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 문화 콘텐츠 + 로봇’을 기반으로 재활용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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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빈 김정빈 대표. (출처: 수퍼빈)

 

정보기술(IT) 융합으로 ‘스마트 시대’가 왔다. 스마트폰, 스마트텔레비전,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스마트의료 등 어느 하나 스마트하지 않은 것이 없는 세상, 심지어 쓰레기조차 스마트하게 버릴 수 있게 됐다. 가차 없이 버려지는 쓰레기 하나로 돈을 벌고, 쇼핑하는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된 데에는 수퍼빈 같은 스타트업의 힘이 컸다. 환경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는 가운데, ‘쓰레기도 돈이며 재활용도 놀이’라 말하는 수퍼빈의 김정빈 대표를 만났다.

수퍼빈 ‘네프론’. (출처: 수퍼빈)

 


생활 쓰레기, 실질적인 재활용 가치 확보 필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택배 물량이 급증함에 따라 쓰레기 배출 문제가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레기를 분리 배출해도 종류별, 재질별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제로 재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재는 쓰레기가 순환자원(재활용품)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낮을수록 생활폐기물 처리의 사회적 비용이 커지는 구조다.

이에 따라 사용 가치가 확보되는 순환자원을 요구하는 산업수요 역시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쓰레기 처리 방식에서 분리 배출되는 순환자원은 산업의 소재 규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환경 서비스나 제품이 아니라 실제 시장에서 독립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가 있다. 바로 수퍼빈의 김정빈 대표다. 김 대표는 시장의 독립적 사업을 통해 쓰레기로 악화되는 환경 폐해를 막을 수 있다고 얘기한다. 김 대표는 2015년 6월 수퍼빈을 설립한 후, 이듬해 인공지능(AI) 기반 순환자원 회수 로봇 ‘네프론’을 선보였고, 2018년 부터 사업을 본격화했다. 그 결과, 올해 6월 기준, 전국 약 40여 개 지방자치단체 및 고객이 150대의 '네프론'을 운영하는 중이다. 수퍼빈은 '네프론' 설치 및 관련 서비스를 비롯해 '숲박스', '쓰레기 마트' 등의 문화 콘텐츠 제작을 통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네프론', 산업적 가치 확보된 재활용품 선별


폐기물 산업 기반의 재활용품은 사업적 가치를 확장하기에 불리한 면이 있다. 재활용품이 사업적 가치를 확보하려면 소재를 생산하는 롯데케미칼(합성수지), 포스코(철), 알코아(알루미늄), 태림포장(종이) 등과 같은 산업에서의 수요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리 배출하는 재활용품 중 가공 및 유통할 수 있는 대상은 매우 한정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요처의 소재 스펙을 확보하고, 쓰레기에서 선별 회수한 뒤, 가공하고 유통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네프론'이 폐기물에 대한 디지털 정보를 구축한다. 그리고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 장비와 부품을 제작해 전기적 장치들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구동된다.

'네프론'이 수거하는 재활용품은 현재 산업적 가치를 확보 할 수 있는 순환자원인 캔과 페트병에 초점을 맞췄다. 일단 회수한 순환자원은 소재산업으로 봐야 하지만, 소재산업은 동일한 소재로 충분한 분량이 집하돼야 사업화가 가능하다. 즉, 세부적으로 미세하게 구분해야 하는 소량의 재활용품은 사업화가 쉽지 않다. '네프론'은 공공서비스인 분리수거 쓰레기통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내 산업적 가치가 확보된 유가성 생활 쓰레기 중 순환자원을 선별해 돈을 주고 시민과 사용자에게 매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의도공원에서 운영 중인 수퍼빈 ‘네프론’. (출처: 수퍼빈)

 


미니인터뷰


스타트업으로서 어려웠던 점을 꼽자면?

가장 힘들었던 것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제품과 서비스를 대하는 세상의 편견이었다. 아마 우리나라 산업이 패스트팔로우 구조이고, 새로운 콘셉트를 개발하는 사업을 이끌어 보지 못한 산업적인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런 환경이 휴맥스 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휴맥스 변대규 회장이 “우리나라 벤처도 이제 사업모델을 수출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하며 투자를 결정했다.

 

재활용 처리 프로세스를 알려달라.

재활용의 정의가 사회적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우선 분리배출하면 100% 재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됐다. 우리가 분리 배출을 하면 아파트, 공동주택 단지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재활용 선별장에서 사람들이 눈으로 컨베이어 벨트위의 생활 쓰레기 중 재활용 대상품을 선별한다. 여기서 손에 걸려서 선별돼야 재활용품이 된다. 우리 사회는 생산품을 소비자가 소비하고 폐기하는 사회경제구조(선형경제구조)다. 이렇게 재활용되는 소재는 일단 폐기 과정에서의 오염 등의 문제로 재생소재(Renewable material)로 전환되기 쉽지 않다. 소재의 통일성이 핵심이기때문에 정교하게 구분되지 못하는 재활용품은 저가 폐기물가공 소재가 되거나 매립 또는 소각된다.

 

해외에서는 재활용 처리를 어떻게 하고 있나?

유럽연합(EU) 등 그린 뉴딜 정책을 추진하는 국가들은 제도적으로 폐기물 중 산업적 가치가 있는 재활용 대상 품목을 순환자원으로 재정의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실제 산업화하고 있다. 가령, 유럽연합 내 유명 화장품 회사들은 SK케미칼등에 화장품 용기를 납품받을 때 제품 규격으로 소비자 사용후 재사용 플라스틱(Post-consumer recycled•PCR) 함유를 강제하고 있다. 외국은 이미 사용된 음료 용기를 재활용해 생산하는 산업구조와 규제가 정비되고 있다. 작년, 우리나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새로운 질서에 부합하는 사업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국내 산업은 심각한 무역장벽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조사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현재 2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시리즈 A 투자자인 휴맥스와 TBT가 50억 원 규모로 참여하고 있으며, 당사에 투자하기 위한 100억 원 규모의 사모펀드(PEF)가 설립 신청된 상태다. 나머지 50억 원에 대해서는 벤처캐피탈 등 투자사와 전략적투자자(SI) 등이 투자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렇게 확보되는 자금은 '네프론'으로 선별 회수되는 유가성 폐기물을 직접 가공해 소재로 공급하는 사업에 투입할 예정이다. 그렇게 된다면, 도시에서 소각 매립되는 폐기물 관리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인공지능 '네프론' 기반의 순환자원 선별 회수 ▲선별 회수된 순환자원의 유통 ▲선별 수집된 순환자원의 소재화를 위한 가공공정까지 완성할수 있다. 향후 목표는 사업모델을 스마트시티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이며 현재 전국적으로 추진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스마트시티 사업 외에도 도시의 설계 단계부터 적용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 영역까지 바라보며 사업을 검증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반 순환자원 회수 로봇 네프론. (출처: 수퍼빈)

 


김정빈 대표는···

김 대표는 한림대학교에서 경제학, 미국 오리건 대학교(University of Oregon)에서 수 학을 전공했다. 미국 하버드 케네디스쿨(Harvard Kennedy School)에서 정치행정 석 사를 마치고, 코넬 대학교(Cornell University) 경제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5년 수퍼빈 창업 전 삼성화재와 삼정KPMG 전략컨설팅그룹 매니저, 한국섬유기술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과 철강회사 코스틸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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