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강점 기반으로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
기술기업 창업 강세…조 단위 유니콘 기업 증가 추세
[스타트업투데이] 세계 주요국들이 앞다퉈 스타트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 세계 각국의 ‘스타트업’은 어떤 모습일까. 글로벌 스타트업 경제 생태계 상황을 조명했다.
미국, 지난해 자산가치 1조 2,000억 원 넘는 스타트업 900개 넘어
최대 경제대국 미국의 스타트업 사정은 광란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15년까지만 해도 자산가치 10억 달러(약 1조1,907억 원)을 넘는 스타트업은 불과 80개가량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 스타트업 기업은 900개를 훌쩍 넘었다.
미국 스타트업 시장의 뜨거운 열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달 디지털 화이트보드회사인 미로(Miro)사가 177억 5,000만 달러(약 21조 1,320억원), 현금지불처리회사 체크아웃닷컴(Checkout.com)사가 400억 달러(약 47조 6,400억 원), NFT 거래 플랫폼인 오픈시(OpenSea)사가 133억 달러(약 15조 8,403억 원)의 투자 유치를 달성하는 등 조 단위의 가치를 인정받는 스타트업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투자자를 찾으려 애썼던 스타트업의 상황은 완전히 바꼈다. 지금은 투자자가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들을 찾으러 다니는 실정이다. 기업가 겸 투자자인 필 리빈은 “스타트업들이 예전에 5년 걸리던 성장을 1년 만에 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통계업체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스타트업 기업들의 투자 금액은 3,300억 달러(약 393조 원)에 달한다. 2020년 1,670억 달러(약 199조 원)에 비해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한 해 동안 자산가치가 10억 달러를 넘은 기술기업들 숫자가 대폭 늘었다. 지난 5년 간의 수를 합한 것보다 많다.
글로벌 스타트업 정보 플랫폼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초기 스타트업의 주투자금 모집으로 마련된 금액의 중간수치가 30% 이상 증가했다. 스타트업의 상장이나 매각으로 실현된 이익은 7,740억 달러(약 922조 원)으로 증가율이 전년의 3배에 가깝다.
뉴욕타임즈는 미국의 투자열기가 팬데믹으로 인한 식품배달, 원격근로 소프트웨어, 통신 건강서비스 등에 대한 높아진 관심과 더불어 기술기업들이 최근 10여 년 동안 주식시장을 주도해온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이어질 금리 인상과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주가 하락으로 현 스타트업 투자 열기에 대한 거품 우려 제기도 나온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일시적으로 그 열기가 식는다고 해도 전체적인 전망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동남아 스타트업 시장의 ‘떠오르는 별’로 부상한 베트남
베트남 스타트업 시장은 올해 동남아 세번째 규모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베트남 매체 베트남플러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베트남의 스타트업 시장은 `떠오르는 별`이며 올해 동남아에서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 이은 세번째 규모로 큰 시장으로 부상하며 벤처자금 유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베트남 스타트업들은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개발에서 눈에 띄는 진전을 보여 국내·외 투자자들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스타트업 기업들의 투자유치 총액은 전년(2020년)보다 400% 증가한 13억 달러(한화 1조 5,567억 5,000만 원)를 넘어섰다.
프랑스, 해외기업 선호 투자처 부상… 2년 연속 유럽 1위
프랑스는 유럽 국가들 중 해외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일 코트라 프랑스 파리무역관의 '프랑스, 해외투자 유치 정책 성과 발표'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는 2년 연속 해외 기업이 연구·개발(R&D) 투자를 선호하는 유럽 국가 1위로 선정됐다. 해외투자 유치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마크롱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프랑스를 유럽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국가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정하고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또 기업 활동이 어려운 나라라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복잡하고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축소하고 법인세 인하 등 다양한 세제 혜택을 제공했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방안도 지속해서 모색했다. 해외 기업의 프랑스 진출을 지원하는 창구를 일원화했고, 영어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해외 우수 인력 유입을 용이하게 했다. 또 기업의 고용과 투자를 방해하는 규제를 대폭 완화해주는 '프랑스 기업 성장 및 전환을 위한 행동계획법(Loi PACTE)' 등의 제도적 개혁도 진행했다.
이와 함께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추즈 프랑스 서밋(Choose France Summit)' 투자 행사를 열고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기업들을 설득했다. 엘리제궁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2020년 프랑스는 5,300여 개 해외 기업의 투자 프로젝트를 이끌어 냈다. 이를 통해 14만 개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됐다.
싱가포르, 스타트업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속도 가파라
동남아 시장의 금융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해온 싱가포르는 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인 유니콘이 약 15개로 스타트업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19년 기업환경평가’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적으로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 싱가포르는 글로벌 핀테크 스타트업의 허브로 꼽힌다.
리츠 시장 규모가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국가로 부동산 산업도 발달해 최근에는 국내 대표 프롭테크 스타트업들이 앞다퉈 싱가포르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 인구 6억 명의 거대 시장인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로도 활용할 수 있어, 프롭테크(Prop Tech)에게는 완벽한 ‘테스트베드(Test Bed)’라는 평가다.
에듀테크 바탕으로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한 영국
영국은 전통적으로 금융과 교육 강국으로 이를 핀테크, 에듀테크로 연계해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 강국으로 우뚝 섰다.
영국 스타트업 업계에서 가장 활성화된 창업은 핀테크 분야로, 2020년 기준 전체 투자액 101억 파운드 중 40억 파운드를 차지했다. 유럽 핀테크 분야의 유니콘 기업 전체 중 44%가 영국 기업으로, 영국이 배출한 전체 유니콘 기업 중 40% 역시 핀테크 기업이다.
영국은 유럽에서 에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유치가 가장 활발한 국가이기도 하다. 그 외 헬스테크, 애그리테크(Agritech), 클린테크(Cleantech) 등이 있으며, 주로 인공지능, 머신러닝, 블록체인, 로봇, 드론,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다.
외국인 창업을 위한 2년 기한의 '스타트업 비자(Start-up Visa)' 및 우수 기술 인력들을 위한 5년 기한의 '테크네이션 비자(TechNation Visa)'를 신설해 적극적인 인재 유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 밖에도 기술 상업화를 위해 기관의 펀딩, 해외 유망 기업 발굴, 규제 혁신, 낮은 법인세(19%) 도입 등을 입체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분야별로 기술 상업화 기관을 둠으로써 연구 결과, 새로운 기술, 아이디어가 상업화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 위해 더 다양하고 개방적인 지원 이뤄져야
그간 우리나라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 성장을 이뤄왔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벤처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경제 생태계의 균형을 갖춰가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영향력은 만만치 않다. 이미 세계적으로 관심 받는 국내 스타트업 기업도 적잖다.
지난해 국내 스타트업에 들어온 벤처투자는 전년 대비 78% 늘어나 7조 7,000억 원(64억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한국 스타트업 기업이 새로 만든 일자리 숫자는 4대 그룹이 만든 일자리 합계를 넘어섰다. 신규 벤처 투자가 2017년 이래 매년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정도로 ‘제2벤처 붐’이 자리잡았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15개의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정도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됐다.
세계 각국은 앞다퉈 스타트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고, 우리나라도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다양한 정책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과제들이 산재해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개방성과 다양성을 최우선 해결 과제로 꼽고 있다. 스타트업의 세계 진출을 위한 지원과 외국인 인재를 위한 비자면제 또는 다양한 체류자격 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스타트업투데이=김가람 기자] snowcat74@startuptoda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