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저성과를 이유로 해고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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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직원의 성과가 낮을 때, 해고를 할 수는 있지만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사만사(人事萬事) 인사망사(人事亡事)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사람을 잘 쓰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의미이다. 뒤집어 해석하면 사람을 잘못 쓰면 망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인사망사(人事亡事)가 될 수도 있다. 정권교체기에 고위직 인사 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말이지만 국가건 기업이건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진리이다. 

정치나 사업이나 대업을 이루기 위한 시작은 천하의 인재를 구하는 것이고, 마무리는 민심을 얻는 것이 아닐까? 이런 까닭에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직접 기업설명회에 참석하여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인재 스카우트에 나서는 것이 일상적인 역할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좋은 인재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요즘 대기업을 마다하고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젊은 인재들이 많다지만 이미 대기업 반열에 올랐거나 전망 좋은 스타트업에 한정된 이야기다.

원하는 사람을 구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그러나 인재발굴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있으니 바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내보내는 것’이다. ‘해고’의 경직성은 ‘고용’의 소극성을 부른다. “기업이 망하기 전에는 사실상 해고가 불가능하다”, “사람 한번 잘못 뽑았다가는 업무 무능력자도, 저성과자도 해고하지 못하니 신규 인력 채용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라는 경영자 측의 주장과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노동자 측의 저항이 치열하게 부딪치는 지점이 바로 해고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 회사에서 직원을 뽑았는데 맡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거나 다른 직원들에 비해서 성과가 너무 낮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회사는 그 직원을 해고할 수 있을까? 

현시점에서의 답은 ‘해고를 할 수는 있지만 쉽지 않다’라는 정도이다. “아니, 회사에서 할 일을 안 하고 동료와 회사에 폐만 끼치는 사람도 내보내지 못한단 말인가?”, “내 회사 직원도 내 마음대로 쓰지 못하나?”, 이윤을 내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는 기업에서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성과가 부진한 직원을 내보내는 것은 당연한데 왜 이리도 치열한 싸움거리가 되는 것일까? 사업자들의 불만과 문제 제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렇다면 도대체 ‘해고’란 무엇이고 우리 노동법은 해고에 대해 무엇이라고 규정하고 있는가?    

   

현대 노동법에서 해고를 대하는 방법

해고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고용관계를 종료하는 것을 말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해고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고용관계를 종료하는 것을 말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해고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고용관계를 종료시키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보다는 실질이 중요하다. 오늘날 세계 각국은 해고를 법으로 규율하고 있다.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무분별하게 해고를 하면 근로자와 그 가족의 인간적인 삶을 위협하고 경제사회 질서의 혼란과 불안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해고를 규제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른데 그 나라의 역사적 배경과 노동시장의 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자유 시장경제가 발달한 미국은 사용자가 직원을 임의대로 해고할 수 있는 ‘해고 자유의 원칙’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인종으로 구성된 이민국가의 체제 유지를 위하여 차별에 대해서는 엄격히 규제한다. 반면에 대륙법계인 독일과 이를 이어받은 일본의 경우에는 해고의 사유나 절차를 규제하는 ‘해고제한의 원칙’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고를 엄격히 제한하는 국가에 속한다. 해고를 규율하는 기본법인 '근로기준법'은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제1항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회사에서 직원을 해고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은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결국 해고의 정당성은 학설과 판례에 의해 그 법리가 형성된다. 

해고는 그 사유에 따라 징계해고, 일반해고(통상해고), 정리해고로 나누어진다. 회사 측의 사정으로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을 때 행하는 해고를 정리해고라고 한다. 정리해고는 근로자에게는 책임이 없는 사유로 이루어지는 해고이기 때문에 ①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을 때, ②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③ 해고 이유와 인원 등을 근로자대표에게 미리 알려서 충분히 협의한 뒤에, ④ 공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해고를 하고, ⑤ 3년 안에 해고한 자리에 사람을 다시 뽑을 일이 있으면 정리해고자를 먼저 채용하라는 등의 요건과 절차를 법률에 규정하고 있다. 

징계해고는 근로자의 비위행위에 대한 징벌로서 이루어지는 해고로서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해고는 대부분 징계해고 형식을 취한다. 일반해고는 근로자가 업무능력이 없거나, 자격 등 적격성을 갖추지 못했거나,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사생활의 비행 등이 있는 경우에 이루어진다. 

뒤의 두 가지는 징계해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주로 업무능력의 결여나 성과 부진이 일반해고의 사유로서 문제가 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노동개혁의 하나로 그간의 판례에서 나왔던 저성과자 해고 기준을 정리하여 ‘공정인사지침’을 발표하자 노동계에서 ‘쉬운 해고’라고 반대 투쟁에 나서면서 뜨거운 쟁점이 되었었다. 

문재인 정부가 이 지침을 폐지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했지만 어느 조직이나 성과 부진자 관리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저성과자 해고는 사례가 드물었고, 딱 들어맞는 판례도 거의 없었다. 

노조 반발로 회사 측에서는 일반해고는 엄두를 못 내고 징계해고가 가능할 정도로 확실한 비위가 있는 경우에나 해고 조치를 하는 것이 현장의 실태였다. 그런데 2021년 2월에 대법원이 성과 부진을 이유로 한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하며 저성과자 해고의 원칙과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H사 저성과자 해고의 정당성 인정 사건

먼저 사건경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H사의 근로자 갑과 을은 회사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실시한 인사평가에서 사무연구직 과장 이상 직원 중 최하 순위에 해당하는 저조한 업무 실적을 받았고, 이를 이유로 서너 차례 경고도 받았다. 

회사에서는 두 사람을 장기간 실적 부진을 이유로 한 교육을 10개월간 받도록 한 뒤에 직무를 재배치하였다. 그러나 직무 재배치 이후 실시된 다면평가에서도 업무역량이 개선되지 않자 회사는 두 사람을 취업 규칙에 따라서 해고하였다. 

이에 두 사람은 회사의 취업 규칙상 해고 사유가 '근로기준법' 제24조에 위반되고 원고들에 대한 인사평가 기준이 불공정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해고가 정당하지 않다고 소송을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H사의 저성과자 해고에 대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법원은 H사의 저성과자 해고에 대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근로자 측의 소송에 대하여 1심 법원, 2심 법원, 대법원 모두 해고는 정당하다고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무 성적이나 근무 능력이 불량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되는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어야 할 뿐 아니라, 근로자의 근무 성적이나 근무 능력이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 경우에 한하여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저성과자 해고의 원칙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원칙하에 대법원은 H사의 저성과자 해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저성과자 해고를 규정한 취업규칙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지 않고, 업무저성과를 이유로 한 해고가 정리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편법적으로 활용되지도 않았다. 

둘째, 회사의 인사평가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루어졌다. 인사평가가 상대평가 방식을 취하고 있긴 하지만, 불합리성을 보완하고자 최저 등급에 대한 재량을 두었다. H사의 인사평가제도 개요를 보면, 평가항목은 성과평가와 역량평가로 이루어져 있는데 성과평가의 경우 직속상사와 면담·합의해서 목표를 수립한 뒤에 목표수정 및 코칭과 면담을 통해 중간점검을 하고 세 차례의 상사평가와 피드백 등 육성 코칭을 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역량평가는 자기평가, 세 차례의 상사평가, 육성코칭으로 이어진다. 평가자는 피평가자의 직책에 따라 1차와 2차 평가자를 선정하며, 1차 평가 때에 평가항목별 점수 입력 전에 피평가자와 면담해서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셋째,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었다. 사건경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해고된 두 사람은 2010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기간의 인사평가 결과 전체 사무연구직 과장 이상 직원 3,859명 중 갑은 3,857위, 을은 3,859위에 해당했고, 갑은 3회, 을은 4회 직무경고를 받는 등 장기간 실적이 부진하였다. 

회사는 6년여의 평가를 근거로 충분한 직무교육을 실시했고, 교육 후 직무 전혀 다른 업무가 아니라 비슷한 업무에 재배치했으며, 근로자는 직무재배치 후에도 업무역량 부족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고, 업무향상계획서 제출을 거부하는 등 개선 의지가 부족했으며, 회사의 행위들은 이른바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이 아니라 해고 회피 노력 차원에서 일회적으로 실시되었다.

 

대법원 판결로 저성과자 해고가 쉬워졌나? 

이번 H사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저성과자 해고가 쉬워졌을까?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그렇지 않다’라는 것이다. 이번 판결이 인사평가를 근거로 한 저성과자 일반해고를 인정하였다는 점은 명확하지만, 저성과자 해고가 일반적으로 가능해졌다고 판시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사건의 원고 근로자들은 그간 대법원이 해고의 기준으로 밝혀왔듯이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업무능력이 결여됐다고 판단한 것에 불과하지 해고 기준을 완화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노무관리 실무에 시사하는 바는 작지 않다. 우선 업무저성과를 해고사유로 삼은 취업규칙이나 그에 따른 해고가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함으로써 그간 저성과자 일반해고는 불가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음을 확인하였다. 

나아가 업무 실적이나 능력 저조로 인한 일반해고를 할 때 근로기준법이 말하는 정당한 이유에 관한 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이번 판결은 ①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평가에 따른 저성과자 선정, ② 저성과자의 성과개선을 위한 사용자의 충분한 노력, ③ 사용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상자의 성과가 개선되지 않아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하기 어렵다면 업무저성과를 이유로 한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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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초기부터 체계적인 인적자원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인 H사와 같이 오랜 기간에 걸쳐 체계적으로 저성과자를 관리하고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스타트업에서 발생할 경우 법원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는 미지수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극히 성과가 부진한 직원을 내보내는데도 이렇게까지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해고가 쉽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다수의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사업주 임의대로 채용과 해고가 이루어져 고용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불만이 여전하고, 노동위원회 부당해고구제신청 사건 급증이 이를 대변해준다고 하겠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해고의 실체적 절차적 요건을 보다 구체적으로 법률에 규정하여 불확실성을 해소함으로써 불필요한 다툼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주어야 한다. 

경영자들은 기본적으로 해고는 최후수단이어야 한다는 정신을 되새기고, 경영전략 측면에서도 구성원들이 조직의 발전과 개인의 목표를 동일시하면서 업무에 몰입할 때 성과도 향상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 초기부터 체계적인 인적자원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기업의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한 선제적 투자이다. 인사가 만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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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편집부] news@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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