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 교수, 부동산융합포럼서 ‘현대도시의 쟁점: 아곤과 시설’ 강연
스마트 시티, 좋은 도시 수단... ‘제도와 시설 중요성’ 강조

제291회 부동산융합포럼서 강연 중인 백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사진: 스타트업4)
제291회 부동산융합포럼서 강연 중인 백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사진: 스타트업4)

[스타트업4]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백진 교수는 18일 한국부동산개발협회와 한국M&A융합센터가 공동 주최하는 제291회 부동산융합 포럼에서 ‘현대도시의 쟁점: 아곤(Agon)과 시설(Institution)’을 주제로 강연했다.


백진 교수는 서울대 건축학과 학사·석사, 미국 예일대 건축학과 석사를 거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건축학과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상학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건축·도시·환경 문제를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좋은 도시는 어떤 도시인가?

사람들이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어느 도시에 살까?’라는 거다. 백진 교수는 좋은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에 중점을 두고 강연을 이어갔다. 백 교수는 “예전 1년간 지냈던 일본 닛포리 집 근방에 에도시대에서 메이지시대까지 사용됐던 공동묘지가 있었다”며 “현재 공원처럼 활용 중인데 죽음과 삶의 경계가 바로 곁에 맞붙여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유동적인 인구, 기차·버스·지하철 등 환승구간이 생기고 빠른 정보교환이 가능해진 ‘메트로폴리스’의 등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트로폴리스는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됐으며,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결정장애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스마트 시티는 좋은 도시일까?

이날 백진 교수는 메트로폴리스가 중요해진 이유로 효율성을 꼽았다. 집단이 무엇을 중요시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 거다. 또 백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세계 최대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 ‘네옴’에 주목했다. 그는 스마트 시티가 좋은 도시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좋은 도시 성립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스마트 시티가 좋은 도시라 할 수 없는 이유는 생산성의 노예가 되는 등 스마트 도시 속에서 끊임 없이 더 빨리 빨리를 추구하는 역설의 상황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백진 교수는 고대에서부터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야기를 전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윤리학과 정치학 책에서 좋은 도시에 대해 물자를 빨리 공급하거나 범죄 예방을 해주는 도시라고 여기지 않았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자아실현을 하는데 다른사람과의 관계로 인해 자기를 더 실현하고 바뀌어 가게 만들며, ‘관계 만들기’는 도시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했다. 즉, 이런 관계 형성이 도시의 근본적인 기능적 역할이라고 본 것이다.

 

제도와 시설, 차이와 동일성에 주목

이번 포럼에서 백진 교수는 제도와 시설 설명을 위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레스테스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 설명을 도왔다. 그는 제도가 없었다면 어머니를 살해한 오레스테스가 아테네 배심원들이 참여한 재판에서 무죄로 판결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테네는 제도와 시설을 바탕으로 한 도시라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가장 중요한 그리스 도시의 구성 요소는 비극이 열렸던 극장이다. 백 교수는 “극장이 중요한 이유는 그리스 시민에게 상대방(페르시아) 입장에서 사건을 보며 대리 경험하고 그 결과에 대해 반성하게 되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렇듯 제도와 시설은 뗄 수 없는 관계로 차이와 동일성에 관해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우리 또한 차이점을 알아가는 장이 마련돼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플랫폼, 새로운 생활·개념 변화 눈길

제도와 시설은 끊이지 않는 피해 보복을 끊게 만든다. 이는 차별과 적대감을 제도·시설을 통해 차이와 생산적 갈등(Agon)으로 바꾸게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플랫폼으로서의 시설 변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효율성보다 시설 관점에서 바라보면, 본인이 알고 있던 시설이 자기 변형을 통해 새로운 성격으로 바뀌어가는 성질을 보여준다.

일본 더 스퀘어 호텔의 경우 뉴욕 에이스 호텔을 벤치마킹해 로비를 투숙객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개방했다. 이로써 시민들과 투숙객이 자연스럽게 같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갔다. 또한 부천 아트뱅커 등 폐산업시설을 활용한 새로운 시설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생활 상의 변화 및 개념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다.


차별과 적대감, 차이와 생산적 갈등으로

백진 교수는 이번 포럼에서 기피시설·혐오시설은 필연적으로 논의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히며, 특수학교 건립 반대, 태릉성당 납골당 반대 등 님비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또 정의와 자비를 위한 교정시설도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부분 중 하나다. 지금 우리나라의 당면과제는 과밀 수용 해소, 수용환경 및 교도관 업무복지환경 개선 등 정상환경 구현과 님비현상 극복이 남아있다.

동아일보 및 타 매체에 의하면 5인용 방에 16명이 수용돼 생활 중이다. 백진 교수는 이런 상황에 대해 “범죄자의 열악한 환경은 물론 교도관도 교화에 한계를 느낀다”며 ”수감자 중 97%가 형기를 마치고 다시 사회로 나가는데 결국 우리에게 좋지 않은 상황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국내 동부구치소는 도심지에 있지만 님비현상이 없는 유일한 곳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배경을 살펴보면, 동부구치소는 서울동부지검과 서울동부지법이 연결돼 문정동 법조타운이 형성됐기에 가능했다.

백 교수는 “갈등을 차별이 아닌 차이의 형태로 모아지면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공동의 장을 마련해주는 게 제도와 시설이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번 부동산융합포럼에서는 튼튼한 기초를 바탕으로 하는 제도와 새로운 변화로 나아가기 위한 시설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스타트업4=박세아 기자] pkl219@startup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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