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헬스케어의 알고케어 아이디어 베끼기 논란∙∙∙양측 입장 팽팽히 맞서
중기부, 피해기업에 직접 방문∙∙∙증거자료 검토 중
“증거 대부분, 침해자인 대기업 보유”∙∙∙증거 수집 어려워
법조계, “기밀유지협약 반드시 작성할 것” 강조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의 유사성 비교 이미지(사진=알고케어)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의 유사성 비교 이미지(사진=알고케어)

[스타트업투데이] 롯데헬스케어의 ‘캐즐’(Cazzle)이 알고케어의 ‘뉴트리션 엔진’(Nutrition Engine)과 비슷하다며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의 아이디어를 베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 5일부터 8일까지(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박람회 CES 2023에서 알고케어는 ‘뉴트리션 엔진’을, 롯데헬스케어는 ‘캐즐’을 선보였다. 하지만 일부 관람객이 뉴트리션 엔진과 캐즐이 똑같다는 반응을 보이며 양측의 갈등이 시작됐다.  

알고케어 측은 “디자인, 기능 등 여러 부분에서 도용당했다”고 주장하며 “법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사안은 모두 알아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롯데헬스케어 측은 “알고케어의 사업 아이디어를 탈취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제공은 헬스케어 산업이 롯데그룹 차원의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된 시점부터 갖고 있던 아이디어”라며 반박에 나섰다. 

양 측의 갈등이 커지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역시 피해기업에 기술침해 행정조사 전담 공무원과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소속 전문가를 파견하며 조사에 들어갔다. 중기부 측은 “해당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피해기업에 직접 방문해 제시한 증거자료를 검토하고 있다”며 “스타트업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료=김정호 의원실
자료=김정호 의원실

 

대기업의 스타트업 기술 침해 현황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아이디어 도용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정호 위원이 지난해 10월 중기부로부터 받은 2022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조사∙발표된 중소기업 기술유출 및 탈취 피해금액은 2,82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침해가 발생했거나 피해를 인지한 중소기업 피해건수만 해도 280여 건에 달한다. 75%는 이런 피해가 계속되고 있지만, 증거, 입증자료 부족 등으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특허심판 소송을 걸어서라도 자사 기술을 보호하고 싶어도 구제받는 일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특허심판 소송을 걸어도 중소기업 측이 패소하는 비율 역시 해마다 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당사자계 특허심판 현황을 보면 2021년 중소기업의 패소율은 2018년 50%, 2019년 60%, 2020년 71.5%에서 2021년 75%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특허소송 시 침해 및 손해액에 대한 증거 대부분을 침해자인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다”며 “증거 수집의 어려움 등으로 침해 입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술유출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기부는 지난 2018년 12월 「중소기업기술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중소기업기술보호법)을 시행했고 ‘기술침해 행정조사’를 도입했다. 

엔진 부품 제조기업 삼영기계는 지난 2019년 6월 “현대중공업이 납품업체 이원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피스톤 제조기술과 공동 개발한 피스톤 설계도면을 타 중소기업에 무단으로 제공했다”며 중기부에 신고했고 약 3년 뒤인 2021년 9월 중기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침해 분쟁을 소송이 아닌 ‘상생’ 합의로 마무리했다. 

당시 중기부 권칠승 장관은 “기술침해 행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찾아가고 합의에 도달하는 데 당사자가 공감하도록 상생조정위원회를 통해 관계 부처와 소통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삼영기계 한국현 대표는 “현대중공업과 원만하게 합의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좋은 관계로 회복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새로운 상생의 모범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으며 현대중공업 강영 부사장은 “기술분쟁이 법적소송이 아닌 합의로 해결된 만큼, 미래 상생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필요성 강조↑

현대중공업과 삼영기계 간 갈등은 중기부가 양사 분쟁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합의’로 결론을 내렸지만, 대기업의 스타트업 기술 침해 사례는 지속해서 이어지는 모양새다. 

현대중공업과 삼영기계 사례 외에도 LG유플러스가 2021년 출시한 집안일 해결 플랫폼 앱 ‘LG 홈인’은 스타트업 생활연구소가 개발한 앱 ‘청소연구소’의 UI와 UX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KT의 인공지능(AI) 음성 합성 서비스 ‘KT AI 보이스 스튜디오’도 AI 스타트업 네오사피엔스의 ‘타입캐스트’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계에서는 증거를 상호공개하도록 하는 증거수집제도인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 움직임이 보인다. 김정호 위원은 2020년 8월 특허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특허소송의 증거수집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정호 위원은 “대기업의 중소기업∙스타트업 기술탈취는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에 큰 장애 요인이 될 뿐 아니라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을 저해한다”며 “만성적으로 이어져 온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및 특허기술 무단 사용을 이제는 뿌리 뽑을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법조계는 스타트업이 투자사나 대기업과의 미팅에서 기밀유지협약(NDA)를 반드시 맺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알고케어 역시 롯데헬스케어와의 미팅에서 NDA를 체결하자고 제안했지만, 당시 롯데헬스케어 측이 ‘롯데헬스케어 법인이 아직 설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NDA를 체결을 거부했다고 주장한 상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관련 사업을 먼저 시작했다고 해서, 아이디어를 먼저 떠올렸다고 해서 해당 기술을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며 “상용화된 기술이나 서비스는 대부분 특허법이나 저작권법으로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대기업이나 투자사 측에서 과정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NDA를 거부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에서는 아이디어 자체를 법으로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NDA는 필수로 맺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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