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br>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과 워라하(work and life harmony)는 다르다. <네이키드 애자일> 저자 장재웅에 따르면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의미의 워라밸은 1800년대 중반 미국 저널리스트 폴 크라스너(Paul Krassner)에 의해 처음 사용됐다가 1970년대 후반에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그렇게 보면 영국에서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인간이 일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시간 개념의 균형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가 지금 흔히 사용하는 워라밸은 바로 이 시간 개념의 균형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면 타당하다. 

반면 일과 삶의 조화는 시간 개념보다는 가치에 핵심을 둔다. 인간이 스스로 무엇에 가치를 두고 일할 것인가에 우선순위를 두고 선택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라는 의미다.

가치 우선의 일과 삶은 행복하기 위해서라는 전제조건이 깔려 있다. 시간이 계속해서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기는 어렵지만 가치 우선의 일과 삶의 조화를 통해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무조건 열심히 많은 시간을 쏟으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고 소비자들은 열광하며 만족해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소비 시장과 소비자는 더 이상 없다. 물건이든 서비스든 소비자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가치 있는 것이라면 만족할 수 있다. 

시간이 좀 더 걸리거나 때로는 더 많은 돈을 지불하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기꺼이 선택하는 것이 오늘의 소비자다. 

직장인의 일에 대한 강도도 달라졌다. 필자가 직장에 다니던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열심히 그리고 늦게 퇴근하면서 직장에서 일하면 인정받았다. 일이 없어도 상사가 아직 사무실에 보이면 절대 퇴근이란 있을 수 없었다. 상명하복의 전형적인 일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금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격세지감을 바로 느낄 수 있다. 규모가 큰 기업은 오후 6시가 되면 사무실 모든 컴퓨터가 한꺼번에 파워오프 된다고 한다. 일을 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일과 시간에는 한눈을 팔 수가 없다고 한다. 이것만 보면 바람직한 현상이다. 열심히 일하고 칼같이 퇴근해야 삶의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시간을 강요하지 않아도 가치를 우선하면 동기부여가 제대로 된 상태에서 일의 강도를 높이면서도 일과 삶의 조화를 얼마든지 이룰 수 있다. 그렇게 직장 생활을 하다가 퇴직을 하면 그때부터는 오롯이 이런 결정은 자신이 해야 한다. 

필자처럼 1인 기업가가 최근 부쩍 늘었다. 1인 기업가는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일과 삶의 조화를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이것도 기술이며 습관이다.

많은 강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발이 꽁꽁 묶였다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때 일부 강사들은 화상 강연과 수업을 위해 동분서주 해왔다. 줌(zoom)이나 구글 클래스룸 등을 열심히 익히고 배워 전천후 강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일과 삶의 조화는 얼마나 오래 일했느냐 얼마나 오래 쉬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적게 일하고도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만족할 수 있는 것이 가치 창출의 핵심이다. 

특히 창직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내는 창직자들은 철저하게 시간보다 가치 중심의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직장에서처럼 그 어느 누구도 아무런 제약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신의 판단과 선택에 의해 일과 삶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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