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 기후변화로 버려지는 아기 쌀 업사이클링
각종 비타민 및 영양소 풍부
제로웨이스트를 실현하는 클렌징 제품 출시

금싸라기 김지현 대표. (사진=금싸라기 제공)
금싸라기 김지현 대표. (사진=금싸라기 제공)

[스타트업투데이] “단지 크기가 작고 못났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아기 쌀 ‘싸라기’를 아시나요?”

최근 가장 떠오르는 트렌드의 중심에는 ‘가치소비’가 있다.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천연 화장품 시장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금싸라기’는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하는 쌀의 도정 부산물 ‘싸라기’를 업사이클링해 천연 화장품을 만든다.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싸라기의 가치를 금처럼 귀하게 만들자는 의미에서 ‘금싸라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쌀은 수분 함유량이 많고 미네랄이 풍부해 높은 피부 보습력을 가진다. 비타민 A∙B∙C∙E 등 여러 종류의 비타민과 감마오리자놀이 함유돼 피부 진정 및 항산화 효과를 가진다. 또한, 쌀에 함유된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은 영양분을 공급하고, 식이섬유는 피부 노폐물을 씻어내는 세정력을 가진다.

 

싸라기에 포함된 피부미용 성분. (사진=금싸라기 제공)
싸라기에 포함된 피부미용 성분. (사진=금싸라기 제공)

아기 쌀은 일반 백미보다 크기가 작지만, 쌀의 영양소와 성분을 담고 있다. 김 대표는 특히 아기 쌀에 조단백질과 탄수화물, 칼륨 등의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금싸라기는 이 아기 쌀에 집중했다.

“첫 대표를 맡았던 유민석 전 대표의 아이디어로 시작해 2020년 4월에 팀이 결성됐습니다. 전 대표의 할머니가 농사를 짓기 때문에 싸라기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싸라기가 얼마나 많이 버려지는지 알게 되었다고 해요. ‘싸라기를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금싸라기가 출발했습니다.”

김지현 현 대표는 금싸라기 팀원들이 오랜 기간 싸라기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정립 및 아이템 개발 과정을 거쳤다고 전했다. 그렇게 2021년 1월, 와디즈를 통해 ‘아기 쌀 클렌징 바’를 선보이고 11월에 두 번째 아이템 ‘아기 쌀 솝 파우더’를 출시했다.

아기쌀 업사이클링으로 제로웨이스트를 실현하다

(사진=금싸라기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사진=금싸라기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금싸라기의 제품은 싸라기 분말과 쌀 캘러스 추출물 등 쌀 성분이 들어간 천연 세안제다. 

첫 번째로 선보인 제품 ‘아기 쌀 클렌징 바’는 아침 세안용 비누로, 피부를 보호하면서 촉촉하게 세안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고체형 비누다.

“많은 사람이 클렌징은 밤에만, 화장을 지우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는 동안 피부는 이불이나 베개의 세균과 먼지, 모공에서 나오는 피지와 노폐물 등에 노출되죠. 저희는 자는 동안의 피부에 주목했습니다.”

일반적인 클렌징폼에는 합성 계면활성제가 들어간다. 합성 계면활성제는 지용성이기 때문에 피부에 쉽게 흡수돼 생분해가 어렵고, 림프액에 흘러 들어가 피부에 악영향을 미친다.

 

아기 쌀 클렌징 바. (사진=금싸라기 제공)
아기 쌀 클렌징 바. (사진=금싸라기 제공)

‘아기 쌀 클렌징 바’는 싸라기 분말, 벼 캘러스 쌀 배양 추출물, 쌀겨 오일과 식물성 오일을 넣어 만들었다. 김 대표는 전 성분이 EWG 그린 등급을 받은 안전하고 순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금싸라기는 이후 고체 비누의 장점은 살리되 불편함은 줄인 가루형 세안제 ‘아기 쌀 솝 파우더’를 출시했다. 김 대표는 기존에 고체형 비누를 사용하며 불편함을 느끼던 소비자들이 ‘아기쌀 솝 파우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소금이나 설탕보다 입자가 곱기 때문에 부드럽고 조밀한 거품이 만들어지는 게 특징이죠. 또한, 동물 실험을 배제하고 동물 유래 원료를 쓰지 않은 친환경 비건 화장품이기도 합니다.”

 

아기 쌀 솝 파우더. (사진=금싸라기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아기 쌀 솝 파우더. (사진=금싸라기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금싸라기는 모든 제품의 제작 방식으로 저온공법인 ‘CP 공법’을 선택했다. 천연비누를 20℃에서 만들면 대략 1,000시간이 소요된다. 김 대표는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이 방법을 통해 방부제와 인공재료 없이 천연 원료의 성분 파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특히 솝 파우더를 출시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마케팅까지 하나하나 공을 들여가며 준비한 제품이라 애정이 남다르다고 덧붙였다. 

“솝 파우더는 특히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플라스틱 용기 대신 유리 용기를 사용하고,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수분리 라벨(물에서 잘 분리되는 라벨)을 사용하는 등 패키징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이렇게 열심히 준비한 펀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뿌듯했습니다. 저희 주 구매자는 여성이며, 특히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재활용이 용이한 수분리 라벨. (사진=금싸라기 제공)
재활용이 용이한 수분리 라벨. (사진=금싸라기 제공)

실행력을 가지고 모인 대학생들

김지현 대표는 사회의 중요한 일을 알리는 기자가 되기를 꿈꾸던 중, 소셜벤처에 관심을 가지면서 창업에 도전했다. 

“마케팅팀의 배홍주(중앙대 경영학과 20), 김나율(중앙대 사회학과 19), 권수연(중앙대 철학과 20), 회계팀의 정예진(중앙대 경영학과 20), 양은서(중앙대 영어영문학과 20), 피플팀의 이소윤(중앙대 영어영문학과 18) 멤버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모두 중앙대학교 재학생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저도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에 재학 중입니다.”

 

금싸라기 팀원들은 중앙대학교 재학생으로 구성됐다. (사진=금싸라기 제공)
금싸라기 팀원들은 중앙대학교 재학생으로 구성됐다. (사진=금싸라기 제공)

금싸라기는 중앙대 캠퍼스타운 창업팀에 소속돼 지원을 받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꾸준히 비즈니스 운영과 관련된 멘토링을 받고 있고, 사업화 지원금도 받고 있다. 최근에는 SC제일은행과 인액터스에서 주관한 청년 소셜벤처 지원 프로그램 ‘청년제일 프로젝트2’에도 참여했다.

김 대표는 팀원들이 모두 대학생이다 보니 학업과 비즈니스 운영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다고 전했다. 시험 기간과 같은 때는 업무가 몰리기도 하지만, 그녀에게는 현재 금싸라기가 1순위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창업을 하면서 대학생 시절에 공부 외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금싸라기의 강점은 팀원들의 실행력입니다. 사업 피칭을 할 때 심사위원으로부터 실행력이 뛰어나다는 칭찬을 듣곤 했어요. 특히 아이템 개발 단계에서 법적 장벽 등으로 인해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상황들이 많았는데, 그러한 난항에도 절망하지 않고 끊임없이 대안을 찾고 실행하곤 했습니다.”

 

청년제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사진=금싸라기 제공)
청년제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사진=금싸라기 제공)

노력의 결실이 빛을 발하는 세상 만들고파

금싸라기는 싸라기 업사이클링을 통해 벼 농가의 추가 수입을 보장하고, 자원 낭비를 막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 김 대표는 모든 사람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매년 재배량의 3분의 1정도 발생하는 싸라기를 그대로 폐기하면서 벼 농가의 손해는 막심하다. 정부가 벼 농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싸라기를 매입하고 있지만, 처리 및 보관 비용으로 연 2,000억 원이 사용되는 등 재정 낭비가 심하다.

“모두의 노력이 결실을 보도록 돕고 싶습니다. 농민들이 아무리 열심히 벼를 재배한다고 해도, 싸라기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해요. 자연재해와 기후변화가 심한 시기에는 1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죠. 저희는 농민들의 노력이 보상받지 못하는 상황을 해결하고자 모인 팀이며, 피해 규모를 감소시키고 농민들의 상실감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합니다.”

 

펀딩금을 활용해 벼 농가의 쌀을 기부했다. (사진=금싸라기 인스타그램 갈무리)
펀딩금을 활용해 벼 농가의 쌀을 기부했다. (사진=금싸라기 인스타그램 갈무리)

금싸라기는 펀딩금의 일부를 활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급식업체에 납품되지 못하고 있는 쌀을 구매했다. 구매한 380kg의 쌀들은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 차상위 계층, 장애인들을 위한 무료 급식소 및 기관 4곳에 기부했다. 또한, 흑석동 주민센터와 협업해 결식아동과 독거노인에게 식품 꾸러미를 전달했다.

금싸라기는 올해 자체몰을 론칭하고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고자 한다. 또한, 제품을 통해 업사이클링하는 싸라기의 양이 지금보다 많아져서 더 많은 벼 농가와 계약하게 되는 날을 꿈꾸고 있다. 김 대표는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는, 더 나은 사회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그 날까지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스타트업투데이=신서경 기자] sk@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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