한국의 전통 장류를 MZ세대의 입맛에 맞춰 현대화시키고, 사용성을 개선한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해처리라는 이름에는 좋은 아이디어들을 부화(Hatch)시킨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다은 대표는 작년 11월, 고추장을 비롯한 한국의 우수한 발효 장류를 세계인들의 식탁에 올리겠다는 포부로 해처리를 설립했다. 이 대표는 이전에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후 주식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증권리서치 업무에 시달린 후 집에 오면 늘 매운 음식을 찾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시중에 있는 매운 소스가 인공적인 캡사이신 맛이 많이 나서 질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날 속이 아프기도 했고요. 그렇게 ‘매우면서도 속이 아프지 않은 소스’를 직접 만들기 위해 친동생과 함께 공동 창업을 했습니다. 동생은 현재 졸업을 앞둔 연세대 공대생입니다.”

한국인 입맛에 맞는 핫소스를 만들기까지

고추장은 달라붙는 묵직한 식감이라 핫소스처럼 뿌려 먹기 어렵다. (사진=죙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고추장은 달라붙는 묵직한 식감이라 핫소스처럼 뿌려 먹기 어렵다. (사진=죙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외국 핫소스는 보통 고추를 소금 용액에 오랫동안 삭혀서 감칠맛을 확보한다. 이 대표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고추장을 활용했다. 그녀는 청양고추와 수십 가지 재료를 발효해보는 등 집에서 소스를 만들면서 원하는 맛을 찾기 위한 개발을 시작했다. 

“고추장은 감칠맛은 좋지만 묵직하고 달라붙는 식감이라 핫소스처럼 가볍게 뿌려 먹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저는 가벼우면서도 감칠맛은 살리고, 여러 음식과 잘 어울리는 매운 소스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집에서 청양고추를 씻고, 썰고, 끓이면서 14개월 정도 실험을 했죠. 지인들에게 여러 차례 시식과 피드백까지 거친 후 고추장과 하바네로의 황금 비율을 찾아내 ‘죙’ 핫소스를 출시했습니다.”

 

양식과 한식을 어우르는 범용성을 가졌다. (사진=해처리 제공)
양식과 한식을 어우르는 범용성을 가졌다. (사진=해처리 제공)
양식과 한식을 어우르는 범용성을 가졌다. (사진=해처리 제공)
양식과 한식을 어우르는 범용성을 가졌다. (사진=해처리 제공)

‘죙’ 핫소스는 고추장과 발효 하바네로를 주원료로 한 핫소스다. 하바네로 고추는 중국 고추의 한 품종으로 스코빌 척도가 10~30만에 이른다. 청양고추의 스코빌 척도는 1~3만이다. 이 대표는 하바네로 발효액이 첨가된 만큼 강렬한 자극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그 외에도 당근과 표고버섯, 다시마 추출액 등이 들어갑니다. 인공 캡사이신과 보존료는 들어가지 않아 깔끔하고 건강한 매운맛을 내죠. 또한, 타사 대비 낮은 당분, 칼로리, 나트륨 함량이 특징입니다."

이 대표는 죙 핫소스를 피자 등의 양식부터 고기, 튀김, 한식까지 감칠맛이 부족한 곳 어디에나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마요네즈와 섞어서 딥핑 소스로 사용해도 되고, 국수와 비벼서 비빔면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죙 핫소스는 한마디로 고추장과 외국식 핫소스의 하이브리드라고 소개했다.

“감각적인 제품으로 한국음식 세계에 널리 알리고파”

미국 및 동남아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다. (사진=죙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미국 및 동남아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다. (사진=죙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이 대표는 여러 문화적 체험을 한 MZ세대의 관점에서 전통 한식을 재해석하는 요식업 선두주자를 꿈꾼다. 그녀는 한국 전통의 것을 다양한 해외 경험을 가진, 젊은 창업자들의 관점에서 해석한 유니크한 브랜딩이 해처리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꼽았다.

“귀감이 되는 스타트업은 정말 많지만, 단기간 내에 큰 성과를 일으킨 '트러프(Truff)'와 한 가지 제품으로 확장성과 사업을 일궈낸 '스리라차(Sriracha)' 등을 롤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죙 핫소스는 올해 5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목표대비 약 4,200%의 펀딩액 모금으로 펀딩을 마친 후, 카카오메이커스, 마켓컬리, 갤러리아 식품관, 컨비니 등 다양한 유통 채널에 입점했다. 이 대표는 죙 핫소스의 소비자 중 건강이나 클린 이팅(clean eating)에 관심이  많은 2030 여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해처리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 음식을 최대한 많은 세계인의 식탁에 올려놓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대표는 죙 핫소스를 시작으로, 궁극적으로 다양한 한국 음식을 재밌고 건강하게 브랜딩해 제품으로 출시하고 싶다고 전했다. 

“죙 핫소스 외에도 해외 시장의 입맛을 적중하면서 확장성이 큰 제품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향후 신제품 출시와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큰 핫소스 시장인 미국 시장 진출 및 아마존 입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현재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시장인 동남아 및 싱가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중장기적인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스타트업투데이=신서경 기자] sk@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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