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라인드, 시각장애인을 위한 예술의 장 마련한 스타트업
시각장애인 디자이너 그림으로 그립톡, 컵, 엽서 등 제품 제작
시각장애인 디자이너를 직접 양성하는 교육 시스템 구축할 것

에이블라인드 양드림 대표. (사진=에이블라인드 제공)
에이블라인드 양드림 대표. (사진=에이블라인드 제공)

[스타트업투데이] 흔히 시각장애인은 앞이 잘 보이지 않아 그림을 그리거나 디자인을 하는 게 불가능하리라 생각하지만, 그들도 그림을 그리고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여기 시각장애인이 예술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의 장’을 열기 위해 대학생 6명이 모였다.

2018년 장애인 문화 예술 활동 조사에 따르면 국내 시각장애인 수는 25.2만 명에 달하지만, 그중 예술인의 비율은 단 2.36%인 530명으로 나타났다.

에이블라인드(ablind)는 시각장애인 디자이너를 모집해 그들의 디자인을 굿즈로 제작해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에이블라인드라는 이름은 ‘할 수 있다’는 뜻의 able에 ‘시각장애인’을 나타내는 blind를 합쳐서 만들었다. 말 그대로 기존에 시각장애인은 할 수 없다고 여겨지던 디자인 분야를 시각장애인도 해낼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양드림 대표는 편견과 차별로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을 하고자 창업을 했다. 그녀는 특히 눈이 잘 안 보이는 시각장애인의 어려움과 고통에 크게 공감했다.

“올해 6월부터 제 취지에 공감해준 다섯 명의 팀원들과 함께 팀을 꾸렸습니다. 6명 모두 에이블라인드가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디자이너가 만든 제품으로 펀딩 733% 달성

에이블라인드 제품은 전부 시각장애인 디자이너가 그린 그림으로 만들어졌다. (사진=에이블라인드 제공)
에이블라인드 제품은 전부 시각장애인 디자이너가 그린 그림으로 만들어졌다. (사진=에이블라인드 제공)

양 대표는 어릴 적부터 목회자 부모님을 따라 장애인, 노숙자, 본드 중독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세상에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을 소명으로 여겼다. 이후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 스태프 활동을 하게 됐고, 특히 시각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녀는 시각장애인의 예술적 능력을 알게 됐고, 이를 살릴 수 있는 사업을 구상했다. 시각장애인들의 예술적 재능을 살려 세상의 편견 속에서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에이블라인드는 여러 시각장애인 협회와 단체를 통해 디자인에 관심과 재능을 가진 시각장애인 디자이너를 모집했다. 디자이너들의 그림을 받아서 수정과 디지털화 작업을 거쳤고, 이를 굿즈로 제작해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선보였다. 

 

'마음을 담다' 굿즈들. (사진=에이블라인드 제공)
'마음을 담다' 굿즈들. (사진=에이블라인드 제공)

첫 번째 프로젝트 ‘마음을 담다’에서는 ‘당신이 사랑하는 것’을 주제로 유리컵, 스마트톡, 엽서, 스티커 등을 제작했다.

양드림 대표는 “메인 굿즈를 디자인한 정인 디자이너는 자신의 정체성이자 시각장애를 상징하는 눈, 흰 지팡이, 점자의 점형, 안내견, 안경을 그렸습니다. 이를 각각 유리컵과 스마트톡으로 제작했습니다. 이외에도 꽃, 고양이 스마트톡도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른 디자이너들의 그림은 엽서로 제작했습니다.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토끼와 해를 그린 엽서, 목소리를 점자로 써서 손으로 감싸고 있는 그림, 엔히크 왕자와 작약꽃을 모티브로 한 자화상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채색 및 수정과 디지털화 작업은 에이블라인드의 비장애인 디자이너가 돕는다. 시각장애 디자이너가 원했던 표현 방식과 의도가 그림에 잘 반영되도록 조력하는 역할을 한다.

펀딩은 소비자의 긍정적 반응을 끌어내며 목표액의 733%를 달성했다. 양 대표는 20~30대 여성의 구매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남녀 성비 차이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마음을 담다' 굿즈들. (사진=에이블라인드 제공)
'마음을 담다' 굿즈들. (사진=에이블라인드 제공)
'마음을 담다' 굿즈들. (사진=에이블라인드 제공)
'마음을 담다' 굿즈들. (사진=에이블라인드 제공)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노력

에이블라인드는 2021년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했다. (사진=에이블라인드 제공)
에이블라인드는 2021년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했다. (사진=에이블라인드 제공)

에이블라인드는 숭실대학교 창업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숭실대학교와 건국대학교에서 창업 지원을 받아 계속 성장 중에 있다.

“이제 막 창업의 첫걸음을 떼는 단계이기에 매 순간이 도전입니다. 작은 규모로 많은 일을 하려다보니 말 그대로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단순히 ‘나’를 위한 일이 아니고, 이 땅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들과 상생하고 공존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사명감이 ‘될 때까지 하자’는 의지를 주는 것 같습니다.“

에이블라인드는 ‘공존’과 ‘상생’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양 대표는 모든 생명체가 소외되지 않고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이는 단순히 불쌍하고 안타까운 마음에서 나오는 도움의 손길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특히 그녀는 시각장애인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에이블라인드 사업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를 확신했다.

“많은 사람이 시각장애인이 그림을 그릴 수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사실 시각장애인도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편견 없이 디자이너 제안을 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이 있었습니다.”

 

에이블라인드의 디자이너. (사진=에이블라인드 제공)
에이블라인드의 디자이너. (사진=에이블라인드 제공)

양 대표는 에이블라인드와 같이 '소셜 미션'을 수행하는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벤처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녀는 따뜻한 아이디어와 좋은 뜻이 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이것이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최근 많은 소비자가 가치있는 소비를 추구하고 있고, 이러한 움직임이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에이블라인드와 같이 소셜 미션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많아져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나아가 국내 모든 채널에 시각장애인이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강력한 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비장애인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나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시각장애인에게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가령 홈쇼핑에서는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물건을 결제하는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줍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앱은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에 불편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이 모두 누리는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만약 모든 어플과 채널에 시각장애인도 사용하기 편한 사용자 경험·환경(UX·UI)를 적용한다면 시각장애인도 차별받지 않고 비장애인과 같은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양 대표는 모든 채널에서 ‘모든 사람’의 접근이 편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규제가 있다면, 단순히 시각장애인을 돕는 것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상생과 공존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술 활동부터 자립까지 지원

에이블라인드 팀은 숭실대학교와 건국대학교 학생 6명으로 이루어져있다. (사진=에이블라인드 제공)
에이블라인드 팀은 숭실대학교와 건국대학교 학생 6명으로 이루어져있다. (사진=에이블라인드 제공)

에이블라인드는 새로운 굿즈 제품으로 앵콜 펀딩과 시각장애인 디자이너들의 그림을 전시하는 전시회 진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재능 있는 시각장애인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것에 멈추지 않는다. 에이블라인드의 최종 목표는 시각장애인 디자이너를 직접 양성하는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편하게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디자인 툴을 개발해 시각장애 디자이너의 예술 활동과 자립을 돕는 것이다.

“에이블라인드는 시각장애인의 예술 교육을 확대하며 그들이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깹니다. 즉, 저희 제품을 소비하는 것은 시각장애인의 자립을 도우며 직업 다양성을 확보하는 가치 소비라고 볼 수 있죠. 

저희 제품은 시각장애 디자이너의 특별한 그림입니다. 시각에 의존한다는 것은 눈앞의 틀에 갇혀 있게 만들기도 합니다. 시각장애 디자이너의 그림은 오롯이 시각에만 의존하지 않아 더 순수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투데이=신서경 기자] sk@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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