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군사혁신을 촉진하는 최적의 대안
LIG넥스원 강동석 연구개발본부장(상무) 기고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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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과학기술 발전은 미래 전쟁과 국방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군사(Military)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밀리테크(MiliTECH)는 전쟁의 승부를 판가름하는 핵심 군사기술이자 산업기술의 총아다. 향후 국방분야에서 인공지능전, 사이버전, 우주레이저전으로 확장되며, 큰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열리리라 예상된다. 이번 기고문을 통해 방위산업에 인공지능(이하 AI)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국방 환경과 미래 전장 변화 및 AI의 필요성

최근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에서 전략적 경쟁과 군비증강, 비군사적 위협의 증가 등으로 인해 불안정한 안보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저출산으로 인한 군 병력 감축도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투력 저하를 방지하고, 미래 국방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이 접목된 무인이동체를 활용한 전투력 극대화 방안이 필요하다. 

현대전은 지휘, 통제, 통신을 통한 정밀타격과 물리적 파괴가 기본 개념이었다. 이에 반해 미래전은 정보, 감시, 정찰 체계와 정밀타격 무기체계를 통합한 네트워크 중심전(NCW)으로 변화 중이다. 복합체계에서는 표적 식별, 무기 할당, 타격, 평가, 임무 재할당의 임무 사이클을 근실시간으로 처리 가능해야 하며, 표적을 먼저 멀리서 발견하고, 적의 사정거리 밖에서 발사해 명중시켜야 한다. 또한, 신속히 타격 결과를 평가하고, 타격 효과 미달성 시 빨리 임무를 재개해야 한다. 

이러한 전장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군사 강국들은 군과 민간 협력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확보 및 도입을 가속화 하는 중이다. 미국은 기존 무기로는 더이상 군사적 우위를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경쟁국과 기술격차를 벌리고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 활용 중이다. 

특히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계학습, 인간과 기계의 협동 및 협업, 로봇, 자율무기 확보를 추진 중이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조종사 임무를 지원하는 로봇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륙, 착륙은 물론 돌발 상황에서도 자동 운항이 가능한 비행조종사를 대체하는 시스템으로, 보잉 737 시뮬레이터에서 항공기를 안전하게 착륙시켰다. 또한, 미 해군은 AI를 활용한 잠수함 전술통제체계 개발을 추진해 위협 대응, 지휘 및 결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중국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미국 추월 전략을 추진하면서 AI 기업육성과 AI 혁신 플랫폼 구축 계획을 2018년까지 계획하고 실행했다. ‘AI 기술 국가 실험실’이라는 국영 AI연구소를 설립해 바이두, 알리바바 등의 기업과 협력을 진행 중이다.

 

미래 무기체계에서 AI의 역할

이러한 전장환경 변화에 따라 현존하는 다양한 감시정찰 체계를 비롯한 다양한 무기체계 분야의 AI의 활용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으며, 군사분야에서의 AI 활용 분야는 다음과 같다.

전자광학 장비는 카메라 필름 대신 전자광학장치를 부착하고, 촬영된 영상을 전기적 신호로 바꿔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가시광선과 적외선 파장 영역을 이용해 영상정보를 생성하는 전자광학 시스템에서는 안개, 비, 번짐, 낮은 해상도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안개와 해무 등에 의해 품질이 저하된 영상을 깨끗한 이미지로 복원하고, 효율적으로 빗줄기를 제거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 기술적 과제다. 

또한, 고기동하는 장비로 인해 센서가 움직이고, 표적이 이동함에 따라 영상 내에서 발생하는 번짐 효과를 제거하고, 낮은 해상도 영상을 고해상도 영상으로 복원해야 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AI가 필요하다.

해상 작전 중 소나를 이용한 수중 표적 식별도 어려운 분야 중 하나다. 매일 수중 환경 및 수온이 달라지며, 해역별로도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식별 신호가 해저 암반이나 침몰선에서 돌아오는 반향음인지, 돌고래 등 수중 생물이 내는 소리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음향 신호 수신 방향과 음파 특성만으로 식별이 어려워 숙련된 음향탐지사의 경험에 많이 의존하기 마련이다. 모의 수중잠수함을 활용해 여러 위치와 자세에서 다양한 음파를 반복 제공해 AI로 학습시킨다면 종합적인 판단능력의 비약적인 향상이 가능하다. 

전자전 장비는 적군이 사용하는 전파 사용을 탐지해 지휘, 통제, 통신 및 전자무기체계 기능을 마비 또는 무력화시킨다. 또한, 적의 전자전 활동으로부터 아군의 지휘, 통제 및 전자 무기체계를 보호하는 전자무기체계를 보호한다. 현재까지 전자전 장비는 미리 위협정보를 획득해 사전에 위협테이블을 생성하고, 신호 식별 시 테이블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미래 전장환경에서는 대량의 광범위한 신호가 출현하고, 신호 모호성이 증가해 기존 방식으로는 아군의 생존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AI를 이용한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적용해 전자파를 식별하고, 재밍기법을 자율적으로 가변하는 지능화된 적응형 전자전 기술을 개발 중이다. 기존 방식과 달리 위협 라이브러리가 자동 생성되므로 위협 인식 성능이 개선된다.

최근 자율비행 기술 발달로 정찰, 공격, 공중 급유 등 다양한 무인항공기(unmanned aerial vehicle·UAV)가 개발 중이다. 육군은 드론과 로봇을 활용한 드론봇 전투단 창설계획을 발표하면서 전장 판도를 일거에 바꾸는 첨단 비대칭 전력으로 강조했다. 

드론봇 전투체계는 전투효율성 향상은 물론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체계다. 현재는 대부분 운용자 1명이 무인기를 단독으로 운용 중이나 통신 및 제어기술 발달로 다수의 무인기를 동시에 운용할 수 있게 됐다. 다수의 무인기를 활용하면 협업을 통해 복잡한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육군은 ‘벌떼(군집) 드론’을 활용해 대규모 병력을 무력화하고, 원거리 핵심 표적 타격 임무를 수행하는 개념을 공개했다. 다중 드론들이 상태, 영상 정보를 기반으로 전장상황을 인식하고, 전장관리체계와 전장상황을 공유해야 한다. 초연결, 초지능형 정보융합을 위해서는 AI 기술이 필수적이다. 

현재 지휘통제 체계는 제약이 많다. 복잡한 시스템을 통해 방대한 정보가 처리돼야 하는 급박한 전장환경에서는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개인의 경험과 전문성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능형 지휘통제체계는 제대별, 계층별, 작전 유형별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참모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까지의 AI는 판단 근거를 제시할 수 없는 알고리즘이고, 현장 지휘관이 AI의 의견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AI의 판단 근거가 필요하므로 군사전문가가 이해 가능하도록 정보 간 연관관계 및 이유가 군사적으로 설명돼야 한다. 국방분야 다종 데이터 인식결과에 대해 이유를 설명하는 수학적·확률적 모델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전장 상황인식 및 작전 결심 지원추천, 작전 실행결과 예측 모델 개발 등 의사결정 기술에 대해서도 고도화된 연구가 필요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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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정비를 뛰어넘는 스마트 군수 혁신

우리 군이 운용하는 장비는 3만 종이 넘고, 관련 수리부속품은 52만 종이 넘는다. 고가에 획득해 배치한 장비들의 가용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수리부속 수요를 정확히 예측 및 조달하고, 적시에 정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정비사업은 부품을 사전에 구매해 재고형태로 관리하고, 장비가 고장나면 단순히 수리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방위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품과 서비스를 연계시켜야 한다. 

미 육군군수지원단(LOGSA)은 스트라이커(Stryker) 장갑차에 장착된 17개 센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맞춤형 정비 스케줄을 개발하기 위해 2017년 IBM의 인공지능인 왓슨(Watson)을 도입했다. 

IBM은 인지컴퓨팅 플랫폼을 활용해 예방정비를 포함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미 육군에 제공한다. 왓슨은 스트라이커 장갑차 부품의 공급망을 분석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수리부속 공급계획을 수립한다. 전체 수리부속 배송 요청 중에서 10% 정도만 왓슨으로 분석했음에도 연간 약 100만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사는 ALIS라 불리는 자율 군수정보 시스템을 구축했다. F-35 항공기 기체 상태와 정비 작업 정보를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 사용자들과 기술자들에게 전송한다. ALIS는 F-35 기체에 장착된 각종 센서로부터 비행 간 발생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이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해 부품 검사 및 교체 시점을 정비사에게 알려준다. ALIS는 F-35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관리하는 통합체계로 훈련, 계획, 정비, 공급망까지 관리한다. 

선진국들은 이와 같이 단순한 무기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부품, 창정비 서비스까지 패키지화해 제공하는 성과기반군수(PBL)를 확대 중이다. 우리 군에서도 일부 항공기와 장갑차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나 아직 초기 단계다. 

장비 운용에 대한 정보는 군 내부로 한정된 경우가 많다. 업체에서 요청하더라도 보안 문제로 거부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형 등 장비 운용 환경에 대한 정보도 부족해 데이터 분석에 제약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AI 적용을 통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향후 무기체계 신규개발 및 성능 개량을 추진할 때에는 센서 장착을 확대해야 한다. 군수를 정비분야에만 국한하지 말고, 전체 공급망관리 관점에서 바라보며 AI를 적용할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군수정보체계 입력데이터 양식과 내용을 보완해 무기체계 개발 및 제조업체와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스마트 공장

스마트 공장은 공장자동화(FA)를 뛰어넘어 다양한 정보통신기술과 제조기술이 결합된 지능화된 공장이다. 공장자동화가 공정별 자동화와 최적화를 목표로 한다면, 스마트 공장은 전체 공정 최적화를 목표로 한다. 

방위산업 생산공정은 다품종 소량생산 형태다. 기존 생산기술 업무는 초도 생산을 진행하면서 생산방법 및 물류를 검증하고, 문제를 해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산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생산 준비 단계에서부터 공정을 모델링(설계)하고 검증(시뮬레이션)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LIG넥스원 공정설계 업무에 공정 M&S 소프트웨어(Flex Sim)를 적용해 사전 검증이 필요한 생산라인에 대해 가상공장(virtual factory)을 모델링했다. 가상공장은 다양한 생산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해 생산라인 밸런스, 물류 흐름 등의 문제를 사전에 식별, 분석하고 최적의 생산조건을 도출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제조현장 경험기술이 풍부한 엔지니어가 선제적으로 생산 준비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중장기적으로 가상공장 모델을 실제 공장과 연계해 빅데이터를 통한 생산성과 품질확보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통합 시험관리시스템이 구축되면, 자동화된 공정에서 생산 및 품질 문제를 예측해 사전 대응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국방 환경과 미래 전장 변화 속에서 미래 무기체계에서 AI의 역할, 스마트 군수혁신, 스마트 공장에 대해 살펴봤다. AI는 군사혁신을 촉진하는 최적의 대안이다. 민·관·군 협력 체계를 구축해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국가 차원에서 지속적인 AI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 LIG넥스원은 AI가 이끄는 이런 변화와 도전에 한발 앞서 혁신하고 대응하며, 국방뿐 아니라 미래 산업을 리딩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LIG넥스원 강동석 연구개발본부장(상무)

LIG넥스원 강동석 연구개발본부장(상무)

LIG넥스원 기계연구소장 및 ILS사업부장을 거쳐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전자파학회 부회장과 한국해군과학기술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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