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질 되는 기업의 이익, 국가의 이익, 공공의 이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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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백신 특허 관련 논쟁이 뜨겁다. 백신이 출시되기 전에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관련지식재산권협정(TRIPs) 제31조에 규정된 백신에 대해 강제실시권을 허여해야 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최근에는 일시적으로 백신에 걸려있는 특허를 아예 면제해야 한다며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코로나 백신 관련 TRIPS 조항을 면제해달라는 요청을 해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제약사나 제약사를 보유한 국가들은 반대하고 있지만 결국 특허 장벽에 가로막혀 전 세계적으로 공급량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특허를 면제하면 추가적인 연구가 가로막힐 수 있다. 특허제도 자체의 신뢰성이 붕괴할 수 있다는 것도 일리 있는 주장이다. 

 

TR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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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S는 Trade Related Intellectual Properties의 줄임말로 WTO 회원국에 적용되는 '무역관련 지식재산권에 관한 협정'이다. 지식재산권의 국제적인 보호와 침해에 대한 구제수단, 보호수단 등을 명기하고 있으며 협약국 모두에 적용된다. 

올해 3월 아프리카 출신의 새로운 사무총장이 선임됐다. 작년 말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코로나 백신 관련 TRIPS조항을 면제함으로써 일시적으로 특허를 유예해달라고 제안했다. 새로운 총장은 몇몇 국가들이 국가별 인구 대비 백신을 확보하는 데 심각한 제약이 있다고 지적하며, 백신 생산과 공급 확보를 위한 TRIPS 면제의 논의를 지지했고, 결론을 도출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과거 WTO는 1990년대 아프리카에서 에이즈가 창궐해 의료 비상상황에 직면한 국가는 특허권을 면제해 복제약을 제조할 수 있도록 허가한 전례가 있다. 

백신을 제조할 수 있는 선진국들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는데, 5월 5일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 보호를 일시적으로 해제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혀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강제실시권제도란

강제실시권제도는 TRIPs 제31조에 규정돼 있는 것을 각 협약국이 자국 내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협정 제31조에서는 합리적 기간 내에 합리적 계약조건으로 권리자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을 수 없는 경우, 국가비상사태 혹은 긴급한 상황, 공공의 비영리목적 등의 경우에 통상실시권이 설정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당초에는 자국 내 공급을 위해서만 강제실시권을 허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2017년 개정을 통해 제31조의 2를 신설해 협약국으로의 수출을 위해서도 실시권을 허여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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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과 같은 사변에 있어서 국가는 특허를 수용하든, 제3자가 실시할 수 있도록 강제적으로 실시권을 허여할 수 있다. ▲공익적 목적을 위해 국가가 권리자의 권리를 유보하는 것으로 특허권 등이 부당하게 사용되는 경우 ▲특허발명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특허발명이 강제실시권 이외의 방법을 통해서는 이용할 수 있는 합리적 대체 수단이 없는 경우 등 상당히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국가가 결정하거나 실시하고자 하는 제3자의 신청에 따라 허용된다. 

 

국가가 결정하는 경우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 시에 주무부 장관의 신청에 따라 특허청장이 결정해 특허를 수용하거나 실시권을 제3자에게 허여할 수 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비상업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을 때로서 특허권자와의 협의 또한 면제된다. 

 

제3자의 신청에 따라 허용되는 경우

특허발명이 실시되지 않거나 불충분하게 실시되는 경우,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질병치료를 위해 의약품 수출목적으로 제3자가 직접 실시하고자 하는 경우 특허청에 재정을 청구해 실시권을 허여받을 수 있다. 

의약품의 경우 다소 요건이 완화되어 있으나 이는 오로지 수출 목적인 경우에 그러하고, 국내에서 생산하고자 하는 경우라면 앞의 세가지 경우(불실시, 불완전실시, 공익적 목적)에 해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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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도 강제실시권이 허가된 경우는 손에 꼽는다. 2002년 브라질에서, 2007년 태국에서 에이즈 치료제 협상 실패 이후 강제실시권이 허여된 바 있다. 9.11테러 이후 미국은 독일 바이엘사의 탄저 치료제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바이엘사의 특허권에 대해 강제실시권을 허가했다. 

강제실시권이 허여된 이후 가격이 폭락할 위기에 처해지자 치료제 회사들은 가격을 낮춰 재협상을 해 강제실시권을 해소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2003년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에 2009년에는 에이즈 치료제인 푸제온 대해 재정청구가 됐으나 두 번 모두 공공의 이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기각된 바 있다. 신종플루 사태 때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에 대해서도 강제실시권이 검토됐으나 청구되지는 않았다. 

 

특허권 면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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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이 돌면 강제실시권, 특허권면제에 대한 사항은 항상 논의되어 왔다. 인도적인 차원을 요구하는 측면과 혁신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측면 모두 과다하게 틀렸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 논의는 쉽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이 부족한 데 선진국들 위주로 백신이 공급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강제실시권이나 특허면제가 이뤄질 경우 제약사들이 투자한 노력에 대한 보상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허가 면제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제약사들의 높은 반대의 목소리는 차치하더라도, 국가 간 만장일치에 가까운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특허를 면제하더라도 상표나 영업비밀과 같은 다른 지식재산권까지 면제를 해줘야 하는지 등 범위의 문제도 있다. 제약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는 피상적인 내용만 존재하고 핵심은 영업비밀로 보호하고 있어 특허만 면제되면 타 제약사들이 백신 생산에 이르기는 어려울 수 있다. 

또한, 특허가 면제되더라도 제대로 생산에 이르려면 화이자나 모더나 같은 제약사 기술자의 기술지도가 필요한데 여기까지 강제하기는 쉽지 않다. 생산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안정성 신뢰성 검증 그리고 면역력의 검증이 필요하다. 

마지막은 원재료 문제다. 지금도 원료 공급부족 문제가 있는데, 백신 복제품이 여기저기서 생산이 되면 백신의 원료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고, 결국 생산하고 싶어도 재료가 없어 생산하지 못하는 개점휴업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국내에도 원액에서 완제품까지 생산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논의되고 있는 모더나나 화이자의 백신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으로 만들어진 백신인데, 국내에는 mRNA 기반의 백신을 개발하거나 생산해본 기업이 없다. 

특허 면제 논의도 한참 멀었는데 면제가 되어도 백신이 적절히 공급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걸음도 걷기 전에 두번째 걸음을 걱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르다. 사상 초유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에서 기업의 이익, 국가의 이익, 공공의 이익 등 많은 이익이 저울질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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