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제훈은 KAIST 산업디자인학과에서 학사, 석사를 졸업하고 국내 DVR 1위 업체에 입사하여 디자인 팀장을 맡았다. 2010년부터 안드로이드 셋톱박스 및 방송통신기기 개발업체인 이스타미디어의 대표로 있다. 현재 로봇팩토리에서 기획∙제작하고 있는 토이로봇 핑퐁의 디자인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싸이월드 레고마인즈스톰 이족보행 고질라 (출처: 로봇팩토리)
싸이월드 레고마인즈스톰 이족보행 고질라 (출처: 로봇팩토리)

 

 

내 꿈은 로봇 과학자

어릴 때부터 로봇 만화의 팬이었고, 언젠가는 멋지고 강력한 저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이 수학을 좋아하고 공대를 지원하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기에 로봇 관련 일도 했을 법 한데도, 20년간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이 주 업무이다보니, 한 때 TV에서 배틀로봇도 즐겨 보았고 로봇이 나오는 애니메이션, 영화 심지어 게임도 좋아하지만, 광고보고 바로 직구로 구해서 놀던 레고 로보틱스가 내 인생에서 로봇에 대한 경험의 전부이다. 갑자기 기억나서 찾아 보니 2족 보행 고질라를 만들어 싸이월드 간판에 둔 것이 남아있다.

사무실에 남는 3D프린터 한대를 빌려준 것이 인연이 되었던 로봇팩토리. 특별한 토이 로봇을 개발한다는 것은 들었지만, 바퀴 달리고 몇 가지 감정을 표현하는 디스플레이가 달린 로봇 정도가 연상되며 별다른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것이 아니었다.

두 달 전, 그곳에서 개발된 프로토타입을 본 첫날, 핑퐁(동그란 로봇이 연상되지만 큐브 모양인데 크기는 탁구공만 하다. 핑퐁들일지도 모르겠다)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학부 때 만들고 싶었던 로봇팔도 있었고, 신기한 동작을 하는 정말 다양한 미니 로봇들이 여기 저기 움직이고 있었다. IoT 센서들과 통신을 이용해서 처리하는 점도 최근 프로젝트 플랫폼과 유사해서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도 로봇팩토리의 임상빈 대표가 그간 개발해오면서 알게 된 로봇에 대한 모든 경험을 다 녹여 디자인된 것임이 분명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지금 팀에 조인한 멤버들 모두 그런 느낌을 갖지 않았을까? 뭔가 이 팀의 작품에 나의 경험도 쏟아 넣고 싶은 마음이 든 것도 그 때문이었던 것 같다.

 

controller child game style (출처: 로봇팩토리)
controller child game style (출처: 로봇팩토리)
black & white modern sytle (출처: 로봇팩토리)
black & white modern sytle (출처: 로봇팩토리)

 

UI 디자인부터

핑퐁이 개발되어가는 속도는 매우 빨랐다. 그 동안 제품개발 프로젝트를 해본 경험으로 볼 때, 이 팀이 그간 얼마나 집중해서 개발을 해왔을지 상상이 갔다. 조심스럽게 그간 개발해 온 앱 디자인들을 보여주고, 핑퐁의 디자인에 대한 의견들과 필요한 디자인 프로세스를 설명하며,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이미 사용자 시나리오도 거의 잡혀있었지만, 다른 디자이너가 손을 대지 않은 상태였기에, 처음부터 스킨의 컨셉을 잡아보는 것이 더 즐거웠고, 아직 기하학적인 형태의 정답으로만 이루어진 핑퐁에 색상 조합이나 디테일한 디자인에 변화를 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앱 개발담당자가 만들어 놓은 시나리오의 키프레임들을 이해한 후, 시나리오 작업은 필요없었기에 곧바로 스타일 디자인에 착수했다.

 

cube color (출처: 로봇팩토리)
cube color (출처: 로봇팩토리)

처음엔 아동용이라는 사용자의 연력을 고려해 아동용 게임기와 화면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만들었다. 이런 스타일은 어른인 내 취향도 아니고 자유분방한 모양들이라 아동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표현적인 디자인이기에 디자인 컨셉을 정리해 나가기도 쉽지 않은 스타일이었다. 혹시나 이런 디자인을 원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음에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모던하면서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마치 근 미래 배경의 사이버네틱스 로봇에서 많이 보는 내부 블랙 골격에 화이트 외장과 블루 라인을 가진 스타일이었다. 내가 좋아하기도 하고 만들기도 쉽고 응용하기도 좋다. 다행히 모두 이쪽 디자인을 선호했다.

핑퐁을 보면 바로 느껴지는 것이, 모듈들이 조합되면서 다양한 기능이 창출되는 로봇을 만드는 플랫폼이자 잘 짜여진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UI에서도 그런 체계들이 정리되어야 했고 개발팀과도 공유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데모용 앱에 사용 중인 기본 컨트롤을 싹 뜯어고쳐 제품 컨셉과 어울리는 로봇 제어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찾아야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핑퐁의 외관과도 컨셉이 공유되면 좋겠고, 첫 화면은 핑퐁의 추상적인 모양으로 출발하되, 세부적인 선택에서는 각 모델을 3D렌더링으로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고 기획안에서 레이아웃의 통일성이 깨진 부분을 점검해서 최종적인 키프레임들의 디자인을 마쳤다.

현재 디테일하게 디자인을 다듬고, 수많은 아이콘들을 제작하는 일만 남았다. 이에 맞추어 마무리 중인 제품의 3D 모델들을 넣어야 한다. 제품이 출시될 때 UI도, 제품도 잘 정리된 시스템으로 첫 인상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핑퐁의 색은?

핑퐁의 메인이 되는 큐브의 금형 작업과 부품들의 디자인을 손보기 위해 제품 디자인과 설계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동기에게 부탁해서 진행하였다. 대부분의 과 동기, 후배들이 디자인 기획, UX쪽을 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제품 디자인을 하고 있는 동기였다. 빠르게 진행해줘서 감사하다. 이제 곧 금형이 나올텐데, 컬러를 정해야 할 시기가 왔다.

핑퐁의 메인은 단순한 큐브 형태지만, 결합되는 부위의 선처리를 어떻게 하느냐, 라운드를 어떻게주느냐, 칼라조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큐브 디자인도 전문가를 통해 정리가 되어 있었고 현재 개발 일정을 고려했을 때 이 부분은 일보후퇴. 단, 큐브만 따로 보기 보다는 다른 부품과 조합되어 다양한 로봇들이 이루어졌을 때를 직접 시뮬레이션 해보면서 어울리는 색상 조합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현재 큐브의 색상은 가벼워서 색깔에서도 고기능의 핑퐁을 표현했으면 좋겠다.

 

핑퐁-3C (출처: 로봇팩토리)
핑퐁-3C (출처: 로봇팩토리)
핑퐁-6C (출처: 로봇팩토리)
핑퐁-6C (출처: 로봇팩토리)
keyframe-1menu (출처: 로봇팩토리)
keyframe-1menu (출처: 로봇팩토리)
keyframe-2 select-filter (출처: 로봇팩토리)
keyframe-2 select-filter (출처: 로봇팩토리)

 

고객에게 제품의 이미지가 이미 고정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선 다양한 큐브에서 나올 수 있는 디자인과 다른 색조합을 보여주면서, 색에 따라 어떻게 제품의 성격을 드러내는지를 설명해주었다. 현재의 밝고 가벼운 이미지에서 좀더 어두워질수록 고기능의 제품으로 보인는 것을 이해시키고, 핑퐁의 색은 그 위치가 어디에 맞을 지 안을 제시하였다. 

늘 있는 일이지만 일반인과 디자이너의 색에 대한 의견이 같을 수는 없다. 결국 여러 안을 적용해서 회의를 통해 결정을 하도록 하였다. 어느 것이 최종 모습이 될지 아직은 모른다. 안이 정해지더라도 실제 칼라를 적용한 금형 제품을 뽑아보면 또 달라질 수 있다. 아직은 가상의 이미지 단계이기 때문에 항상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 수는 없다.

 

핑퐁-5C (출처: 로봇팩토리)
핑퐁-5C (출처: 로봇팩토리)
핑퐁-7C (출처: 로봇팩토리)
핑퐁-7C (출처: 로봇팩토리)
keyframe-3 profile 2 (출처: 로봇팩토리)
keyframe-3 profile 2 (출처: 로봇팩토리)
keyframe-5 motion hard 1v (출처: 로봇팩토리)
keyframe-5 motion hard 1v (출처: 로봇팩토리)

 

글을 마치며

산업디자이너로서 한번 꼭 해보고 싶었던 로봇 개발에 참여할 수 있게 기회를 준 로봇 팩토리에게 감사드린다. 로봇은 기계,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통신 등 종합적인 개발 예술품이었다. 혼자서는 못하는 일들이다 보니 다양한 전공분야 전문가들과 논의하는 그런 모습과 운영방식도 너무 좋다.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로봇 팩토리에서 개발하는 다음 제품 개발에도 직간접적으로 계속 참여하고 싶다. 사용자에게 AI와 로봇이 결합되는 아이언맨과 같은 인터페이스도 언젠가 디자인하는 날도 오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