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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의 생생칼럼] 우한 폐렴으로 위기에 직면한 중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이강국의 생생칼럼] 우한 폐렴으로 위기에 직면한 중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 이강국 전) 중국 주시안 총영사
  • 승인 2020.02.19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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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의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하루 빨리 코로나19에 따른 재난이 수습돼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은 1978년 말, 공산당 11기 3중 전회에서 개혁개방 정책 실시 방침을 천명하고,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급속히 발전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은 어려움에 봉착했으나 중국은 약진했다. 이때 중국 기업들은 재무구조가 악화돼 철수할 수밖에 없었던 선진국 기업들이 남겨둔 공장들을 흡수하고, 나아가 볼보 등 유수의 외국기업들을 인수하며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중국모델을 통해 급속한 경제발전 

그러자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에 대비되는 ’베이징 컨센서스(Beijing Consensus)', 즉 ‘중국모델’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중국이 앞으로 치고 나간 데는 ‘중국모델’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시장경제와 사유제를 받아들여 경제발전에 기여하되 공산당의 지도하에 공유제의 기반과 거시계획 방침을 견지하는 ‘중국모델’이 작동하면서 자본주의의 경제 위기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뤘다. 갈등을 양산하고 큰 비용을 초래하는 선거민주주의 체제보다 우월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중국모델‘이 가능하게 된 것은 덩샤오핑 시스템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장기집권과 권력 독점의 폐해를 직접 겪은 덩샤오핑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집단지도체제, 연임 및 연령 제한, 후계체제 시스템 등 몇 가지 장치를 마련했고, 장쩌민 시기와 후진타오 시기를 거치면서 보다 체계화됐다. 

 

‘중국몽’ 기치 내건 시진핑 체제 들어 상황 변화

시진핑이 지도자가 되면서 상황이 바뀌게 된다. 시진핑은 정치국 상무위원 저마다 독립 왕국을 구축하고 그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다 보니 정작 ‘중요한 개혁’을 추진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체제개혁 심화 영도소조」 등 각종 소조를 만들어 수장이 돼 진두지휘하고 총리가 전담하던 경제도 장악했다. 

나아가 헌법의 국가주석 연임 제한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장기 집권의 길을 열고, 시진핑 사상을 당장(黨章)에 넣고 헌법에 명기했다. 한편으로 ‘중국몽(中國夢)’을 제시하고 일대일로 정책을 실시하면서 자긍심을 고취하고 반부패투쟁을 통해 권력 집중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의 견제를 받게 되고, ‘중국모델’의 강점이 사라지면서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덩샤오핑은 자신의 생전은 물론, 적어도 100년 동안은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의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시진핑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자고 하면서 ‘중국몽’의 기치를 높이 내걸자 미국은 중국의 야망을 명확히 알게 됐고 무역전쟁 드라이브를 걸어 중국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홍콩 당국의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개정 추진을 둘러싸고 대규모 반중국 시위가 벌어지고, 홍콩 사태의 영향으로 대만 총통선거에서 독립성향의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이 재선에 성공했다. 
  

우한 폐렴 사태가 중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된 것은 의사들이 확산 초기에 경고의 목소리를 냈지만, 중국 당국이 이를 억누르고 은폐에 급급함으로써 조기 경보가 작동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권력 집중으로 인해 ‘눈치보기’식의 정치구조가 되면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기 어려운 상황이 됐는데, 우한 사태는 중국의 장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시진핑 체제에 대한 신뢰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적시에 대처하지 못한  당국에 대해 의사, 지식인, 시민 기자 등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공안에 끌려갔던 리원량(李文亮) 의사의 죽음 이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중국 정부는 2월 15일 자 공산당 기관지 치우시(求是)를 통해 시진핑 주석이 1월 7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코로나19의 대응 명령을 내렸다는 내용이 담긴 연설문을 공개했다. 시진핑의 명령은 중국 정부가 발병을 공식 발표한 1월 20일보다 2주 가량 앞선 시점이다. 

중앙정부는 적극 대응 지시를 내렸지만, 후베이성 지방관리들이 이를 무시해 사태를 키웠다고 해명한 것이다. 실제로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후베이성 당서기와 우한시 당서기를 경질했다. 

갑작스러운 연설문 공개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모르겠지만 공산당의 의사 결정은 일사불란하고 빠르기 때문에 민주주의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했으나, 우한에서 보여준 실패는 하향(top-down) 방식의 ‘중국모델’이 가진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약점을 보여줬다.

둘째, 경제 분야 타격이 상당할 것이다. 세계 3대 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5.8%에서 5.2%로 대폭 낮췄다. 만약 2분기에도 사태가 계속될 경우 4%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아이폰 생산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애플이 직격탄을 맞아 “아이폰의 공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될 수 있고 중국 내 판매도 감소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대중 무역국과 투자 파트너들에게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다각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미·중무역전쟁 보다 이번 사태가 양국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을 보다 가속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셋째, 일대일로 정책 추진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주변 외교 보다 적극적인 개념인 일대일로 정책은 시진핑 주석의 프로젝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시진핑 주석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 

막대한 외환 보유액을 활용해 주변국들의 개발 수요에 맞추면서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경제 영토를 중앙아, 동남아, 서남아, 나아가 중동·아프리카, 유럽까지 넓혀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한편, 우한 사태로 병원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사태 악화를 초래했는데, 앞으로 중국 국내적으로 사회안전망 확충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보유고도 낮아지고 있고 중국경제의 하방압력이 강해지고 있어 일대일로 정책을 계속 공세적으로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있을 것이다.     

 

우한 폐렴 사태에 대한 한국의 대책

우한 폐렴 사태가 한국에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당장 항공·해운·관광·외식 등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부품 공급망이 끊기면서 자동차 공장 등이 멈춰 서기도 했다. 

주요 기업들의 조업 중단에 따른 생산 감소는 내수 침체, 수출 감소 등과 맞물려 경제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무디스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첫째, 우한 폐렴이 확산되지 않도록 총력 방역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으로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비상 지원체계를 적극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2015년 메르스가 주로 내수에 악영향을 끼쳤던 것과 달리 이번 사태는 내수뿐 아니라 수출에도 큰 악재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하며 경제가 무너지고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왔던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및 관련 기업들에 대한 특별금융 지원과 세 부담 완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둘째,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평가기관들은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이 받는 경제 충격을 가장 많이 받을 나라로 한국을 보고 있다. 중국에서 부품 하나가 오지 않아 자동차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것과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중국과 긴밀하게 연계된 공급망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중요한 경제파트너로서 중국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간과할 수 없겠지만 예상되는 공급망 이전 움직임과 이에 따른 시장 구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셋째, 중국 정세를 냉철히 분석하고 세밀한 대책을 세워가야 한다. 이번 우한 사태로 많은 중국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고 피해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당국에 대한 원망이 먹구름처럼 무겁게 자리 잡고, 앞으로 많은 일이 발생하면서 중국 사회가 더 다사다난해질 것이다.  

중국 연례 최대 정치 이벤트로서 매년 3월에 개최되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가 우한 폐렴 사태로 연기된다고 한다. 

양회는 1978년 말 개혁개방 선언 이래 매년 개최돼 왔고, 연기되는 것은 수십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는데, 중국에서 큰 일이 일어났음을 상징하고 있다. 

옆집에 우환이 생기면 마음 써주고 도와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중국이 큰 정치행사까지 연기하고 사태 수습에 진력을 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시진핑의 방한은 서두르지 말고 사태가 진정된 후에 추진하는 방향으로 잡아야 할 것이다. 

중국은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우리와 가까운 이웃이다. 우리도 큰 피해를 입고 있지만 이번 재난이 하루 빨리 수습돼 모든 일이 정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이강국 전) 중국 주시안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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