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용 트렁크·드로즈 제작
기능성과 활동성에 집중

스탠더스 임하경 대표. (사진=스탠더스 제공)
스탠더스 임하경 대표. (사진=스탠더스 제공)

[스타트업투데이] 스탠더스의 임하경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흔히 말하는 ‘남자 같은’ 아이였다.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에 의해서 피해라면 피해를 받으며 살아오기도 했죠. 오랜 세월 동안 그런 고정관념과 싸우기도 하고 저의 개성을 유지하면서 ‘여성들에게 여성스러운 것은 무엇일까?’라는 자연스러운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과를 졸업한 후 장애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에 종사하던 임 대표는 장애인들을 차별로 몰고 가는 비장애인들이 말하는 ‘차이’에 대해서도 꾸준히 생각했다.

그녀는 두 가지 차별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이분법과 고정관념의 모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성별 이분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속옷에서 고정관념을 깨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여성용 사각팬티를 고안했다. 

여성들을 불편함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 일상의 제품들을 선보이고, 나아가 장애인들의 해방을 위한 제품과 공간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 중인 브랜드 ‘스탠더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인하고 활동적인 여성을 위한 속옷

스탠더스는 여성용 사각팬티를 선보이는 속옷 브랜드다. (사진=스탠더스 제공)
스탠더스는 여성용 사각팬티를 선보이는 속옷 브랜드다. (사진=스탠더스 제공)

“약 4년 전, 무작정 성별 이분법을 타파하는 미닝 아웃(meaning out)을 실현하는 사업체를 만들고 싶단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에서 기대하는 연약하고 아리따운 여성의 모습을 대변하고 강조하는 물건들이 아닌, 여성 주체적이고 강인하며 활동적인 모습을 추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품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죠.”

임 대표는 사각팬티를 아이템으로 선정한 후, 곧바로 언더웨어 아카데미를 수료했다. 패턴을 개발하고 펀딩을 시작해 여성용 드로즈 브랜드 ‘톤포투’를 론칭했다. 그렇게 3년이라는 기간 동안 언더웨어 분야에서 점차 기술력과 지식을 쌓아가며 발전시키다 현재 ‘스탠더스’라는 이름으로 창업 철학과 신념을 이어오게 됐다.

스탠더스는 여성용 드로즈 및 트렁크 라인을 전개하는 속옷 브랜드다. 여성용 드로즈 패턴과 관련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을 만큼 기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여성용 사각팬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루즈한 핏의 ‘트렁크’와 레깅스처럼 몸에 딱 붙는 ‘드로즈’가 그 종류다. 스탠더스는 트렁크와 드로즈 모두 선보인다.

스탠더스의 드로즈. (사진=스탠더스 홈페이지 갈무리)
스탠더스의 드로즈. (사진=스탠더스 홈페이지 갈무리)

스탠더스는 드로즈에 말림 방지 특허 기술을 적용했다. 다양한 활동에도 드로즈 다리 끝단이 쉽게 말려 올라가지 않아 고정력이 우수하고 장시간 착용에도 안정적이고 편하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속옷 제작에 모달이나 면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스포츠 활동이나 장시간 업무를 볼 때도 땀이나 분비물 등에 방해받지 않도록 다양한 기능성 원단을 사용했다. 

“초경량이라 가볍고 땀이나 세탁 후에도 빠르게 건조되는 ‘에어라이트 제품’, 레깅스보다 신축성이 좋은 ‘운동용 요가 드로즈’ 등 기능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탠더스의 트렁크. (사진=스탠더스 홈페이지 갈무리)
스탠더스의 트렁크. (사진=스탠더스 홈페이지 갈무리)

트렁크 라인은 몸에 달라붙진 않지만, 통이 너무 넓지 않게 디자인해 집에서 단독으로 입어도 속이 쉽게 보이지 않게 실용성을 챙겼다. 나아가 분비물 등을 안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바지처럼 납작한 패턴이 아닌 아래를 받쳐주는 입체적인 패턴으로 제작했다.

임 대표는 스탠더스에 꾸준히 관심 갖는 일명 ‘찐팬’ 구매자는 약 400명 정도고, 그 외의 인원은 유동적이라고 전했다. 처음에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모험적인 성향의 젊은 여성이 주 구매자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생각과는 달리 10대나 20대 초반 구매자보다 중년의 여성이 많이 구매하는 등 다양한 연령대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의 몸과 마음의 해방을 위한 노력

스탠더스의 사각팬티는 기능성에 집중했다. (사진=스탠더스 제공)
스탠더스의 사각팬티는 기능성에 집중했다. (사진=스탠더스 제공)
스탠더스의 드로즈. (사진=스탠더스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스탠더스의 드로즈. (사진=스탠더스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어느 순간 여성용 사각팬티가 유행처럼 퍼지게 되면서 여성들에게도 사각팬티라는 선택지가 확실하게 생겼다. 임 대표는 그러한 유행은 분명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한편으로는 전혀 속옷의 퀄리티를 갖추지 않고 유행을 따라 생긴 브랜드가 많다는 점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사각팬티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심리스 사각팬티가 같이 인기를 끌었는데, 이 점도 저에겐 속상했습니다. 그동안 여성용 팬티가 불필요한 레이스가 달리고, 화려하기만 할 뿐 작거나 편하지 않았던 이유는 착용감보다 그걸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제작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각팬티를 고안하고 제작한 것인데, 심리스 드로즈는 아직은 대부분의 경우 내구성이나 고정력에서 떨어집니다. 결국, 사각팬티가 유행해도 또 보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불편한 속옷을 사고 있는 행동이 반복됐습니다. 물론 모든 심리스가 내구성이 떨어지고 불편한 건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심리스 드로즈를 찾지 못한 구매자라면 스스로 내가 왜 드로즈를 사려고 하면서 동시에 심리스만 고집하는지 자문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마음의 해방을 위한 서적을 함께 판매한다. (사진=스탠더스 홈페이지 갈무리)
마음의 해방을 위한 서적을 함께 판매한다. (사진=스탠더스 홈페이지 갈무리)

임 대표는 사각팬티는 '여성들의 해방'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전달하기 위해 스탠다스 온라인몰에서 서적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몸과 마음의 해방을 나눠서 사각팬티는 '몸의 해방'을 나타내며 서적은 '마음과 영혼을 정화'할 수 있는 서적들로 꾸렸다고 전했다. 모두 여성들의 웰빙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뜻이 있는 물건으로 일상, 생각, 사회 바꾸고파"

와디즈에서 3회에 걸쳐 펀딩을 진행했다. (사진=스탠더스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와디즈에서 3회에 걸쳐 펀딩을 진행했다. (사진=스탠더스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스탠더스는 와디즈에서 세 차례 펀딩을 진행해 모두 1,500~2,600%의 펀딩률을 달성했다. 임 대표는 홍보를 하지 않아도 구매자들이 입소문을 내고, 그렇게 추천받은 구매자가 후기를 남기는 것을 볼 때 가장 기쁘다고 전했다. 

"저희의 사각팬티는 말림 없는 편안한 패턴, 질 좋은 허리 밴드, 기능성 원단 등을 사용합니다.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착용감과 봉제 퀄리티, 원단부터 모든 것이 한국에서 제작된다는 점은 저희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

스탠더스는 이제는 거대한 기업이 된 로우로우와 마뗑 킴, TRVR 등의 기업들을 롤 모델로 두고 애정과 기대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임 대표는 이들 모두 확실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있고, 고객들과 정감 있고 따뜻하게 소통한다고 전했다. 그녀는 그 브랜드를 아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느낌을 주는 멋진 기업들이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라인의 사각팬티. (사진=스탠더스 홈페이지 갈무리)
다양한 라인의 사각팬티. (사진=스탠더스 홈페이지 갈무리)

“뜻을 가지고 만든 물건은 일상을 바꿉니다. 일상이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바뀐 생각들은 모여 사회를 바꿉니다.”

스탠더스는 이 철학을 바탕으로 2022년에는 몇 가지 신제품을 더 출시하고, 소수자들을 위한 캠페인 활동 진행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화보 촬영, 영상 촬영 등으로 차별 금지 메시지를 전달하는 활동을 할 예정이다. 

임 대표는 상의 여성 속옷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상의 속옷을 착용하는 것은 이제 여성들의 선택 사항이 되어가고 있기도 하고, 아직 팬티로 제작하고 싶은 기능성 라인들이 많기 때문에 이것들을 먼저 제작하고 싶다는 것이다.

상의 속옷을 만들게 된다면 삼각팬티에서 사각팬티를 입었을 때의 그 해방감처럼 기존 속옷보다 스탠더스 제품이 ‘훨씬 더’ 편하다는 인상을 남기고 싶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스타트업투데이=신서경 기자] sk@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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