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보호의 필요성과 사업주 부담능력의 충돌 지점에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법 적용을 둘러싼 싸움의 핵심은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하여 일부 규정만 적용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을 자체에 확대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게티이미지뱅크
5인 미만 사업장 노동법 적용을 둘러싼 싸움의 핵심은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하여 일부 규정만 적용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을 자체에 확대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투데이]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법 적용을 둘러싼 노사단체와 정치권의 공방이 추운 겨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싸움의 핵심은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하여 일부 규정만 적용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을 자체에 확대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장에는 적용하지 않도록 하였다. 이에 근거하여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1969년부터 30인 이상 사업장은 전면적용하고, 16인 이상 사업장은 부분적용을 하였다. 이후 전면적용 대상은 1975년 16인 이상, 1987년 10인 이상, 1989년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되었으나,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1999년 이래 오늘날까지 부분적용을 유지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조항은 ▲해고 등의 제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과 우선 재고용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부당해고등의 구제신청 ▲근로시간 ▲연장근로의 제한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등이다. 

2019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체는 132만 개소(전체의 61%), 종사자 수는 356만 명(전체의 19%)에 달한다. 따라서 전체 근로자 10명 중 2명은 「근로기준법」에 의한 부당해고나 근로시간 제한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의 핵심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

그렇다면 최저기준 보호의 기본법이라 할 수 있는 「근로기준법」의 핵심 내용을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논거는 ①영세사업장의 부담능력이 열악한 현실 ②국가 근로감독 능력의 한계 ③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위한 입법정책적 노력 등 세 가지였다. 

그러나 적용 확대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영세사업장의 근로 현실이 열악하기 때문에 국가가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점, 근로감독 능력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고 필요하면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점, 확대 적용의 입법정책적 노력이 1999년 이래 오랫동안 중단되고 있다는 점을 반론으로 제기한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국회 계류법안을 유형화하면 ①예외 없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는 방안 ②모든 사업장 적용을 원칙으로 하되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제한 등 일부 규정은 적용 제외하는 방안 ③5인 이상 사업장 적용 원칙을 유지하되 해고, 근로시간,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을 적용하자는 안으로 나뉜다. 이외에도 동거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장 및 가사사용인에 대해서도 확대하자는 안과 현행 적용제외를 유지하자는 안이 있다. 

 

자료=임무송 교수
자료=임무송 교수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

5인 미만 사업장과 관련된 헌법재판소 결정은 네 차례 있었는데, 근로기준법의 일부 규정과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제외하는 것은 ‘합헌’이라고 판단하였다. 반면 모든 사업장에 동일한 퇴직금제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다툼이 있었는데, 이 역시 ‘합헌’으로 판단되었다. 

첫째, 근로기준법이 4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을 배제시킨 것은 평등권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헌법재판소 1999.9.16. 98헌마310). 

헌재는 ‘상시 사용 근로자수 5인’이라는 기준을 분수령으로 하여 근로기준법의 전면적용 여부를 달리한 것은, 근로기준법의 확대적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한편으로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하고, 다른 한편으로 국가의 근로감독능력의 한계를 고려하면서 근로기준법의 법규범성을 실질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입법정책적 결정으로서 나름대로의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둘째, 4명 이하 사업장에 부당해고 제한, 노동위원회 구제절차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평등권,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헌법재판소 2019.4.11. 2017헌마820). 

헌재에 따르면 4인 이하 사업장은 매출규모나 영업이익이 영세하여 재정능력과 관리능력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경우가 많고, 해고 사유와 절차를 엄격하게 할 경우 인력을 자유롭게 조절하기가 어려워 경기침체 등 기업여건 악화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부상∙질병∙요양기간, 산전 및 산후기간 중의 해고, 연령∙장애를 이유로 한 해고, 남녀차별적 해고나 혼인∙임신∙출산∙육아휴직 등을 이유로 한 해고, 노조가입이나 정당한 단체활동을 이유로 한 해고는 개별법에 의해 금지되고 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의 일부 적용제외는 일부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하고 「근로기준법」의 법규범성을 실질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입법정책적 결정으로서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보았다. 

또 개별 근로관계법상의 해고금지조항는 4인 이하 사업장에도 금지되고 있어 근로기준법의 해고제한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부분을 일부 보완하고 있으며, 해고예고제도는 적용되므로 최소한의 근로자 보호는 이루어지고 있다. 부당해고를 제한하지 않으므로 노동위원회 구제절차를 적용할 실익이 없고, 구제절차 적용은 사업장의 관리비용 증가를 가져온다. 구제명령으로 부과되는 금전보상 등의 부담을 가져오는데, 4인 이하 사업장에게 이를 준수하라고 강제할 만한 여건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고 판시하였다. 

셋째,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는 산재보험 적용에서 제외된다는 산재보험법 제6조의 단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2018.1.15.). 

산재보험법과 같은 법 시행령은 농업, 임업 등의 5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제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2014년 비닐하우스에서 잡초 뽑는 일을 하다가 돌부리에 부딪혀 오른쪽 발가락 등을 다친 근로자가 신청한 요양급여를 불승인한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당시 근로자는 산재법과 시행령의 동 조항이 평등원칙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산재보험을...모든 사업에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이를 운용하는 국가의 관리능력에도 한계가 있고, 안정적 수입구조를 갖지 못한 영세사업주나 산재 발생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업주에게도 강제로 보험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역시 “국가가 재정이나 사회보장 수준을 고려해서 그 내용과 범위를 정할 수 있는 넓은 재량을 갖고 있다”며 “이 법이 현저히 그 재량의 범위를 일탈한 경우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넷째, 사업장 규모에 상관없이 동일한 퇴직금제도를 정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고,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헌법재판소 2013.9.26. 선고, 2021헌바186). 

헌재에 따르면 정년퇴직 근로자의 노후생활보장 및 중간퇴직 근로자의 실업보험이라는 퇴직금제도의 성격과 영세사업장 퇴직근로자일수록 생계보장의 필요성이 더 높음을 고려할 때 사업장 규모에 상관없이 동일한 퇴직금제도를 정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고, 퇴직연금 등의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여 사용자의 퇴직금 부담을 조정·보완하여 왔음을 고려할 때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참고로 그동안 사용자의 현실적 부담을 고려하여 근로자 퇴직금제도의 적용시기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유예되다가(1962년 30인→1975년 16인→1987년 10인→1989년 5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의 제정을 통하여 2010년 12월부터 4인 이하의 모든 사업장에도 동일한 퇴직금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헌법재판소 외관ⓒ게티이미지뱅크
헌법재판소 외관ⓒ게티이미지뱅크

 

근로기준법 등 적용 확대, 노사 상생의 슬기로운 해법은?

헌법재판소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등의 일부 적용제외를 합헌으로 판단한 근거는 상당 부분 사업주와 국가의 능력의 한계에 대한 현실적 고려를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기업규모별 근로조건 양극화를 해결하려면 오히려 영세사업장 근로자에 대한 법적 보호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고, 이를 위한 입법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있다. 법 위반에 대한 제재나 근로감독 방법을 선진화하면 행정부담의 증가를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비근한 예로 소상공인연합회 등 중소기업단체협회의는 2021년 12월에 입장문을 발표하여 “국회가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을 논의한다는 것은 노동계 등의 일방적 주장을 수용한 불합리한 처사”이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근로자들을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기업규모별 격차가 벌어지면서 적용 확대에 대한 사회적 압력은 커지는 분위기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8년 4월, 최저임금법, 고용∙산재보험 등 다른 노동관계법은 근로자 수와 상관없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고, “근로기준법이 다른 노동 관련법에 비해 법 적용의 어려움이 특히 크다고 볼 수도 없다”며 적용 확대를 권고하였다. 

결국, 법적 보호의 적용 확대는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적용 확대의 내용과 수준, 시기를 결정함에 있어 관건은 영세사업주의 부담능력과 적용 확대가 사업 및 고용에 미칠 영향이다. 만일 적용을 확대하더라도 지금이 적절한 때인가 하는 것도 중요한 쟁점이다. 확대적용 내용에 관해 그간 제기된 여러 주장들을 살펴보면 법정 근로시간과 연장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 관련 조항을 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 같은 보편적인 인권 보장에 관한 조항을 근로자 수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해고 조항은 독일도 일정 규모 이하 사업장에는 해고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있음을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영세사업주 입장에서는 인건비 증가가 가장 부담스러운 점이다. 정부도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는 문제는 노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릴 뿐만 아니라 근로자와 사업주, 그리고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이슈들이다.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이래 70여 년 동안 전면적용을 유예하여 왔다는 사실 자체가 이 문제의 복잡성과 민감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철에 서둘러 결정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물론 능력이 되는 사업주들은 선제적으로 적용 확대에 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법을 개정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경제와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충분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적용방안과 보완책에 대하여 노사의 공감과 사회적 합의를 형성한 뒤에 차근차근 추진할 일이다. 정치적 계산으로 이념과 당위를 앞세운 졸속 정책이 약자들의 삶을 어렵게 하는 사태는 지난 몇 년간의 경험으로 충분하지 아니한가. 

 

*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투데이=편집부 ] news@startuptoday.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