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학의 도시문화마케팅] 빈집 활용법(法), 빈집이 넘쳐난다
[윤순학의 도시문화마케팅] 빈집 활용법(法), 빈집이 넘쳐난다
  • 윤순학 와이어반컬쳐 대표
  • 승인 2019.08.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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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학 와이어반컬쳐 대표
윤순학 와이어반컬쳐 대표

[스타트업투데이]  전국적으로 빈집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한두 해 문제도 아니고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온 현상이다. 급속한 도시화, 도시 재개발과 인구 감소, 고령화 사회에 기인한다. 집주인의 경제적 부도, 파산, 행방불명 등 거주자 부재, 자손의 상속포기 등 개인적 이유도 있지만 지역의 낙후, 도시 집중으로 인한 현대사회의 근원적 병폐이기도 하다.

최근 일부 지자체들이 잇따라 ‘빈집’ 정책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우리보다 더 심각한 일본도 이미 일찌감치 빈집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천덕꾸러기로 방치된 ‘빈집’이 도시의 보물이 될 수도 있다.


# ‘빈집’ 그리고 ‘집 한 채 내 집 마련의 꿈’

단기적으로 비운 ‘빈집’이야 무어 상관이겠는가? 문제는 장기간의 이른바 ‘고질적 빈집’이디.  빈집이 갖는 의미는 부정적이고 심지어 오싹한 측면이 있다. 공포 스릴러 영화에 빈집은 최적의 공간 소재이다. 낡고 어둡고 퀴퀴한 냄새에 거미줄 처지고 오며 가며 넘나드는 생물체가 떠오른다. 제 아무리 크고 세련된 집이라도 수년간 비워져 있다면 역시 섬뜩하다. 

예부터 ‘빈집=흉가(폐가)’라는 여름철 납량특집 드라마의 공식도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 동네에 이웃과 소통도 없고 드나드는 인적이 드물었던 2층 양옥집이 있었는데 또래 친구들과 가끔 한밤중에 탐사작전을 펼친 기억이 있다. 마치 무슨 악당 소굴인양 당시에 우린 꽤 진지하게 이 집을 관찰했더랬다. 가난한 서민의 동네에 낯선 부잣집이니 어린 눈동자엔 항상 신비한 존재였다.

대부분이 가난했던 우리 부모세대부터 서민의 평생 꿈은 그저 집 한 채 갖는 것이었다. 이제 국민소득 3만 달러의 국민이 되었다지만 아직도 전국에는 무주택 가구가 40%가 넘는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값 덕분에 대다수 1~2인 가구와 2~30대 청년세대에게 ‘내집마련’의 꿈은 점점 더 아득해져만 간다. 현재 서울 소재 중위아파트(평균) 집 한채 가격이 8~9억을 호가하고 있다고 하니 더욱 갑갑한 현실이다. 

자고나면 수십 층 주상복합이 올라가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잡겠다고 정부는 대단지 신도시개발을 발표한다. 서울,수도권은 갈수록 펄펄 끓는 냄비처럼, 출근길 만원 지하철처럼 미어터지기만 한다. 인구 절반이 부대끼며 살아가며 매일 곡(哭) 소리날 지경이다.

 

# ‘빈집’이 넘쳐난다 – 대한민국 130여만 채, 일본 1,000만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국에는 텅 빈 빈집이 130만여 채에 달한다. 아직도 집 한 채 없는 무주택가구가 수두룩한데 빈집이 이렇게 많아 각 지차체들이 골머리를 앓는다고 하니 이쯤이면 아예 헛웃음이 나온다. ‘빈집 현상’은 지방 소도시와 농촌지역이 대부분이지만 부산. 인천 등 광역시와 심지어 서울의 낙후지역, 구도심에 많이 산재해 있다. 이중의 절반 정도는 아파트 미분양이라 부동산 경기와 지방 경제가 살아나면 해결될 수도 있다지만 그 나머지가 진짜 문제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의 지방소멸 2018보고서’에 의하면 전국 시군구 읍면동 10곳 중 4곳은 인구 감소로 인해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7년간 전국적으로 빈집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더라도 이는 심각한 전조(煎兆)이다. 오래된 집, 방치된 집은 점점 더욱 주택으로서의 가치와 매력을 상실하기 마련이다. 내 옆집이 무슨 연유이든 수년간 인기척 없이 빈집이라면(?) 상상하기도 싫다.

저마다 ‘똘똘한’(?) 집 한 채를 원해서일까? 한때 집은 없어도 고급외제차를 산다는 말이 있었다. 폼나는 집, 아파트가 아닌 교통 불편하고 거주 여건이 떨어지는 지역은 외면받는. 차라리 무주택자로 살으련다~는.

요즘 우리와 전후 최대 갈등을 빚고있는 일본의 경우를 볼까?

2018년 일본 전역에 빈집은 1,000만 채를 돌파했다고 일본 총무성은 발표한 바 있다. 게다가 2030년이면 3채 중 1채꼴인 30%는 빈집(공가-空家)이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내용도 담겼다. 우리보다 앞서 이미 심각한 고령화 시대를 맞고 있는 일본은 전국 지방 곳곳에 ‘소멸도시’가 현실화되고 있다. 노인들만 덩그러니 남은 지방도시. 대도시로 떠나간 젊은 세대가 다시 돌아올 날은 요원해져만 가고 날이 갈수록 빈집은 늘어만 간다. 

일본의 각 지자체는 이주자금, 세금감면, 출산 장려금, 건강의료비 지원 등 인구 유입을 위해 각고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빈집 안내 사이트도 만들어 대도시에서 이주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편의 서비스를 확충하고 있다. 또한, 빈집을 아예 무료로 내놓기도 했는데 이른바 ‘빈집은행’을 통해 소유주와 매입자를 연결해주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 ‘빈집’이 살아난다 - 반값주택. 갤러리, 문화공간, 창고, 주차장

빈집은 우리에게도 당장 발등의 불이지만 최근 일부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서울시는 향후 몇 년간 2,400억의 예산을 확보하여 1,000채의 빈집을 구입해 서민 임대주택 4,000호, 청년 거점공간, 문화 커뮤니티 공간, 공용 주차장 등으로 바꾸겠다고 한다. 우선적으로 올해는 11채의 빈집이 시민을 위한 집으로 리모델링되어 재탄생될 예정이다. 기초자치단체인 서울 금천구는 2019 빈집프로젝트를 준비했다. 구내 빈집을 지역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위한 문화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전국에서 빈집이 제일 많은 경기도는 최근 도내 빈집실태조사를 마치고 구체적인 방안을 준비 중이다. 인천시도 최근 빈집 실태조사를 마치고 8개 자치구의 빈집 종합정비계획을 준비했다. 빈집을 활용한 도시재생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파주시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미군 부대가 떠난 후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등병마을.편지길’ 조성을 위해 20억 원의 국비를 확보했다. 광탄면 신산리 일원의 빈집과 마을이 활용되는데 이 지역이 ‘이등병의 편지’ 작사.작곡가인 김현성의 고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2022년까지 이등병우체국, 이발소, 라이브카페, 공연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전주시는 빈집을 활용한 사회주택 공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공유재산인 빈집 사용권을 20년간 주거복지 분야 사회적 협동조합에 주면, 그 조합이 사용료를 내고 공유주택 형태로 리모델링해 입주자를 모집·운영하는 방식이다. 

순천시는 버려진 빈집을 개조해 범죄피해자(여성폭력 등)를 위한 안전가옥(쉼터)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목포시는 올해를 빈집활용 도시재생 프로젝트 실행 원년의 해로 규정했다. 독거노인 등 어르신을 위한 어르신 한울타리 행복주택, 빈집 갤러리를 꾸며 지역 예술가들의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또한, 목원, 유달동 인근의 빈집 40채가 2019 전남도 혁신박람회장 홍보부스로 준비 중이다. 

 

# 전국적인 ‘빈집’ 대책이 필요하다

일부 지자체의 최근 ‘빈집’대책은 환영할 만하지만 아쉬운 측면도 있다. 급속한 고령화, 수도권 집중, 지방도시 쇠퇴현상을 맞고 있는 우리는 보다 더 전국적인 ‘빈집’대책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정부, 지자체도 적극 나서 재원을 확보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만 우리 국민들도 이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일단 중앙정부와 광역 지자체 차원의 종합 빈집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빈집활용이 아닌 보다 더 넓은 도시개발, 도시재생의 틀에서 밑그림을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땜질식으로 처리하기보다는 긴 안목을 갖췄으면 한다

빈집은 엄연한 사유 재산이므로 행정기관만으론 한계가 있다. 빈집의 실수요자인 일반시민들과 집 소유자도 협력해야 한다. 전국적 네트워크의 ‘빈집은행’ 을 체계적으로 준비해 확보되는 빈집 수십만 채를 DB화하여 관리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미래 수요(희망)자들도 부금, 펀드방식을 통해 빈집을 구매, 리모델링까지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준비돼야 한다. 

파주시의 이등병마을처럼 스토리텔링을 가미하여 도시재생 문화사업의 옥석으로 다질 수 있다. ‘빈집’은 소외 이웃을 돌보는 고마운 아지트로 활용할 수도 있고 범죄 예방은 물론 따듯한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할 수 도 있다.

“잘만하면 ‘빈집’도 ‘보물’이 될 수 있다!”

 

도시문화마케팅컴퍼니 Y어반컬쳐 대표 윤 순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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