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부산물 기는줄기 속 '엘라그산' 추출
나상훈 대표, 농촌 환경 문제와 소득 문제 해결 목표

코코베리 나상훈 대표. (사진=와디즈 코코베리 판매 페이지 갈무리)
코코베리 나상훈 대표. (사진=와디즈 코코베리 판매 페이지 갈무리)

[스타트업투데이] 한 대학생이 시작한 스타트업이 어느덧 4년 차가 됐다. 나상훈 대표는 대학생 때부터 다양한 아이디어로 창업을 준비하던 중, 농산 부산물에 꽂혀 현재의 '코코베리'까지 왔다고 전했다.

코코베리는 2017년 12월 설립됐다. 그 바탕에는 나 대표와 학과 선배와의 대화가 있었다. 부모님이 논산에서 딸기 농사를 하고 있던 학과 선배는 딸기 부산물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었다. 딸기를 키우면서 잎, 줄기, 기는줄기 등 많은 양의 부산물이 발생하지만, 농가는 이를 무작정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논의하던 둘은 ‘우리가 그 고민을 해결해 농가를 돕자’는 생각에 도달했다.

농가에서는 연간 1,000만 톤의 농산 부산물이 발생한다. 그 중 일부는 갈아서 땅에 환원하거나 가축의 사료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폐기물로 태워지거나 방치되고 있다. 딸기 부산물은 약 9,500톤에 달한다.

딸기 기는줄기는 딸기 부산물 중 하나이다. (사진=와디즈 코코베리 판매 페이지 갈무리)
딸기 기는줄기는 딸기 부산물 중 하나이다. (사진=와디즈 코코베리 판매 페이지 갈무리)

코코베리는 농산 부산물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스타트업이다. 버려지는 농작물의 활용을 통해 농촌의 환경 문제와 소득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코코베리(cocoberry)라는 이름에는 생태계와 환경, 농가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함께·공동’을 뜻하는 접두사 'co-', ‘생태·환경’을 뜻하는 'eco'에서 따온 'co'에 딸기를 뜻하는 'berry'를 붙였습니다. 여기서 'berry'는 딸기 농가를 넘어서 농가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앞서 언급한 학과 선배는 코코베리의 시작부터 함께해 농산 부산물 수거 및 재고 관리, 추출을 맡고 있다. 그 외에도 마케팅 담당자와 영상 편집·디자이너까지 총 4명이 코코베리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딸기 기는줄기 속 영양소에 집중

딸기 기는줄기를 활용해 만든 스킨. (사진=코코베리 제공)
딸기 기는줄기를 활용해 만든 스킨. (사진=코코베리 제공)

코코베리는 올해 2월, 딸기 기는줄기를 활용해 만든 리원(RE:ONE) 스킨을 출시했다.

리원은 ‘다시 활용한다’는 뜻을 담은 're'와 ‘단일 성분, 오직 하나’라는 뜻의 'one'을 합친 이름이다. 나 대표는 리원을 사용처 부족으로 버려졌던 농산 부산물의 가치를 담은 제품이라고 설명한다.

기는줄기란 가지가 수평으로 나는 식물로, 마디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딸기와 같은 식물의 줄기다. 기는줄기는 모든 영양분을 흡수해 딸기 열매가 자라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보통 수확 전에 버려지게 된다.

나 대표는 이 말은 즉 기는줄기에 많은 영양분이 담겨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영양분이 피부에도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연구를 시작했다.

딸기 기는줄기에는 '엘라그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사진=와디즈 코코베리 판매 페이지 갈무리)
딸기 기는줄기에는 '엘라그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사진=와디즈 코코베리 판매 페이지 갈무리)

딸기 기는줄기에는 폴리페놀의 한 종류인 ‘엘라그산(Ellagic Acid)’이라는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폴리페놀은 우리 몸에 있는 유해산소를 해가 없는 물질로 바꿔주는 항산화 물질 중 하나로, 그 종류는 수천 가지가 넘는다.

“피부는 햇빛, 바람, 선풍기, 에어컨 등 많은 자극과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습니다. 이런 외부 요인으로부터 피부를 진정시키는 순한 성분이 딸기 기는줄기에 담겨 있습니다. 엘라그산을 함유한 딸기 기는줄기 추출물은 91.5%의 항산화 능력을 지녔습니다.”

그는 아이디어 구상부터 제품 탄생까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연구를 진행했다. 공식적으로 2번, 비공식적으로 수백 번의 실패 끝에 딸기 기는줄기 추출물로부터 영양분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특허 등록, 특허 출원 등의 과정을 거쳐 리원을 론칭할 수 있었다.

 

환경과 피부를 생각한 자연주의 화장품

스킨은 세 가지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와디즈 코코베리 판매 페이지 갈무리)
스킨은 세 가지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와디즈 코코베리 판매 페이지 갈무리)

스킨은 필요한 성분 외에 다른 성분은 모두 제외하고, 인공적인 향이나 동물성 원료는 넣지 않은 자연주의 화장품을 추구했다. 총 세 가지 성분으로 구성돼 있으며 73%가 딸기 기는줄기 추출물이다. 나머지 2개의 성분은 보습 역할을 하는 ‘부틸렌글라이콜’과 ‘1, 2 헥산다이올’이다. 이는 모두 EWG 1단계 그린(green)등급이다. 

EWG 등급이란 미국의 비영리 환경단체인 EWG가 화장품 성분의 안정성과 위험도에 대해 평가한 뒤 매긴 등급을 말한다. 1~10 단계는 안전도와 위험도를 나타내며, 숫자가 작을수록 안전하다는 뜻이다.

직접 농가에 방문해 농산 부산물을 수거한다. (사진=코코베리 제공)
직접 농가에 방문해 농산 부산물을 수거한다. (사진=코코베리 제공)

리원의 원재료 수확부터 추출, 제작까지 모든 과정은 코코베리에서 관리한다. 협력 농가에서 딸기 기는줄기를 채취한 후, 특허 출원된 공법으로 성분을 추출한다. 농가는 우수농산물인증(GAP)을 받거나, 유기농 무농약의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 위주로 선정하고 있다. 이 이외도 농약, 중금속 평가를 진행 후에 선정하고 있다.

나 대표는 원료를 직접 공수해 직접 추출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더욱 신뢰를 줄 수 있었고,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또한, 소각하거나 매립되며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농산 부산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그린 컨슈머'나 '클린 뷰티'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리원은 와디즈에서 3차례 앵콜 펀딩을 진행하기도 했다. 

 

"농업의 지속 가능성과 환경, 두 마리 토끼 잡고파"

나 대표는 대학생 때부터 시작한 창업이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한다. 그는 초기 스타트업 범위를 단순한 연차 기준이 아닌 진척도에 따라 나누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설립 이후 연구와 시행착오를 겪고 나니 3년 정도가 지났고, 초기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서 멀어져서 지원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는 화장품 천연물 추출 기업에서 무급으로 일하면서 화장품 원료와 추출을 배웠다. 화장품 교육 과정을 이수하기도 하고, 강의 교수님과 공동 연구로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코코베리보다 먼저 시행착오를 겪은 스타트업의 실패담, 성공담을 듣고 보면서 코코베리의 상황에 맞춰 공부하고 배워왔다.

그러던 그는 2021년 올해, 코코베리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동안 농산 부산물이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많은 심사를 받았지만, 이전과는 시선과 관심이 달라졌음을 느끼게 된 것이다.

농산 부산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사진=와디즈 코코베리 판매 페이지 갈무리)
농산 부산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사진=와디즈 코코베리 판매 페이지 갈무리)

“작년까지 농산 부산물은 버려지는 것, 폐기물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불가능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을 기점으로 ‘버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될 것 같다’는 심사평을 많이 듣게 되었습니다. 또한 올해는 스킨에 대한 평가가 있었던 해인데요, 스킨을 사용하신 고객분들께서 예상보다 더 좋은 반응을 주셨고 자신감을 얻게 될 수 있었죠.”

그는 코코베리를 기존에 잘 보이지 않았던 부분을 먼저 알아차리고 시도하는 스타트업이라고 말한다. 또한, 농산 부산물을 떠올리자마자 농가로 달려가 설득과 협상을 통해 확보까지 해내는 실행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농촌과 기업, 소비자가 함께한다는 가치관이 코코베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코코베리는 앞으로 다양한 농산 부산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사진=와디즈 코코베리 판매 페이지 갈무리)
코코베리는 앞으로 다양한 농산 부산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사진=와디즈 코코베리 판매 페이지 갈무리)

코코베리는 아직 투자 유치 전이지만 올해 12월 안으로 시리즈 A 단계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참여하고 투자 플랫폼을 통한 홍보(PR)를 하고 있으며 타 기업과도 미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나아가 코코베리는 딸기 기는줄기 외에 다른 농산 부산물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작년에는 수박 줄기에 대해 연구를 진행, 곧 농산물 두 번째 프로젝트로 수박 부산물을 이용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코코베리는 앞으로도 국내 지역 특산물의 부산물 활용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한다는 계획이다.  

[스타트업투데이=신서경 기자] sk@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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