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빅데이터 기반 신산업 활성화 기대

(출처:www.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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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이후 인간의 수명은 꾸준하게 길어지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을 활용하여 보다 효율적이고 정확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도들이 생겨나고 있다. 인공지능·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폰, 빅데이터, 3D 프린터 등 디지털 기술이 의료 및 헬스 산업분야에 다양하게 접목되면서 디지털 기술과 의료부문의 융합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치료뿐만 아니라 운동, 건강 관리, 생활습관까지도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있어, 바이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ICT와 바이오 헬스 산업의 융합으로 신산업을 활성화 시킬 수 있으며, 국가적으로는 사회비용을 절감함으로써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헬스케어 생태계의 변화 

기술이 발달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있다. 2016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남성이 79.3 세, 여성이 85.4세로 OECD 회원국 중 4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현재 60세인 남성의 경 우 82세, 여성은 87세까지 살 것으로 전망된다. 1973년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63세였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속도로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늘어난 평균수명만큼 질병에 시달릴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현재 태어난 출생아를 기준으로 질병이나 사고로 건강하지 못하게 지내는 기간은 남성의 경우 14.6년, 여성의 경우 20.2년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의료비용 급증 등 사회적 부담은 국가가 해결해야 할 주요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부담의 해결방법 가운데 하나는 사전적 건강관리 즉, 건강할 때부터 건강 관리를 하는 것이다. 정부차원에서 헬스케어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해야 하는지,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사회적 헬스케어 시스템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을 활용하여 보다 효율적이고 정확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도들이 생겨나 고 있다. 병원의 전자의무기록, 유전체 분석 등 의료와 직결되는 기술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폰, 클라우드 컴퓨팅, 3D 프린터 등 디지털 기술이 의료 및 헬스 산업 분야에 다양하게 접목되면서 디지털 기술과 의료부문간의 경계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과거 병원중심의 폐쇄적 생태계였던 의료산업은 글로벌 ICT 기업들의 진출로 인해 확장되고 있다. 애플(Healthkit), 구글 (Google Fit) 등 주요 ICT 기업들은 자신의 데이터 엔진기술을 활용하여 개인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의료서비스에 ICT 기술을 융합시키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암 환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진단 및 개인맞춤 치료방법을 제안하는 IBM의 왓슨이 있다. 2014년 미국 종양학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왓슨과 암 전문의들과의 진단 일치율이 대장암 98%, 직장암 96%, 자궁경부암 100% 에 이를 정도로 높은 정합성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구글 자회사 버릴리(Verily)의 머신러닝은 안구 스캔기술을 이용하여 망막혈관 사진을 활용하여 심장질환 발병위험을 예측하고 있다.

알츠하이머의 경우, 현재 기술수준으로는 MRI 검사를 해도 치매 진행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고 치료 약물도 없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 덕분에 APOE-e4 유형의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85세 남성 기준으로 알츠하이머 발병 확률이 비보유자에 비해 최대 10배 높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신을 정확히 알고 면밀하게 모니터링을 하는 사전적 예방이 가능해진다. 인간의 유전체 정보의 접근성 확대, 빅데이터 활용, ICT 융합 기술 등을 바탕으로 의료서비스의 중심이 ‘사후적 질병치료’에서 ‘예방적 개인맞춤형 건강향상’으로 전환되는 것이 필요하다. 

 

바이오 빅데이터 기반 산업플랫폼의 등장 

‘개인맞춤‘은 치료뿐 아니라 식이요법, 운동, 건강관리, 생활습관 까지 전 과정에 걸친 맞춤형 의료서비스로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개인맞춤형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중심에는 바이오 빅데이터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 병원 데이터의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돼 급여 청구를 위한 기록이 계속 생성되는데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환자의 기록이 모두 전자 문서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매년 국내 환자 4,890만 명이 약 9억5,000만 건의 진료를 받고 있다. 국내 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EMR) 보급률은 세계 1위 수준으로 2016 년 기준 92%에 달해 미국 60%, 유럽 84%보다 크게 앞선다. 또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IT 역량도 높아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추진하기 위한 여건은 잘 갖추어져 있는 편이다. 하지만 축적된 데이터를 활 용할 수 있는 산업플랫폼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아 활용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따라서 바이오 빅데이터 기반 산업플랫폼에 대한 보완은 향후 과제라 할 수 있다. 

산업플랫폼은 생산자·소비자 그룹간의 상호 정보(Data) 교환 및 분석기반의 시스템 관점뿐 아니라, 기술요소형 생산자그룹과 서비스관점의 개방참여형 소비자그룹 간의 연결 및 확장이 가능한 형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산업플랫폼은 기존 산업 테두리 안에서의 사업 확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생성되는 데이터와 4차 산업혁명의 혁신기술(AI, IoT, Big Data 등)을 융합하여 새로운 서비스 중심의 신산업 창출을 가능하게 한다.

국내 바이오 빅데이터 여건
플랫폼의 가치창출과 분배

 

 

새로운 바이오 산업플랫폼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 조건 

그런데 이러한 산업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들이 극복되어야 한다. 

첫째, 의료 데이터 활용의 문제이다. 의료 데이터는 개인의 민감한 정보에 해당하므로 개인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사용할 수도 없고 의료법, 생명윤리법 등으로 인해 익명화된 데이터라도 개별 병원 밖으로 나오기 어렵다. 둘째, 국내 병원마다 전자의무기록(EMR) 들의 데이터 포맷이 각기 다르고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셋째, 익명화된 데이터라 할지라도 데이터 활용을 수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분산형 공통데이터 모델(CDM)”이라는 기술적 방법이 만들어져 산업플랫폼 생태계 구축 에 청신호가 켜졌다. 분산형 공통데이터 모델은 각 데이터 공급기관(의료기관 등)이 보유한 의료 데이터를 공통데이터 모델로 표준화시켜 저장, 분석하고,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수요자에게 분석결과만을 제공하는 형태의 오픈 플랫폼으로서, 각 의료기관에서 수행한 분석결과만 수집하기 때문에 개인정보의 누출 위험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시스템이다. 미국 FDA는 분산형 빅데이터 모델을 활용한 약물안전성 모니터링 국가전자시스템을 구축하여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12개국 200개 이상의 기관이 참여하는 오딧세이 컨소시엄이 구성되어 2017년 약 12억 명의 데이터를 표준화하였 다. 우리나라도 아주대 병원, 아산병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제 우리사회도 데이터 활용에 대한 생각을 바꿀 시점에 이미 와 있다. 데이터는 개인의 정보 가치수준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자원이다. 특히,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질 좋은 데이터는 개인의 삶의 질을 높여줄 뿐 아니라 산업적으로는 신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으며, 국가적으로는 사회비용을 절감함으로써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줄 것이다. 이러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심자원의 공유체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데이터의 원활한 수집 및 공유, 기술의 전달 및 활용 등 플랫폼 참여자의 자원개방 확대를 위한 표준 자원공유 체계를 확립하고, 안심하고 공유할 수 있는 보안 및 이익분배체계를 마련하고자 플랫폼사업을 올해 착수하였다. 이를 통해 30개 이상의 병원이 제공하는 5천만 환자의 진료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여 기업들이 바이오 빅데이터 통계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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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빅데이터 기반 신산업 창출 

플랫폼 기반 바이오 빅데이터가 의미 있는 정보로 탄생되면, 기존에 알 수 없었던 중요한 지식들이 확산되고 새로운 산업들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수혜 받을 산업은 제약 산업이 될 것 이다. 신약 한 건당 투입되는 개발비용은 대략 24억~26억 달러 수준으로, 1인당 연구개발 투자비가 제조업의 약 12배가 넘는다.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은 의료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신약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재정적 장벽을 낮추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연구 단계부터 임상에 이르기까지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인 길리어드는 C형 간염 치료제인 소발디 개발에 메디데이 터라는 임상 빅데이터 기업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환자 1인당 49% 의 비용을 절감하였고, 임상기간은 30~40%를 단축하였다. 바이오 빅데이터의 효용가치를 알아본 미국 FDA는 분산형 공통데이터 모델 기반의 의료현장중심 근거자료를 의약품 승인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2018년 12월에 정책 프레임워크를 수립하고, 2021년 말까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값비싼 임상연구를 의료현장 빅데이터로 대처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기업인 코아제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처방 데이터를 분석해 제약사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처방 분포분석을 통한 신제품개발 컨설팅, 약물 사용현황 파악을 통한 영업전략 수립, 보험 약가 및 시장성 예측을 통해 해외신약 도입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바이오 빅데이터는 의료·제약 분야를 넘어 전 산업으로 파급효과가 큰 산업 

바이오 빅데이터는 비단 제약 산업뿐 아니라 의료기기, 건강 컨설팅, 보험, 식품, 화장품 업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제품개발이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중요 자원이다. 최근 비만, 흡연 및 음주 등으로 인해 의료비 등의 비용이 급증하자, 국내기업인 에임메드는 개인의 식습관 및 운동기록을 바탕으로 맞춤형 건강서비스를 제공하여 체중감량과 건강을 향상시키고, 이를 보험사와 연계하여 절약된 지급금의 일부를 수익화하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미국기업인 해빗은 웨어러블 헬스기기 제조회사 ‘핏빗(Fitbit)’과 협업하여 핏빗 장치로 이용자들의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전송받아 유전자와 건강상태에 맞는 영양식단을 제공하는, 소위 유전자 맞춤형 건 강식 배송서비스를 시작하였다. 

미래에는 블록체인기술이 의료분야에 점차 자리 잡으면서 개인이 자기의 데이터를 관할하는 데이터 주권이 점차 현실화되고, 직접 개인데이터의 공유, 거래 등을 관할하게 되는 구조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국민 개개인이 데이터 주권을 가지고 의료기관뿐 아니라, 홈 헬스케어 기기, 웨어러블 디바이스, 모바일 앱 등에서 수집된 개인 의료·건강 데이터를 통해 개인건강 컨설팅 등 자발적인 산업 참여 및 동기부여 인센티브가 활성화 되는 시장이 빠른 시간 내에 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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