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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의 생생칼럼] 냉엄한 국제정치 속에서 어떻게 국익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이강국의 생생칼럼] 냉엄한 국제정치 속에서 어떻게 국익을 확보할 수 있을까?
  • 이강국 전) 중국 주시안 총영사
  • 승인 2020.03.1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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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인해 100여 개 국가·지역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다양한 입국제한 조치를 하고 있다. 심지어 이번 전염병 발원지인 중국도 상당수 지역에서 한국인에 대해 격리 조치를 하고 있다. 

크루즈선 집단 발병으로 코로나19 환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일본까지 한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지정장소에 ‘14일간 대기’ 형식으로 격리시키고 무비자 입국도 금지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

불철주야 노력해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올림픽과 월드컵 대회, 그리고 수많은 대형 국제회의를 개최하고, 정보기술(IT) 강국에 한류로 지구촌을 수놓고 있는 한국이 세계 각국의 입국금지 대상이 돼 국민들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졌다. 

더구나 수출을 해야만 먹고살 수 있는 나라가 입국금지라는 날벼락을 맞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날벼락을 맞아야 할 이유도 없고 피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적 기능은 ‘국가의 안보 확보, 개인의 자유와 안전 보장, 사회 질서와 안전 보호’라고 할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염병 방지의 기본 원칙은 ‘격리’다. 

그런데 중국으로부터 제대로 격리조치를 하지 않아 대량감염으로 이어져 국민 건강과 생명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고 온 사회가 공황상태에 빠져있다. 

왜 이 지경이 됐는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만 이러한 사태의 반복을 막을 수 있을까? 그리고 한국이 정체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이러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치지도자에게는 책임 윤리가 선행돼야


첫째, 정치 지도자가 자신의 행위가 가져오게 될 결과에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이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주권재민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윤리를 신념 윤리와 책임 윤리로 구분했다. 신념 윤리는 자신의 생각이나 의도가 옳다고 믿으면 밀고 가지만 결과에 대해선 책임을 지지 않으나 책임 윤리는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는 신념 윤리가 아니라 책임 윤리에 입각해 국민과 국가에 야기될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항상 고려하며 결정을 내려야 한다. 더구나 치열히 경쟁하고 있는 냉엄한 국제정치 현실에서 국익을 제대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책임 윤리가 요구된다. 

코로나19 사태에서도 국민건강을 보호해야겠다는 책임 윤리가 우선돼야 했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고려하고 나아가 ‘한중 운명공동체’라는 신념 윤리가 작용해 중국에 대한 적극적인 격리 조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과 생명은 한중관계나 시진핑 주석의 방한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초기 단계에서 ‘중국으로부터의 격리’라는 강력한 조치를 했어야 했다.

 


다른 의견을 경청할 수 있는 의사소통구조가 확립돼야


둘째, 다른 의견을 경청할 수 있는 의사소통구조가 확립돼야 한다. 옛날로 말하면 임금이 신하들의 간언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언로가 열려 있어야 한다. 

당 태종은 내치에 충실했을 뿐 아니라 외치에도 빛나는 업적을 남겨 진시황, 한 무제와 함께 중국 고대 제왕 3걸로 일컬어지고 있으며, 그의 치세는 ‘정관의 치(貞觀之治)'라는 후세 제왕의 모범으로 칭송받고 있다.

당 태종은 자신이 혹시 잘못하는 것이 있으면 지적하도록 간언을 장려했다. 가장 신랄한 간언을 한 사람은 위징(魏徵)이었다. 위징은 본래 반대편 쪽 사람이었으나, 당 태종은 그를 받아들이고 그의 의견을 거울로 삼아 사심을 누르고 공정한 정치를 했다. 

국가 통치 시스템에서 가장 나쁜 것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쓰는 것이고 이견을 용납하지 않은 분위기이다. 그렇게 되면 조직 구성원들의 생각이 동조화돼 잘못된 길을 올바른 길이라고 믿으면서 계속 가게 된다. 

그리고 설령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더라도 불이익을 받게 될까봐 입을 다물고 잘못된 지시에 순응함으로써 국가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코로나19 발병 후 미국, 심지어 중화권에서 중국에 대해 타이트한 격리 조치를 하기 시작할 때 정부는 의사를 포함한 전염병 전문가들의 중국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 건의를 새겨들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마 최고 의사결정시스템과 해당 부서 구성원들이 시진핑 방한을 중시하는 지도자의 생각에 동조화되거나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이견을 내거나 간언할 수 있어야만 그 사회가 건강하고, 결국 정치지도자도 긍정적인 통치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인재가 등용될 수 있는 길 열려야


셋째, 다양한 인재가 등용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 인재들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들의 삶이 좋아진다. 우리나라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 인재들이 쏟아져 나오고 인재풀이 다양해지고 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다른 나라 인재를 초빙해서 쓸 수도 있다. 

세계 각국은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다. 중국의 전국시대 때 서쪽에 치우쳐있는 후진국이었던 진나라는 상앙(商鞅), 범저(范雎), 이사(李斯) 등 중원 6국의 인재들을 과감하게 기용해 부국강병을 이루고 도약했다. 심지어 주변국이 책략을 펴기 위해 보낸 첩자도 내치지 않고 활용했다. 

진나라가 중원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지리적으로 반드시 한(韓)나라를 공략해야만 했다. 한나라는 중원 6국 가운데 영토도 가장 작고 인구나 산업 등 모든 측면에서 뒤떨어져 진나라의 동진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한나라 환왕(桓王)은 거대한 역사로 인해 진나라의 재정을 피폐하게 하고 동진은 신경도 쓰지 못하게 하기 위해 최고 토목기술자 정국(鄭國)이란 사람을 진나라에 보낸다. 

정국은 진의 국토 중부, 즉 관중 지역을 가로지르는 경수(涇水)와 낙수(落水)를 연결하는 거대한 관개사업을 벌여 농토를 비옥하게 가꾸자고 설득한다. 물론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고 실상은 한나라의 책략으로 한 것이었다. 

진나라는 정국의 방책을 받아들여 거대한 수리시설을 건설하는 대토목공사를 일으킨다. 정국은 유명한 토목기술자이므로 진에서는 의심하지 않고 그에게 일을 시킨다. 이 인공수로는 정국의 이름을 따서 ‘정국거(鄭國渠)’라 부른다. 

‘정국거’는 워낙 규모가 크고 힘들어서 진나라의 예산이 물 쓰듯 투입되고 있었다. 정국은 기술자답게 이 일에 몰입해 추진했으나, 한나라에서 밀명을 받고 들어온 첩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 

한나라의 책략이 도중에 탄로 난 것이다. 진나라 왕이 정국을 죽이려 하자, 정국은 “나는 비록 한을 위해서는 몇 년 더 사직의 수명을 연장하게 해줬을 뿐이지만 진을 위해 만세의 공을 세웠다”고 말하며 스스로를 변호한다. 

결국 진왕은 이러한 정국의 말에 수긍하고 계속 중용한다. 그 결과 10여 년 만에 ‘정국거’는 완성됐고, 낙후돼 있던 관중의 북부지역이 옥토로 변해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는 기반이 된다.

 


국제관계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처해 나가야 


넷째, 국제관계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 중국에서는 여러 가지 일이 발생할 것이고, 코로나19 사태처럼 중국 문제로만 그치지 않고 인접국인 한국을 비롯, 세계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다. 

중국의 본질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중국 정세를 올바르게 예측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대응책이 나올 수 없고, 중국이라는 큰 격랑에 휩쓸려가고 마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중국은 세계의 평화발전과 책임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을 천명했는데, 국제 외교 규범과 철학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세계질서를 만들어가는 ‘룰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은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고 있는 두 개의 백 년 목표와 연관돼 있다. 

첫 번째 백 년 목표는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에 전면적 샤오캉 사회(중산층 사회 진입)를 실현하는 것이고, 두 번째 백 년 목표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바로 두 개의 백 년 목표는 ‘중국몽’을 이루기 위한 원대한 로드맵이다. 그리고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는 ‘중국몽’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며,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은 ‘중국몽’ 달성을 원활히 하기 위해 잘 만들어진 레토릭이다. 

중국의 움직임은 미국을 일깨웠다. 공산당 일당 독재가 여전하고 경제력뿐만 아니라 군사력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데 너무나 안이했다는 반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이것은 대중 무역전쟁, 화웨이에 대한 제재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공급체인 차단에 최대한의 역점을 두고 일련의 조치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경제적인 측면은 물론 정치,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미·중 관계 변화 움직임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중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 및 새로운 사태 발생 가능성을 분석하면서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중국은 공산당이 통치하는 사회주의 국가다.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자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본질적인 개념 자체를 ‘선’한 것을 ‘악’한 것으로, ‘악’한 것을 ‘선’한 것으로 자의적으로 바꾸면서 자신에 유리한 기준과 원칙을 설정한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시작됐다는 것은 명백하고 세계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이제 중국 인사들은 진원지가 자국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사드 사태에서 보았듯이 국가 관계를 자신의 인식과 기준에 따라 처리하려고 하며, 국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요구하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분통이 터지는 일이 종종 일어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미국 등 우방국과의 관계를 튼튼히 하고 많은 나라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중국에 당당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기업들은 중국에 편중된 공급체인과 시장을 다른 지역과 나라로 다양화해야 한다. 국민, 정부, 기업 모두 냉철한 인식을 가지고 대처해 나가야만 국익을 확보할 수 있다.

이강국 전) 중국 주시안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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