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증권법 개정안, 권리자 전원 동의 요구…사실상 ‘불가능’
기존 투자상품 급매 움직임↑…장외거래중개업자 차별 ‘지적’
토큰증권 시장 관망하는 ‘은행’…제도적·내부적 숙제도 ‘산적’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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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최근 토큰증권(ST) 도입을 위한 입법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토큰증권 시대의 산파역을 한 조각투자업계에서는 “법안에 담긴 규제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사업을 새로 시작해야 할 정도다”고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 토큰증권 법제화를 위한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돼 법안소위로 넘어갔다. 금융당국은 연내 토큰증권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다. 이를 두고 토큰증권 법안을 기다리던 조각투자업계에서는 오히려 사업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이유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조각투자업계, “과도한 규제 적용 보다는 유연한 규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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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전자증권법 개정안에 대해 토큰증권 전환 요건에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자증권법 개정안 23조 2항」에는 전자증권을 토큰증권을 전환하거나 반대의 경우 발행인이 권리자 전원의 동의를 얻도록 했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실제로 미술품의 경우 수백명, 빌딩은 건물당 투자자가 수천명에 달한다. 음원저작권의 경우 단위가 달라진다. 음원저작권 조각투자업체 뮤직카우(정현경 대표)의 경우 가입자가 120만 명이 넘는다. 더불어 기존에 받았던 투자상품을 포기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최근 미술품 조각투자업체들의 매각이 빨라지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조각투자업계는 “막대한 인원의 투자자들을 일일이 연락하고 찾아다니면서 동의를 받으라는 것은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지적했다. 또 “투자자들 가운데 연락이 두절되거나 심지어 사망한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며 “개정안 대로라면 빌딩의 경우 기존 건물을 매각해 청산하고, 새로운 법령에 맞춰 사업을 다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각투자업계는 ‘권리자 전원 동의’ 부분에 대해 별도의 절차나 유예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이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아닌 장외거래중개업만 영위하는 투자중개업자는 단위업무 추가나 겸영, 신용공여를 할 수 없도록 막았다. 또 일반 투자자의 투자한도에도 제한을 뒀다. 

이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입장을 내비친 업계는 “증권사와의 제휴를 하지 않는 독자적인 장외거래중개업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도록 했다”고 지적하며 “장외거래중개업만 전담하는 핀테크 기업의 경쟁력 저하와 성장동력 상실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과도한 규제를 적용하기보다는 유연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풀어야 할 숙제 있지만∙∙∙은행, 토큰증권 시장에서 경쟁력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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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토큰증권이 제도권에 편입되면서 시장이 개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주요 금융기관 중 하나인 은행도 경쟁력 있는 사업자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은행들은 시장을 관망하고 있지만, 향후 시장이 활성화될 것을 대비해 업계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등 정보를 탐색 중이다.  

실제로 지난 16일 개최된 '2023 한국블록체인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장영두 신한은행 디지털전략부장은 “은행은 현재로선 토큰증권 시장에 대해 분위기를 보고 있는 수준”이라며 “대형 은행은 직접 시장에 관여하기보다 토큰증권 컨소시엄에 참여해 정보를 알아보고 있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은행들은 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토큰증권 발행 플랫폼에서 계좌관리기관이나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 예로, 기초자산을 보유한 기업과 조인트벤처(JV)나 컨소시엄을 맺고 발행인계좌관리기관 역할을 수행할 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들 수 있다. 또는 증권사와 토큰증권 발행 플랫폼을 공동으로 구축하고 예치 관리 등 은행이 취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어 신탁 사업의 경우, 은행이라는 기관 특성상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으로 언급되고 있다. 방카슈랑스(은행 등 금융기관이 보험회사의 대리점과 같은 역할을 수행해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것) 사례처럼, 은행 지점들이 향후 토큰증권을 판매하는 소매점처럼 활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업계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발행될 경우, 토큰증권과 연계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앞으로 토큰증권 시장이 활성화되더라도 은행이 관련 사업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토큰증권 관련 법제화 시기가 아직 불명확하고, 가이드 상으로는 사업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그룹 내 그룹사를 개별 회사로 인정해주는지도 확실치 않고, 법제화가 이뤄져야 플랫폼들이 상용화될 수 있다. 

이어 ‘낮은 투자 한도’도 사업의 걸림돌로 언급되고 있다. 정부 가이드라인이 제시한 소액공모 한도는 30억 원이고, 추가 투자자 보호 장치 도입을 전제로 최대 공모는 100억 원이다. 업계는 “해당 수준에서는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스타트업투데이=권아영 기자] news@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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