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철 블록체인 전략연구소 소장
배운철 블록체인 전략연구소 소장

암호화폐 리브라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자회사 칼리브라의 명칭을 노비(Novi)로 변경한다고 26일 공식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디지털 지갑을 포함한 미래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새 자회사 '노비 파이낸셜(Novi Financial)'을 설립했다. 지갑 서비스 등 리브라가 향후 선보이게 될 미래 금융 서비스는 모두 새로 출범하는 ‘노비 파이낸셜’이 운영을 맡는다.

 


노비 파이낸셜


페이스북은 암호화폐 프로젝트인 리브라와 칼리브라의 이름이 비슷해서 벌어지는 혼선을 줄이기 위해 암호화폐 지갑 이름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새 이름 노비는 라틴어로 ‘새로운’이라는 뜻의 ‘novus’에 ‘길’을 뜻하는 ‘via’를 합친 복합어이다. 돈을 송금하는 새로운 방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칼리브라는 그동안 리브라의 지갑 서비스를 준비해 왔고 리브라의 다양한 기준 통화를 반영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칼리브라가 리브라를 위한 지갑으로만 보인다’는 지적이 있었다. 페이스북의 데이비드 마커스 모바일메신저사업 부사장은 “칼리브라가 리브라를 보유하고 결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누구나 리브라를 위한 디지털 암호지갑을 만들 수 있다”라며 “노비가 많은 암호화폐 지갑 중 하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비는 발표에서 “우리는 칼리브라에서 이름을 바꾸게 되지만 전 세계 사람들을 금융 서비스로 포용하겠다는 우리의 장기적 약속은 바뀌지 않는다”고 밝혔다.


노비(novi) 프로젝트


노비는 ‘디지털 통화의 흐름’을 상징하는 새로운 로고도 선보였다. 알파벳 ‘O’ 안에는 리브라의 로고도 있다. 리브라와의 관계를 나타내기 위해 로고에 리브라를 뜻하는 세 줄의 물결 모양이 들어있다.기존 칼리브라가 디지털 지갑 서비스에 집중된 프로젝트인 것에 반해 노비는 페이스북의 다양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 개발과 운용을 맡게 될 것이라고 한다. 친구나 가족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만큼 쉽게 돈을 보낼 수 있게 하겠다는 원래 취지를 구현할 것이며 ‘숨겨진 수수료’는 과금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다만, 실제 거래 수수료가 얼마나 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노비는 페이스북의 가상자산 리브라를 저장하고 각종 결제에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로 독립된 애플리케이션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노비가 공개한 운영 방식을 보면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쓰이는 동시에 페이스북의 ‘메신저’나 ‘왓츠앱’ 등 서비스와 호환이 가능할 전망이다. 

노비 이용자들은 정부가 발급한 신분증을 통해 신원을 증명해야 하며 서비스 자체에 ‘사기 방지’ 시스템이 탑재될 예정이다. 노비 서비스는 일부 국가들에만 제공된다. 노비의 출시 날짜는 발표되지 않았으며 리브라 네트워크가 가동되면 초기 버전의 노비도 선보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노비 파이낸셜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페이스북 멘로 파크(Menlo Park) 본사에서 독립해 운영된다.

 


가상자산과 암호화폐 지갑


가상자산을 보관, 송금, 결제하는 금융 서비스를 위해서는 반드시 암호화폐 지갑이 필요하다. 이미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메신저와 연동할 경우 암호화폐 이용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 페이스북의 일 평균 이용자는 약 17억 명, 월평균 이용자는 무려 25억 명에 달한다. 메신저 '왓츠앱'의 인도 이용자는 약 2억 명으로 추산된다. 리브라로 인도를 비롯한 신규시장을 개척하기에도 최적의 전략이다.

페이스북이 메신저에 가상자산 지갑 탑재를 선언하면서 메신저들의 가상자산 지갑 탑재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에 가상자산 지갑 '클립'을 탑재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를 통해 블록체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라운드X는 자체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가상자산 '클레이(KLAY)'를 발행했다.

클레이를 관리하는 지갑이 '클립'인데 카카오는 클립을 카카오톡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클립'은 2020년 6월 카카오톡에 탑재될 예정이다. 카카오톡에서 카카오페이 머니를 충전하고 송금,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처럼 클립이 출시되면 클레이를 포함한 다양한 가상자산 관련 금융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인 '라인'을 활용한다. 라인도 메신저에 가상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인은 '링크체인'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가상자산 '링크'를 발행했다. '링크'를 관리할 수 있는 지갑이 라인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의 블록체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엿보기


필자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를 초기부터 살펴보고 있다. 세계 단일 암호화폐를 꿈꿨던 페이스북이 각국 정부와의 갈등 속에서 타협점을 찾으며 각국 통화와 연동하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제는 칼리브라의 이름을 노비로 바꾸며 살짝 신분 세탁을 하고 있다. 칼리브라가 초기에 가졌던 이미지를 버리고 마치 새로운 프로젝트인 것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듯하다.

페이스북이 핵심 전략을 수정하고 이름까지 바꾸면서 리브라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것은 앞으로 개인 금융 서비스 시장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된 가상자산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고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문자 메시지 보내듯이 쉽게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시대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데이비드 마커스가 누구나 리브라를 위한 암호화폐 지갑을 만들 수 있다고 했듯이 앞으로 리브라는 더욱 넓게 리브라 개발자 커뮤니티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에 독점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 페이스북 메신저, 왓츠앱의 페이스북 생태계에서 리브라가 크게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머지않아 인스타그램에도 리브라를 연동하겠다고 할 것이다.

블록체인 생태계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 행보는 세심하게 관찰하고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당신의 기업은 어떤 비전과 확신을 가지고 있는가? B캐피탈리스트 6기 과정을 통해 국내외 블록체인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 트렌드를 짚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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