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pixabay
출처: pixabay

특허권은 신규하고 진보한 발명을 공중에 먼저 공개한 대가로 나라로부터 일정기간 부여되는 독점권이다. 따라서 이미 대중이 알고 있는 발명이거나 대중이 이미 알고 있는 발명으로부터 용이하다고 인정되는 발명인 경우 특허 되지 않는다. 이를 특허의 신규성/진보성 요건이라고 한다. 이하에서는 신규성/진보성 요건에 대해서 살펴보고, 출원인이 특허출원 전에 제품을 판매한 경우 이를 극복할 방법은 없는지 특허법 제30조에 규정된 ‘공지예외주장’에 대해서 살펴본다.

 

신규성/진보성

특허법 제29조 1항 제1호와 제2호에서는 공중에 공지/공개된 기술과 동일하거나 공지된 기술로부터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하 ‘당업자’라고 함)이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는 발명은 특허를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발명이 공지되었다 함은 특허출원 전에 국내 또는 국외에서 ‘공지’되었거나 ‘공연히 실시된 발명’, ‘국내 또는 국외에서 반포된 간행물에 게재’되었거나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공중이 이용할 수 있는 발명’을 의미한다. 즉, 공개된 발명과 달라야 하며, 공개된 발명으로부터 진보된 발명이어야 특허가 될 수 있다.

공지된 발명이라 함은 불특정인이 널리 알 수 있는 상태에 놓이는 것을 의미한다. 불특정이란 비밀유지의무가 없는 자이다.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자는 i)변리사, 변호사 등 법령에 따라 인정되는 경우, ii)바이어, 운송업자 등 관습상 인정되는 경우, iii)종업원, 외주용역체 등 비밀계약에 의해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알 수 있는 상태에 놓이는 것으로서 실제 누가 인식하였는지 여부는 요구하지 않는다. 예컨대, 발명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있었다면 누군가 실제로 이 발명에 접근하였는 지와 무관하게 신규성이 상실된다.

공연히 실시된 발명이란 발명이 불특정인에게 공연히 알려진 상태 또는 알려질 수 있는 상태에 놓인 것으로서 발명의 요부에 대해서 누구나 알 수 있는 상태가 되었을 것을 요구한다. 즉, 누구나 알 수 있는 상태에서 한번이라도 실시하였다면 공연히 실시된 발명이나, 발명의 중요한 부분이 감춰져 있는 상태라면 아무리 많이 실시하였다 하더라도 공연히 실시된 발명으로 볼 수 없다. 예컨대 발명이 자동차의 엔진인 경우, 자동차를 운전하는 모습이 공개되었다고 하여 엔진 발명이 공개되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반포된 간행물에 게재되었다는 것은 불특정인이 열람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인쇄되었지만 아직 배포되지 않았거나 반포를 목적으로 발송 중에 있거나, 열람실에 비치되지 않은 간행물은 반포되었다고 볼 수 없다. 비치되었다면 누가 읽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신규성이 상실된다. 판례는 카탈로그의 경우 제작되었으면 반포되는 것이 사회통념이므로 카탈로그가 실제로 배부되었는지 그 범위 및 비치장소에 대해서 증거가 없더라도 제작되었으면 반포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대법원 1985. 12. 24 선고 85후47)

또한 판례는 학위논문의 반포시점에 대해서 도서관에 입고 또는 불특정인에게 배포된 시점을 반포 시점으로 보며, 논문심사의 경우 반포되었다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입고의 의미에 대해서 등록되어 서가에 진열된 경우이지, 도서관에 등록시점을 반포된 상태로 보지 않는다고 한 바 있다 (대법원 2002. 9. 6 선고 2000후1689).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공중이 이용 가능하게 된 발명이란 인터넷을 통하여 게재된 것으로서 블로그/카페 등에 업로드 되었다면 신규성은 상실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i) 일반적인 검색엔진으로 접근되지 않거나 ii) 암호가 걸려 있어 특정인만 볼 수 있거나 iii) 접근을 위하여 과다하게 요구하는 경우에는 불특정인에게 공지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신규성이 상실되지 않았다고 본다.

공지된 시점의 경우 심사관이 입증해야 한다. 특허출원 전에 출원인이 특허 받을 제품을 대중에게 판매하거나 광고매체를 통해 홍보하는 경우, 심사관은 특허 출원된 발명을 이 공개된 제품과 비교하여 신규성/진보성 요건을 검토할 수 있다. 심사관이 공개된 발명을 발견하지 못하고 간과하여 특허를 등록시키더라도 제3자가 출원 전에 공개된 발명을 찾아낸다면 등록된 특허가 무효가 될 수도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신규성 규정을 간과하고 등록된 사례를 하나 살펴보고자 한다.

 

출처: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864077
출처: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864077

마법천자문 사건

많은 사람들이 널리 알고 있는 마법천자문의 경우 책으로는 최초로 특허등록이 되어서 화제였었다. 특히 책이 자연법칙을 이용한 것이어서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있는지, 특허발명의 정의를 만족하는지에 대해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었다. 치열한 공방 끝에 마법천자문은 결국 특허로 인정받았었다.

마법천자문의 특허권자는 유사한 콘텐츠를 제공하던 자에게 침해경고장을 보냈다. 이에 상대방은 바로 마법천자문 특허에 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이 무효심판에서 출원인이 특허출원 전에 책을 판매하였음이 입증되어 신규성을 상실하였다고 하여 특허가 무효 되어버린 안타까운 사연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출원 전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나, 이미 판매해버린 경우라 하더라도 국내특허법상 이를 구제해주는 제도가 있다. 공지예외주장이다.

 

공지예외주장

특허법 제30조에서는 발명이 공개되고 12개월 이내에 특허출원하면서 이러한 취지를 적어 주장하고, 증명서류를 제출하는 경우 그 공개행위로 신규성/진보성 위반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는 제도가 있다. 일명 공지예외주장이라고 한다.

보호해주는 공개행위는 출원인의 공개행위와 출원인의 의사에 반하는 공개행위로 두 가지다. 출원인의 공개행위는 블로그, SNS, 전시회, 논문발표, 제품판매와 같은 행위를 의미하고, 출원인의 의사에 반한 행위는 타인이 출원인의 발명을 훔쳐 공개한 행위를 의미한다. 만약 출원인의 블로그에 올린 발명을 보고 발명을 공개한 것이라면 출원인의 의사에 반하여 공개된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이미 공개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공지예외주장으로 보호가 되지 않는다. 출원인 본인이 과거에 한 특허출원의 공개공보나 등록공보 또한 출원인이 조기공개신청을 하였다 하더라도 공지예외주장에서 보호하는 공개행위에서 제외된다.

출원인이 직접 공개한 행위라면 특허출원 시 주장하여야 하고, 출원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입증서류를 제출하여야 한다. 타인이 출원인의 의사에 반하여 발명을 탈취하여 공개한 경우에는 출원 시 주장하지 않아도 무방하고, 차후 주장 및 입증할 수 있다.

 

[표] 국내 및 해외의 공지예외주장 제도 (출처: 정경민 변리사)
[표] 국내 및 해외의 공지예외주장 제도 (출처: 정경민 변리사)

 

출원 시 공지예외주장을 해태한 경우

과거 법문상 출원인에 의한 공지의 경우 특허출원 시에 그 취지를 기재하여 출원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특허출원일로부터 30일이내에 제출하여야 했다. 이에 특허출원 이후 취지 기재를 보정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다. 특허법원에서는 보정을 허용할 수 있다고 하여 이슈를 불러일으켰으나 대법원에서 공지예외 적용 주장은 출원과는 별개의 절차로서 출원서에 취지의 기재가 없으면 주장이 없는 통상의 출원에 해당하며, 주장에 관한 절차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그에 관한 보정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2011. 6. 9. 선고 2010후2353판결).

하지만 이는 공지예외 규정을 잘 모르거나 알더라도 실수로 취지의 기재를 누락한 경우에 특허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잘못의 크기에 비하여 불이익이 너무 크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공지예외주장의 취지 기재는 실무상 전자출원을 할 때 클릭만 하면 되는 문제에 불과하고, 출원인의 의지에 의한 공개이고, 기간내 출원하였다면 이를 이렇게 엄격하게 해석할 이유가 없었기에 문제가 있었다.

 

출처: pixabay
출처: pixabay

 

개정법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 특허법 제30조가 개정되었다. 특허법 제30조 제3항이 신설되어 출원 이후 보정할 수 있는 기간, 특허결정일로부터 3개월 이내(거절결정불복심판에서 인용심결을 받은 경우에는 등본송달일로부터 3개월 이내)라면 공지예외주장 적용 취지를 제출하고, 입증서류를 제출함으로써 공지예외주장을 통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시기까지 지나간 이후에는 보호를 받을 수 없다.

 

해외의 경우

일본의 경우 출원시에만 공지예외주장을 할 수 있고, 일본 출원일 전 6개월 이내의 공개행위에 대해서만 공지예외주장을 인정해주고 있다.

주의하여야 할 것은 우선권 주장으로 보호받는 특허라 할지라도 예외 없이 일본 출원일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이다. 2016년 6월에 한국에서 공개하였다면 한국 출원일과 상관없이 2016년 12월까지 일본에서 특허출원이 되어야 한다.

미국은 유효출원일전 1년까지 보호해준다. 유효출원이 미국출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므로 우선기간 또한 보장받을 수 있다. 2016년 6월에 공개행위가 있었다면 2017년 7월까지 특허출원이 있고, 이 특허출원을 기초로 하여 미국에 우선권주장 출원을 한다면 Grace period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유럽은 일본과 유사하게 실제 유럽 출원일 전 6개월 이내의 공개행위만 인정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공식적인 또는 공식적으로 인정된 국제박람회에서의 공개만 공개예외주장을 할 수 있어 공개행위에 제한이 있다.

중국은 우선일 전 6개월 전 공개행위까지 보호를 해주는 점에서 기간은 다소 넉넉한 편이다. 하지만, 중국의 공지예외주장에서 인정해주는 공개행위는 중국정부가 주최하고 승인한 국제전람회/규정된 학술회의 또는 기술회의에서의 공개로서 인정범위가 상당히 좁다.

PCT출원의 경우 출원 시 공지예외주장의 취지를 기입할 수 없어 출원 시 이러한 취지를 기재해야만 하는 일본, 유럽, 중국의 경우 공지예외주장 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

따라서, 해외로 진출할 계획이 있는 경우라면 아무리 국내법상 공지예외주장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출원 이후 공지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