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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기의 산업칼럼] 중국의 급속한 성장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정만기의 산업칼럼] 중국의 급속한 성장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정부, 국내기업 경영여건 뒷받침해야
  • 정만기
  • 승인 2019.05.0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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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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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4]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최근에는 중국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필자는 1989년, 2001년, 2010년에 이어 올해까지, 방문함으로써 지난 30년 동안 10년 단위로 상해를 방문했다. 천안문 사태 직후 처음 방문한 1989년에는 자전거가 장악한 도로, 낡은 건물, 허름하게 차려 입은 사람들로 한 눈에도 ‘가난한 나라’ 라고 인식하였다. 1인당 GDP가 1천 달러 내외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상해 1인당 소득이 2만 불을 넘으며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나라 외교관에 따르면 예전과 달리 중국인의 우리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어 현지 외교활동까지 쉽지 않은 상황 이 되었다고 한다.

 

괄목할 만한 중국의 급성장

우리가 다소 주춤하던 지난 30년 동안 중국은 세계의 생산기지를 넘어 혁신을 주도하는 경제대국으로 발전하였다. 이는 지난 4월 열린 제18회 상해 모터쇼에서도 확인된다. 상해모터쇼는 서울모터쇼 대비 수배 큰 규모로 열렸고 현대, 기아, LG, SK 등 우리 업체들뿐 아니라 폭스바겐, 아우디, 포드, 브릭 등 서울모터쇼에 나오지 않은 수많은 기업들이 참여하였다. 놀라운 것은 중국 업체들이 약진한다는 점이다. 북경, 상해, 절강, 호남 등 지방 정부마다 자동차 회사들이 설립되어 혁신 을 지속하면서 BYD, 상해기차, 북경기차, 창진기차, ZOYTE 등 20여 개 이상의 중국 토종 완성차 업체들이 출품하였다.

규모는 물론이고 혁신속도에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전기차의 약진과 함께 우리나라와 일본 몇 개 회사만 생산한다고 알려진 수소차도 중국 업체들이 버스는 물론이고 승용차와 경차를 만들어 출품한 것이다. 처음에는 외국차를 모방하는 짝퉁 수준이었지만, 차츰 reverse engineering을 통하여 외국 수준에 다다르고, 이후에는 각종 정책 지원과 연구개발에 힘입어 혁신까지 주도해가는 수준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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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이지만 간과하기 쉬운 급속 성장의 원인들

무엇이 중국의 급속한 성장을 가능하게 만들었을까? 풍부한 노동력이나 낮은 임금수준, 혹은 단편적 기술발전이나 외국인 투자 등 부분적 요인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중국에 머무는 짧은 기간 내내 사람들과 토론하고 생각하면서 얻은 결론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몇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우선, 1980년대 이후 40년간 개혁, 개방 정책 하의 국가주도 중장기적 산업육성 노력을 첫 손 꼽을 수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10대 첨단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산업보조금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중국제조 2025’를 추진 중에 있으나, 이전에도 외국의 첨단기술기업 투자 유치와 인수합병, 대규모 기술유학생 파견, 주요 제조업에 대한 국영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등 산업 전략을 펼쳐왔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정책들이 중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추진되어 중국 토종기업들에게 안정적 성장 여건을 조성해준다는 점이다. 개혁개방은 물론 산업성장을 위한 안정된 경제 환경 조성의 중요성을 아는 정치인과 관료가 대거 등장하면서, 권위주의적 일당지배의 정치체제가 오히려 경제와 산업성장에 긍정적 역할을 하게 됐다.

둘째는 정부와 기업이 체계적, 효율적으로 협력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중국 자동차 산업의 경우 작년엔 28년 역사상 처음으로 –4.3% 성장을 기록하는 등 침체에 직면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민관의 노력은 단편적이라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4월 16일 개최된 자동차업체 CEO와 정부관계자들이 참여한 비공개 Summit 의 경우 산업부 차관을 비롯하여, 재무부, 국토부, 환경부, 내무부, 상해시 등 정부 관계자와 20여 개 중국 토종 완성차 업체 CEO들이 참여하였다. 기업 CEO들은 미 래자동차 기술 우위 확보를 위한 정부의 대형 프로젝트 발주와 연구개발 지원, 전기차, 수소차 등에 대한 지속적 보조금 확대, 국내 침체를 만회하기 위한 러시아, 동남아 등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금융 지원, 낮은 중국산 자동차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다각적 지원 등을 요청하였고, 정부는 이에 대해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겠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회의를 통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수십 개 자동차 업체들이 산업성장 관점에서 다양한 정부 부처와 지방정부 관련 애로사항을 담당 관리들에게 직접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중국 최고위층의 산업발전을 향한 의지와 리더십으로 인해 문제에 대한 해답은 항상 있다. 실제 관계 공무원들은 이번 토론회에서 시진핑 등의 말을 인용하면서 해결의지를 밝히기도 하였다.

우리나라는 산업별로 여러 부처의 관계자와 관련 기업들간에 한 번에 대화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개별 부처와는 대화가 있으나, 여기서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개별 부처가 산업성장이라는 전략적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소관 업무 관점에서만 대화함으로써 해결책 찾기가 어렵다. 또 부처 정책간 연계와 협력도 쉽지 않다. 주요 규제 이슈는 심지어 청와대가 해결에 나서도 정부가 교체될 때까지 질질 끌다가 불이행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셋째는 강력한 정부 때문에 산업성장을 저해하는 규제를 풀기 쉽다는 점이다. 권위주의적 정부가 올바른 정책적 판단을 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이해관계조정과 통합이 쉽기 때문에 장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중국이 전형적으로 이 경우에 해당된다.

우리는 부처 이기주의와 이해관계자 눈치 보기로 인해 규제개혁이 상당히 어렵다. 필자가 지난 정부 대통령 산업비서관 재직 시절 신산업 육성관련 규제를 풀기 위해 대통령 주재 무역진흥회의를 열기로 하고 산업부로 하여금 관련 부처들의 규제를 발굴하여 풀어보도록 했다. 산업부는 회의 개최 일주일 전에 157건의 규제를 발굴했으나 각 부처가 규제풀기를 반대하여 겨우 7개만 풀 수 있게 되었다면서 협조 요청을 해온 적이 있다. 필자는 이에 제기된 규제들은 원칙적으로 모두 풀어주고 도저히 풀 수 없는 규제만 장관들이 대통령에게 그 원인을 직접 보고하도록 했고, 부처들은 역으로 150개 규제는 풀되 나머지 7개는 풀 수 없다면서 보고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풀 수 없는 규제는 적다는 점이다. 풀 수 없다던 150개의 규제가 한방에 풀린 점이 이를 반증한다. 다음, 규제 개혁은 대통령 수준 의 강력한 리더십이 슬기롭게 발휘될 때 가능하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우, 최고위 층의 제조업 육성 의지와 리더십이 강력하다. 따라서 드론, 인터넷 뱅킹, 줄기세포 등 첨단 분야에서는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보다 빠르게 규제 없는 자유로운 시장을 형성했다.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바이오 등 다른 미래 산업 분야에서 같은 현상이 반복될 전망이다.

한 번 열린 시장은 광대한 소비자의 존재 때문에 관련 기업들이 단기간에 크게 성장한다는 점이다. 14억에 달하는 중국인구 덕분에 중국 스타트업의 성장속도와 성장규모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매출액 1조 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급속히 탄생하는 배경이기도 한다. 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17년 현재 세계 10대 유니콘 기업 중 중국기업은 4개로, 디디추싱, 샤오미, 루닷컴, 차이나 인터넷 플러스 홀딩스 등이 이에 속한다. 중국 스타트업들은 비상장 벤처기업 유니콘 순위에서 미국 기업들을 위협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출처: www.mercedes-benz.com
출처: www.mercedes-benz.com

우리는 어찌해야 하나?

우리에 대한 교훈은 대부분 알려졌으나 실천이 어려운 것들이다. 우선, 정치체제 가 중장기적 산업성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5년 단임제 대통령제 도는 시급히 개편되어야 한다. 전두환 정권 시, 임시방편으로 만들어진 5년 단임제가 3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어떤 정부든 집권 이후 3년차엔 식물정부가 되어 산업성장을 위한 정책의 힘이 사라진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다음 정부에선 부인되고 또 다른 정책이 도입된다. 혁신에서 녹색으로, 녹색에서 창조로, 창조에서 혁신으로, 정권마다 다른 성장정책이 펼쳐지면서 끝은 보지 못하고 시작만 반복한다.

이래서는 어렵다. 여야가 이해관계를 버리고 오로지 국가 경제의 앞날만 생각해서 대통령 중임제든 의원내각제든 최소 6년 이상은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정치체 제를 바꾸어야 한다. 한편, 양원제 국회 도입도 시급해 보인다. 총 의원수는 현재 대로 300명으로 제한해도 좋다. 현재는 위원들이 국가 단위 정책을 생각하기 쉽지 않다. 의원들은 지역의 민원성 입법이나 예산사업에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고 실제 이러한 행동들이 일어난다. 이러한 의원들의 행동을 비판할 수도 없다. 어떤 의원들도 현재 체제 하에서는 지역구 민원에 충실한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사례는 수없이 많다. 예를 들어보자. 19대 국회에서 한 의원은 ‘LPG 주변지역 지 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했다. 정부 부처 반대로 입법이 해당 상임위부터 통과가 어려워 보인다는 이유로 별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통과시킨 후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까지 올라갔다. 필자와 당시 산업부 장관이 해당 의원을 만나 거부권 행사를 거론하며 반대하는 한편, 입법 없이도 지역주민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자 해당 의원은 입법을 포기했다. 그 법안은 해당 의원의 지역구 포함 2∼3개 지역만 혜택을 보는 법이었다. 특정 지역에 대한 사업차원의 지원은 가능하나, 국가의 경직성 지출을 계속하는 입법은 국가 차원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아무튼 이는 잘 해결된 사안이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필자의 산업부 차관 재직 시 일이다. 산학융 합지구 사업과 관련된 일이었다. 이는 산업단지에 국비로 기업연구기관과 대학관을 설립해주는 사업이다. 기업연구관에는 산업단지 소재 기업들의 연구소를 설치토록 하고, 대학관에는 인근 공과대학 특정학과를 입주토록 함으로써 기술개발, 취업촉진 등 산학협력을 이루기 위한 사업이었다. 어느 날 관련 준공 식에서 필자는 매우 놀랐다. 산학 융합지구가 불과 10여 개 기업만 가동되는 산업단지에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멀리 떨어진, 기업도 없는 대학관에서 수업을 하게 되었고, 기업관은 텅텅 비었었다. 해당지역구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예산을 확보한 것이 원인이었다. 해당 위원은 지역구를 위해 열심히 일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국가차원에서는 예산왜곡을 초래한 것이었다. 국회 예결위가 이러한 사항을 거르기 위해 운영되고 있으나 지역구 출신 위원들로는 거르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상원이 있었다면 방지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수백 억원 이상의 예산이 낭비됐다. 국가적 차원에서 선출되는 상원이 필요한 이유다. 상원은 현재의 법사위, 예결위 기능을 주로 하면 된다. 권력이 정부에 집중되어 있을 때는 필요 없을 수도 있었으나, 권력의 상당 부분이 국회로 넘어간 지금은 상원이 필요하다. 선진국들이 상원과 하원을 갖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 국민의 입장에서 예산이 편성되고 입법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가 단위에서 선출되는 상원구성이 시급하다. 중국 추격을 따돌리는 근본적 조치가 될 것이다.

둘째, 산업별로 정부 부처와 기업간 대화가 정례화되고 해결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정부는 규제설정권, 예산집행권 등 다양한 권한으로 기업의 성장에 관여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하는 기업입장에서는 다른 나라의 기업보다 좋은 여건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동등한 조건에서 경영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국내시장이 좁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산업별로 정부부처와 기업간 대화가 해결책은 아니지만 해결 실마리는 될 수 있다. 이러한 대화채널을 적폐 시각에서 볼 일은 아니다. 적폐시 각에서 접근하면 공무원들의 비리 가능성을 방지하는 작은 이익은 얻을 수 있겠지만, 산업성장이라는 큰 이익은 상실하는 소탐대실의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 국회까지 참여한다면 더 효율적일 것이다.

셋째, 기업은 창업초기부터 글로벌을 겨냥하고 정부 규제와 지원도 글로벌 차원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방탄소년단(BTS)의 경우, 최근 앨범 Map of the soul : Persona를 내놓자마자 유튜브 조회수가 1억 뷰를 기록했다. 국내 시장에 안주하였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우리 시장에서 아무리 성공해도 이는 중국 기업이 중국 에서 성공하는 수준의 1/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엔 32개의 성이 있고, 우리 인 구는 중국의 1∼2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

국내 대기업이 글로벌 수준에선 취약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상해모터쇼에 참여하면서 아쉬운 점은 현대기아차가 너무 작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상해기차, 북경기차 등 중국 각 성들이 만들고 지원하는 20개도 넘는 중국 업체들, 도요타, 혼 다 등 경쟁력 넘치는 일본 업체들, 대규모 부스를 마련한 미국 업체들, 벤츠, BMW, 폭스바겐 등 유럽업체들 틈바구니 속에서도 노력하는 현대기아, SK, LG 등을 볼 때가 그랬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로 더욱 활기차게 뻗어 갈 수 있도록 정부는 더욱 좋은 국내 경영여건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 이들은 글로벌 경쟁의 최전방에서 매 일 전투를 하고 있는 일자리의 첨병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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