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 준비해야 방어도 가능하다

디스플레이시티 아산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시티 아산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스타트업투데이] 삼성디스플레이와 일본의 JOLED가 1년에 걸친 특허분쟁 끝에 합의하였다고 언론에 보도되었다. 어떻게 합의되었나 보니 서로 크로스 라이선스를 하였다고 한다. 최근 대기업간 크로스 라이선스로 분쟁이 합의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분쟁에 특허를 방어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개량된 발명에 대한 특허를 가지고 있더라도 원천 특허를 보유 중인 기업을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개량 특허를 가지고 있으면 원천 기술을 가진 자와 협상에 이르는데 아주 유용하게 사용된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특허를 가지고 있어도 기술을 실시할 수 없는 경우

특허권자가 가장 흔히 하는 착각은 자신의 제품에 특허가 되어 있다고 자신은 타인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특허는 타인의 실시를 막기 위한 것이지 자신의 자유로운 실시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이용관계 때문이다.

이용관계는 특허법 제98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특허법 제98조에서 특허발명이라 하더라도 타인의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타인의 허락을 받아야만 자기 발명을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진보된 기술에 대해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기술에 대해 원천특허가 있어 이를 이용한다면, 자기가 개발한 발명이라 하더라도 원천특허권자의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대법원에서도 선특허발명과 후특허발명이 서로 이용관계에 있는 경우 후특허발명은 선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게 된다고 하며, 이용관계에 대해 후특허발명이 선특허발명의 기술적 구성에 새로운 기술적 요소를 부가하여 선특허발명의 요지를 전부 포함하고 이용하며 선특허발명이 후특허발명 내에서 일체성을 유지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판시한바 있다(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5후161 판결).

이를 간단히 도식화하면 아래와 같다.

자료: 필자 직접 작성
자료: 필자 직접 작성

위 도표를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 보면 자전거+바퀴+안장이라고 하는 자전거 원천기술 특허권자 갑(甲)이 있는 상황에서 을(乙_이 브레이크라고 하는 신기술을 개발하여 자전거+바퀴+안장+브레이크라고 하는 새로운 자전거 특허를 받아두었다 하더라도 갑의 허가 없이 을은 자신의 브레이크 달린 자전거를 생산·판매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갑도 브레이크 달린 자전거를 생산하고 싶을 것이다. 시장에 브레이크 달린 자전거의 점유율이 높아졌다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브레이크 달린 자전거는 을이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갑이 브레이크 달린 자전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을의 허가가 필요하다. 

 

서로 특허 사용을 허락하기로 합의하는 크로스라이선스

위와 같은 상황에서 크로스 라이선스가 효과적이다. 갑도 을도 서로 브레이크 달린 자전거를 자유롭게 생산할 수 있도록 갑은 을에게 원천특허의 사용을 허락하고, 갑은 을에게 개량 특허의 사용을 허락하는 것이다. 

즉, 크로스 라이선스란 각각 별개의 특허권을 소유한 양 당사자가 상호 실시권을 설정해주어 각자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보통은 무상으로 상호계약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가치에 차이가 있다고 판단되면 차액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허전쟁은 현대에 들어와 굉장히 복잡해졌다. 특허도 핵심 기술 하나 두 개만 받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은 1년에 수백 개씩 특허를 출원하기도 한다. 어느 기업이든 특허 침해에서 절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기업이 일방적으로 다른 기업을 공격하는 일은 상당히 드물다. 서로 자신의 특허로 공격을 가하다가 종국적으로 크로스 라이선스를 이용하여 합의에 이르는 일이 현대 특허전의 양상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1986년 TI와의 특허 소송에서 크게 패배한 적이 있다. 미국의 반도체 회사인 TI는 일본의 반도체 업체와 삼성전자를 상대로 디램(DRAM) 제조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일본 업체는 개량 특허를 내세워 역공격을 가하였고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여 종결되었지만 삼성의 경우 거액의 특허 사용료를 지불하여야만 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특허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핵심 기술을 커버하는 특허를 매입하기도 하는 등 특허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크로스 라이선스 최근 사례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13년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하여 특허 분쟁에 비용을 아끼기로 합의하였다. 삼성전자는 이어서 2014년 구글과도 10년간 특허를 공유하기로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하였다. 특허 수는 삼성전자가 훨씬 많지만 구글의 안드로이드 특허를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의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반도체는 니치아의 발광다이오드(LED) 특허 침해에 따른 소송이 들어오자 아크리치 특허 및 백색 LED 특허를 활용하여 맞소송을 제기한 이후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합의에 성공하였다. 이어서 오스람, TOE, 필립스와도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서울반도체는 크로스 라이선스 체결을 시작으로 공격 및 방어를 위한 특허 출원 등록 전략을 활용하여 2021년 현재 200여 건에 달하는 특허소송에서 100% 승률을 달성할 정도로 효과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렇듯 대기업 간의 크로스라이선스는 소송이 시작되기 전 상호 공격을 자제하자는 의미로 체결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JOLED의 소송을 살펴보자. 일본 정부 주도 민관 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제팬디스플레이(JDI), 소니, 파나소닉 등이 합작해 설립한 JOLED는 2020년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를 상대로 갤럭시 핸드폰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패널 회로구조와 관련된 특허를 침해했다고 미국과 독일에서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2021년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자회사 IKT가 JOLED와 JOLED로부터 패널을 공급받는 대만의 에이수스에 대해 이들의 OLED패널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연달아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였다. 

삼성의 디스플레이패널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매출액 기준 72.7%에 달하는 반면, JOLED 디스플레이 패널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1%도 미치지 않아 소송을 제기한 배경에 대해서 해석이 분분하던 차에 지난 6월 10일 크로스 라이선스 합의를 하여 미국 독일에서 제기한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하였다.

 

특허괴물 NPE와의 관계

특허관리전문회사(Non Practicing Entity·NPE) 또는 특허괴물(Patent Troll)이 있다. Non Practicing Entity의 의미가 설명해주듯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특허만 보유하고 있는 업체를 의미한다. 이 NPE들은 적당한 특허를 확보한 후 기업들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NPE들은 직접 제품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앞서 설명한 크로스 라이선스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10년간 국내 기업들이 NPE들의 타깃이 되어 해외에서 상당히 많은 고충을 겪은 바 있다. 최근 기업들은 NPE들을 상대하기 위해 다른 기업들과 특허 풀을 형성하는 등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NPE들은 대기업뿐 아니라 해외진출한 중소기업들 역시 타겟으로 삼고 있어 해외진출을 하려는 기업들은 철저한 사전대비가 필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허 전략 철저히 수립해야

자사 기술의 방어만을 목적으로 특허를 받아오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타사 제품을 공격하기 위해 특허를 받는 전략으로 이제는 경쟁사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특허를 받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회사가 어느 제품을 팔든 지식재산권 공격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쉽지 않다. 

미리 대비하기 위해 타사의 특허를 조사할 필요도 있고,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특허를 확보할 필요도 있다. 사전에 준비해야 방어도 할 수 있다. 불의의 타격으로 잘 나가던 회사가 완전히 고꾸라지는 경우도 제법 있다. 

특허가 없이 맨손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무기 없이 전쟁에 임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회사의 규모에 맞게 전략적으로 무장해야 한다. 기업간 특허분쟁은 빈손이라고 봐주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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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편집부] news@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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