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링, “비상교육 ‘기출탭탭’, ‘오르조’ 표절했다” 주장
비상교육, “스마트 디스플레이, 디바이스 고유 특성 해당”
“스타트업 기술침해 사례, 어제오늘 일 아니다”∙∙∙기술침해 피해 사례는?
[스타트업투데이] 에듀테크 스타트업 슬링과 교재 출판사 비상교육이 수능 기출문제 학습 앱을 두고 표절 논쟁을 벌이는 가운데 슬링이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슬링은 9일 “비상교육이 지적재산권(IP)을 침해하고 있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며 공식 입장을 전했다.
이에 비상교육은 “슬링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고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슬링이 주장하는 양사 서비스 유사성이 태블릿 등 스마트 디스플레이 및 디바이스 고유 특성에 해당하는 것으로 독창적인 것이 아니”라고 반박문을 냈다.
“당연한 디자인” vs “피드백 토대로 개발∙론칭”
앞서 슬링은 지난 2일 비상교육이 지난해 12월 출시한 교육 앱 ‘기출탭탭’이 자사가 운영하는 ‘오르조’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슬링은 지난 2020년 태블릿 기반의 기출문제 학습 앱 ‘오르조’를 개발했다. 오르조는 태블릿과 스마트 펜슬을 활용해 수능 등 각종 기출문제, 문제집, 사설 모의고사 등을 공부할 수 있는 교육 서비스다. 자동 채점, 문항별 타이머, 오답노트, 학습플래너 등의 기능을 통해 효율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오르조는 혁신적인 디자인 및 학습기능으로 앱스토어 교육부문 1위, 누적 다운로드 20만 이상, 문제 풀이 기록 1,000만 건 이상을 기록했으며 삼성전자 씨랩 아웃사이드(C-Lab Outside) 4기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7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Series A)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며 기술력과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슬림이 지목한 기술침해 사례는 ‘2분할 화면디자인’이다. 해당 기능으로 학습자는 좌우로 분할된 화면을 원하는 크기로 편리하게 조절할 수 있다.
다만, 비상교육 측은 해당 기능이 교육업계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공지공용의 디자인이라고 주장했다. 비상교육 측이 슬링측에 보낸 내용증명에 따르면 “‘디자인’은 등록된 도면상에 나타나 있는 형상과 모양의 결합 또는 모양에 대해서만 권리가 부여되는 것이지 동적디자인이 아닌 권리에서 그 변형된 디자인까지 권리에 포함한다고 한다면 이는 「디자인보호법」상의 디자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나와 있다.
또 비상교육 측은 “슬링 측이 유사하다고 주장하는 디자인과 자동채점, 문항별 타이머, 오답노트, 부분유료화 등의 수익모델은 타사나 교재에서 이미 시도된 바 있다”며 “양사 서비스 유사성이 태블릿 등 스마트 디스플레이 및 디바이스 고유 특성에 해당하는 것으로 독창적인 것이 아닌 ‘당연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슬링 측은 “2분할 화면디자인은 오르조를 론칭했을 당시 없었던 기능”이라며 “지문과 문제가 한눈에 보이지 않아서 문제를 풀 때 계속 위아래로 스크롤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수개월간 학생들의 피드백을 토대로 ‘2분할 화면 디자인’을 개발∙론칭했다”고 주장했다.
또 슬링 측은 “슬링의 디자인은 ‘당연한 디자인’이 아닌 특허청에 등록된 슬링의 지적재산권”이라며 “(비상교육 측이 2분할 화면디자인이)‘당연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디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특허청에 적법하게 등록된 적법하게 등록된 슬링의 디자인을 가치 절하하는 억지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슬링의 2분할 화면 디자인은 1개의 동적디자인과 3개의 정적디자인 등 총 4건의 등록디자인으로 보호되고 있다”고 밝혔다.
5년간 중소기업 기술유출∙탈취 피해액 2,827억 원
슬링은 해당 논란과 관련해 비상교육에 필요한 법적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슬링 측은 “슬링이 여러 시행착오를 반복해 개발하고 지적재산권으로 인정받은 디자인을 비상교육이 ‘당연한 디자인’이라고 매도하고 이를 기사화하는 것은 피땀 흘려 개발하고 부족한 자금으로 지적재산권까지 획득한 스타트업에 대한 크나큰 모욕행위”라며 “작은 스타트업에 대한 대기업의 표절 의혹 사례가 더는 빈번하게 발생하지 않도록 스타트업의 혁신 의지와 생태계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스타업의 기술침해 사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가 자사의 아이디어를 탈취했다며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LG유플러스가 2021년 출시한 집안일 해결 플랫폼 앱 ‘LG 홈인’은 스타트업 생활연구소가 개발한 앱 ‘청소연구소’의 UI와 UX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KT의 인공지능(AI) 음성 합성 서비스 ‘KT AI 보이스 스튜디오’도 AI 스타트업 네오사피엔스의 ‘타입캐스트’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정호 위원이 지난해 10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받은 2022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조사∙발표된 중소기업 기술유출 및 탈취 피해금액은 2,82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침해가 발생했거나 피해를 인지한 중소기업 피해건수만 해도 280여 건에 달한다. 75%는 이런 피해가 계속되고 있지만, 증거, 입증자료 부족 등으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관련 사업을 먼저 시작했다고 해서, 아이디어를 먼저 떠올렸다고 해서 해당 기술을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며 “상용화된 기술이나 서비스는 대부분 특허법이나 저작권법으로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대기업이나 투자사 측에서 과정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기밀유지협약(NDA)을 거부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에서는 아이디어 자체를 법으로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NDA는 필수로 맺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