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FTA 전쟁 중
FTA 빅뱅 전 세계로 확산
내·외부로 계속 진화하는 FTA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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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위기이다. 거시경제 지표가 줄줄이 하강 곡선을 타고 있다. 수출도 잘 나가는 것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반도체 한 품목에만 의지하고 있어서 위태위태하다. 무엇보다도 서민경제가 심각하다. 경기침체, 노사분규, 기업규제, 반기업 정서, 제조업 추락, 기업의 해외탈출, 투자 감소, 자영업자 줄도산, 가계 빚 증가, 일자리 증발 등 모두 서민들을 힘들게 하는 악재들이다. 돌파구는 없는 것인가? 무역으로 먹고사는 대한민국, 결국 밖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특히 세계 경제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국내 시장과 해외시장을 통합하여 거대 경제권을 형성하는 FTA가 그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에 4회에 걸쳐 FTA로 경제위기를 돌파하자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FTA 빅뱅 전 세계로 확산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FTA의 재협상에 이어 20여 년 지속된 NAFTA(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북미 자유무역협정)를 재협상하여 USMCA(United States-Mexico-Canada Agreement: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으로 수정 타결하였다. 이에 앞서 미국은 12개 국가들이 참여 중이던 TPP(Trans-Pacific Partnership: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에서 탈퇴하고, 일본과 양자 FTA 협상을 추진하는 등 양자 FTA 협상에 주력하고 있다. 다자 협상보다는 양자 협상에서 미국의 이익을 관철하기가 쉽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하여 일본은 미국이 빠져나간 TPP를 나머지 11개국이 참여하는 CPTPP(Comprehensive Progressive Trans-Pacific Partnership: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동반자 협정)으로 되살려 놓았다. 한편 미국의 무역압박에 시달리는 중국은 미국에 맞서기 위하여 16개 국가들이 참여하는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 타결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오히려 미국에 양자 FTA를 체결하자고 역제안을 했다.

그런가 하면 브렉시트를 추진 중인 영국이 EU에서 빠져나오면, EU 경제의 15%를 차지하던 영국의 이탈로 인하여 EU는 기존 FTA를 체결하였거나 타결·협상 중인 50여 개의 FTA를 재협상해야 하고, 영국 역시 EU가 체결한 50여 개의 FTA 체결 상대와 FTA를 재협상해야 함에 따라 이론적으로는 세계적으로 50여 개의 FTA가 추가로 탄생하게 된다. 

이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FTA가 빅뱅을 이루다 보니, 현재 세계는 FTA 전쟁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역협회에 의하면 2017년 10월 기준 전 세계에 455개의 RTA(Regional Trade Agreement: 지역 무역협정)이 발효되었는데 RTA 중 가장 낮은 단계가 FTA 이므로 455개 RTA는 사실상 모두 FTA인 것이다. 게다가 현재 협상 중이거나 논의 중인 것까지 합하면 전 세계 FTA는 700여 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보수적으로 추정하더라도 2018년 기준 전 세계 무역의 60% 이상이 FTA 교역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왜냐하면 2016년 세계 총수출에서 주요 73개국의 FTA 수출 비중이 50.1%를 기록했고 당시에 서명을 마친 FTA가 모두 발효될 경우 이 비중은 53.2%까지 증가할 전망(무역협회, 2016.3.6)이었다. 그런데 2016년 6월 7일 일·몽골 EPA가 발효됨으로써 73개국의 두 배 이상인 WTO 164개 회원국 모두가 FTA 추진 국가가 되었고, 2년이 지난 2018년에는 더욱 많은 FTA들이 체결되었으므로 2018년 9월 기준으로 FTA 교역은 세계 무역의 60%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FTA는 세계 무역의 주류 무역이 되었고, 기존 무역은 40% 이하의 비주류 무역으로 전락되었으므로, 무역국가인 우리나라로서는 이제 FTA가 선택사항이 아니라 생존의 필수사항이 되었다.

 

한국, 세계 3위의 FTA 연방 구축

그러면 국가경제의 80% 이상을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FTA를 얼마나 체결한 것인가? 2018년 9월 기준으로 15개 FTA에 52개국과 발효되었는데 이는 전 세계 GDP의 약 77%를 점유함으로써 세계 3위의 FTA 연방(k-FTA 연방)을 구축한 것이 된다. 발효된 52개 FTA 국가들과의 우리나라 수출비중은 2017년 1~9월 수출액이 3천123억 4천4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전체 수출액(4천301억 8천500만 달러)의 72.6%를 차지했다.(한국무역협회, 2017.10.30) 그러나 한·중미 FTA 1개는 5개국과 타결이 되었으나 아직 국회에서 비준은 되지 않았으며, 현재 추진 중인 FTA들이 모두 타결된다면 2020년 이후 약 30개 이상 FTA에 100개국 이상과 FTA 타결이 예상된다. 그런데 최근 한국 정부는 더 나아가 수년 내에 전 세계 GDP의 약 90% 수준까지 FTA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무역일보,  2018.7.19)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현재 러시아·아르메니아·카자흐스탄·벨라루스·키르기스스탄 등 5개국으로 구성된 EAEU(Eurasian Economic Union: 유라시아 경제연합)과 FTA를 추진 중이고, 한·러 FTA 서비스·투자 협상도 곧 개시될 예정이다. 또한 CPTPP도 대국민 의견수렴을 거치고 조속한 시일 내 가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CPTTP의 대항마로 여겨지는 RCEP도 연내 타결될 전망이며, 중남미와는 한·메르코수르 TA(Trade Agreement) 협상을 개시하고 PA(Pacific Alliance : 태평양동맹)에도 준회원으로 가입할 예정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새롭게 FTA를 체결하게 되는 국가 중 러시아·일본·멕시코·브라질의 4개국만 합해도 전 세계 GDP의 약 12%에 육박하게 된다. 하지만 뒤이어 FTA 체결이 예상되는 자원의 보고인 GCC(Gulf Cooperation Council: 걸프만 협력회의), 세계교역의 50%를 차지하는 FTAAP(Free Trade Area of the Asia-Pacific: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 아프리카 55개국 중 49개국이 참여하는 AfCFTA(African Continental Free Trade Agreement: 아프리카 대륙 자유무역협정) 등과도 FTA를 추진하게 된다면 세계 시장의 90% 이상과 FTA를 체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외부로 계속 진화하는 FTA  

정부가 지속적으로 FTA를 체결하다 보니,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FTA가 워낙 많아지다 보니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혼란과 부작용이 심각하다. 이른바 ‘FTA 스파게티 볼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즉, 수많은 FTA를 활용하려면 필요한 FTA를 모두 파악해야 하고, 전문가를 양성하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략적 방향을 수립해야 하는 등 경영상의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는 FTA가 기존 무역과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인데 중요한 두 가지 차이점만 설명하면 첫째는 기존 무역과 FTA가 다른 무역규범이라는 사실이다. 기존 무역은 신용장 통일규칙·인코텀즈·TRIPs (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TBT(Technical Barriers to Trade: 무역기술장벽) 협정 등 전 세계가 공통으로 준수해야 하는 무역 표준화가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FTA는 체결에 참여한 국가들에게만 적용되는 새로운 무역규범이다. 둘째는 수많은 FTA 간에 상호 호환이 안 된다는 것이다. FTA에 참여한 국가들의 상호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FTA 간의 호환이 불가한 것도 큰 특징이다. 예를 들면 한·중 FTA와 미국·이스라엘 FTA가 같을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A라는 기업이 베트남에 공장을 세워서 이스라엘 부품·중국 부품·일본 부품·한국 부품을 수입하여 제품을 생산한 후 러시아에 수출한다고 가정하면, 그 기업은 서로 다른 베트남과 이스라엘 FTA·베트남과 중국 FTA·베트남과 일본 FTA·베트남과 한국 FTA·베트남과 러시아 FTA 등을 모두 연구하여 최적 조건을 활용해야 한다.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인가? FTA 활용을 위한 매몰비용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세계 3위의 K-FTA 연방, 초 국가 대응전략 필요 (출처: 한국FTA산업협회)
세계 3위의 K-FTA 연방, 초 국가 대응전략 필요 (출처: 한국FTA산업협회)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FTA가 계속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이 FTA를 따라잡지 못하는 주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FTA 진화 때문이다. 서로 다른 FTA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데다 FTA가 일정하게 고정된 것이 아니라 내·외부적으로 계속 진화를 하다 보니, ‘스파게티 볼 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부담도 가중되어서 중소기업들이 아예 FTA 활용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면 FTA가 어떻게 진화하기에 대기업들조차 힘들어하는 것일까? 

먼저 FTA에 포함되는 분야가 증가하는 내부 진화부터 살펴보자. 크게 3개 분야로 진화하고 있는데 첫째로 FTA 가치사슬이 확장되는 것이다. 초기 FTA는 제조업 중심의 원산지·통관분야가 주를 이루다가 차츰 시장 진입, 바이어 발굴, 협상, 계약, 금융, 구매, 생산, 품질, 포장, 물류, 결제, 통관, 판매, 서비스, 소비자 보호, 바이어 관리, 리스크 관리 등으로 FTA 가치사슬이 계속 확장되고 있다. 둘째로 산업이 확장되는 현상이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초기의 제조업 위주에서 서비스, 기술, 문화, 지식, 사회, 융합, 복합, 농업, 4차 산업혁명 분야 등 다양한 산업으로 FTA가 확장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셋째로 Cross-Cutting(범 분야)로의 확장이다. 최근 국제사회는 환경·공정·성 평등·인권·부패·거버넌스 등과 같이 전 인류적 가치문제나, 사회 약자·중소기업·빈곤층 등과 직결되는 이슈 등을 크로스 커팅 이슈로 정의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데, 드디어 이들이 FTA에도 포함되게 되었다. 더욱 CPTPP·USMCA 등에서 크로스 커팅 분야는 물론, 경제협력·국영기업·중소기업·규제조화, 환율조작 금지 등이 논의되는 등 무한 확장 중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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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FTA 형태가 다양하게 변화하는 외부 진화 현상을 살펴보자. 외부 진화 역시 3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첫째로 FTA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초기의 양자 FTA가 현재는 다자 FTA·복합 FTA·대륙 간 FTA·도시 간 FTA 등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특히 FTA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동일한 국가와 양자, 다자간에 여러 번 FTA를 추진하는 복합 FTA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베트남과 총 5회, 중국과도 5회, 일본과 4회, 호주와 4회, 미국과 3회, 인도와 3회 등의 복합 FTA가 예상되는데 기업들은 이 중에서 가장 유리한 FTA를 선정하여 거래해야 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아마도 기업들에게 복합 FTA가 FTA 활용 시 가장 어려운 문제일 것이므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로 복수국 간 무역협정도 진화한다. 모든 산업분야를 포괄하지 않고 특정분야를 대상으로 다수의 국가들이 참여하는 WTO PTA(Plurilateral Trade Agreement: 복수국 간 무역협정)도 교역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은 엄밀히 말해서 FTA는 아니지만 WTO가 인정하는 일종의 특정분야 FTA라고 볼 수 있다. 현재 PTA는 4개가 있는데 서비스 분야의 TISA(Trade In Services Agreement: 서비스협정), IT 분야의 ITA (Information Technology Agreement: 정보기술협정), 환경상품의 EGA(Environmental Goods Agreement: 환경상품협정), 정부조달 시장의 GPA(Government Procurement Agreement: 정부조달협정) 등이다. 셋째로 광의의 FTA도 계속 출현하고 있다. 역시 엄밀히 봐서 FTA는 아니지만 넓은 의미에서 볼 때 FTA와 특성이나 효과가 유사한 광의의 FTA 등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WTO·UN PTA(Preferential Trade Agreement: 특혜무역협정)들로서 선진국이 최빈 개발도상국에게 부여하는 GSP(Generalized System of Tariff Preference: 일반특혜관세제도), UN 산하 개도국 간 특혜 무역협정인 APTA(Asia-Pacific Trade Agreement: 아시아 태평양 무역협정), UNCTAD의 개발도상국 간 특혜 무역협정인 GSTP(Global System of Trade Preference Among Developing Countries: 개발도상국 간 특혜무역제도), WTO·GATT의 개발도상국 간 특혜 무역협정인 TNDC(Trade Negotiation Among Developing Countries) 등이 있다. 또한 WTO의 통관제도 개선 협정인 TFA(Trade Facilitation Agreement: 무역원활화 협정), 업무 용품 무관세 임시 통관 제도로서 상품 여권인 ATA Carnet(Admission Temporaire, 불어 + Temporary Admission, 영어의 합성어이며 Carnet는 불어로 표 또는 증서), 9.11 사태 이후 도입된 세계 무역안전제도인 AEO (Authorized Economic Operator: 수출입 안전관리 우수공인업체) 등 FTA는 아니지만 FTA와 유사한 형태와 효과를 창출하는 특수 분야 무역협정 등이 지속적으로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실제 교역 현장에서 FTA와 마찬가지로 업종과 상품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복잡하고 다양하게 전개되는 FTA,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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