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생태계의 건강한 성숙을 위한 과제를 고민하고 해결해야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주변은 네이버와 넥슨, 엔씨소프트 등 ICT 기반 벤처기업의 산실로 불렸다. ‘테헤란밸리’로 불리며 1세대 ‘닷컴벤처’의 흥망성쇠를 지켜봤지만 이후 벤처 열풍이 꺼지며 다소 명성이 퇴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테헤란로는 스타트업 지원의 메카로 다시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 스타트업얼라이언스를 비롯,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마루180(아산나눔재단) 등 여러 기관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한때 테헤란밸리의 맹주로 군림했던 네이버는 이곳을 떠났지만, 스타트업의 지원을 위해 설립한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여기 테헤란밸리에 두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임정욱 센터장을 만나 스타트업의 생태계 조성 등 스타트업 관련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임정욱 센터장
임정욱 센터장

Q.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설립 초기부터 관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존재이유는 무엇인가요?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한국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2014년 3월 개소한 비영리기관입니다.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네이버가 힘을 합쳐 만들었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여러 구성원들을 효율적으로 연결해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만들고자 합니다.

‛혁신 촉진하는 스마트 규제, 한국에서는 불가능한가?’ 포럼현장
‛혁신 촉진하는 스마트 규제, 한국에서는 불가능한가?’ 포럼현장

Q. 그 설립목적을 위해 중요하게 전개하시는 사업내용을 소개해 주세요.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기능은 크게 다섯 가지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첫째, 스타트업 옹호 활동이 있는데요.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와 혁신을 도모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규제관련 세미나 개최, 정책 리포트 발간(진행 중, 올해 시작),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 개최 등을 통해 언론과 정부기관, 국회, 학계 등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스타트업 생태계를 소개하고 이해도를 제고합니다.

둘째, 세미나와 컨퍼런스 개최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 내 여러 경험과 지식을 나누도록 여러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데요. 최근(지난 4월 3일) 개최한 연례 컨퍼런스 <실리콘밸리의 한국인>은 5회째 개최한 행사로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거나 창업한 한국인들을 연사로 초청해 그들의 창업경험 혹은 커리어를 공유하는 300명 규모의 컨퍼런스입니다. 또 가을에는 이와 유사한 <중국의 한국인>이라는 연례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또 분기별로 분야별 미니 컨퍼런스를 개최해 해당 분야의 지식을 공유하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셋째, 생태계 구성원들의 네트워킹을 위해 교류하고 협업할 수 있는 네트워킹 모임을 개최합니다. 테헤란로 커피클럽(한 달에 두 번, 새로운 스타트업을 주제 별로 선정해 소개), 테헤란로 북클럽(한 달에 한 번, 스타트업 생태계 구성원들에게 도움이 될 책을 소개하고 연사 강연), 테헤란로 펀딩클럽(벤처캐피털 대표를 초청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투자 철학을 공유), 테헤란로 런치클럽(수시, 생태계에 소개할 만한 좋은 연사가 있을 경우), 테헤란로 스터디클럽(스타트업 실무진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나누는 자리) 등의 시리즈를 비롯, 스타트업 프레스데이(미디어 관계자들과 스타트업 홍보 담당자 간의 만남) 등을 통해 관계자들 간의 협업 연결고리를 만듭니다.

넷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설립목적인 해외진출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유망한 스타트업에게 재팬부트캠프, 비엔나 웰컴 패키지 등을 통해 일본과 유럽시장을 태핑하도록 돕습니다. 올해는 이 사업의 일환으로 중국 선전에서도 부트캠프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한국 스타트업을 만나고 싶어하는 해외 관계자들이 한국에 방문할 경우, 밋업을 주최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멕시코의 벤처캐피털 관계자가 방문해 밋업을 진행했고, 국내 스타트업과 투자관련 논의가 긍정적으로 진행돼 남미시장 진출에 교두보가 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법무법인 테크앤로와 제휴해 법률자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회계자문을 비롯해 클라우드 지원 등 스타트업의 업무와 성장에 필요한 다양한 도움을 주고자 노력 중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의 커리어 개발이라는 주제로 IT기업 재직자들과 함께 한 패널토크. 사진 왼쪽부터 백산 AWAIR 총괄, 김누리 Uber 프로덕트 디자이너, 박기상 LinkedIn 시니어 엔지니어, 임정욱 센터장
실리콘밸리에서의 커리어 개발이라는 주제로 IT기업 재직자들과 함께 한 패널토크. 사진 왼쪽부터 백산 AWAIR 총괄, 김누리 Uber 프로덕트 디자이너, 박기상 LinkedIn 시니어 엔지니어, 임정욱 센터장

Q. 특히, 올해 주안점을 두고 있는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인지요?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된 역사와 저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역사가 비슷하게 약 5년 정도 됐는데요. 그간 스타트업 생태계가 열심히 성장해 왔다면 이제는 이 열기를 생태계의 건강한 성숙으로 이끌어갈 과제가 생겼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내외부적으로 모두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고, 이 고민을 돕기 위해 저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큰 스타트업이 나오는데 있어서 무엇이 가장 큰 걸림돌인가를 보면 아무래도 규제 문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연말부터 불거져온 카풀업계와 택시업계의 마찰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만, 기존 산업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새로운 서비스들의 활로를 막는다면 새 시대에 걸맞은 혁신기업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식품배송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현행법상 빵이나 떡 등 음식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하기 위해서는 식품제조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 비용이 2억 원 정도입니다. 스타트업이 잘 만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국 방방곡곡의 유명 음식이 판매되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도 큰 도움을 받을 텐데요. 규제 때문에 사업을 확장하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해외에서는 한국의 블록체인 생태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정작 그 핵심중의 하나인 ICO(Initial Coin Offer)는 한국에서 금지되어 있습니다. 전면 금지보다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부분을 살려서 활성화하는 것도 연구해봐야 합니다. 이런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국회, 정부부처 등을 대상으로 여러 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에는 국무조정실 규제혁신기획관을 모시고 스타트업과 오픈토크 자리를 만들었고, 올 초에는 국회에서 '혁신 촉진하는 스마트 규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런 부분에 문제제기를 하고 사회적으로 관심을 모으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계획입니다.

Q. 현재 우리나라의 창업 생태계는 어떻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또한 어떤 점을 개선하고 강화시켜나가야 할까요?

올해는 역사상 스타트업 업계에 가장 많은 자금이 풀렸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창업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겐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들 합니다. 또 저희를 비롯한 스타트업 지원기관들이 대체로 비슷하게 올해 설립 4~5년 차를 맞아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노하우가 많이 생긴 상태입니다. 예비창업자 혹은 초기 스타트업이 금전적으로도, 정성적으로도 도움 받을 곳이 많습니다.

앞서 자금이 많이 풀렸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창업가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이지만 생태계 전반으로 보면 문제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많은 자금지원 덕분에 좀비 기업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으며, 스타트업의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 될 수 있습니다. 고평가된 가치로 투자를 받았을 때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후속 투자유치를 받기 어렵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앞서 말씀드린 규제 문제가 서서히 개선돼야 할 것입니다. 스타트업의 특성상 과거에 없었던 산업군 혹은 기존 법제도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틈새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안 되는 것 빼고 다 되는’ 네거티브 규제가 아니라 ‘되는 것 빼고 다 안 되는’ 현행 포지티브 규제 방식에서는 새로운 스타트업이 성장은 커녕 탄생하기 어렵습니다.

2017년 11월 14일 진행된 테헤란로 북클럽 ‛보이스 퍼스트 패러다임’ 저자들과 함께 하는 북토크 현장
2017년 11월 14일 진행된 테헤란로 북클럽 ‛보이스 퍼스트 패러다임’ 저자들과 함께 하는 북토크 현장

Q.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와 <스타트업 생태계 백서>를 꾸준히 내고 있는데 두드러진 스타트업의 변화상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2014년부터 현재까지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를 매년 발표해오고 있는 데요(10월에 발표하기 때문에, 2017년 것이 최신 버전). 스타트업 업계의 분위기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대답이 과거보다 증가한 것이 가장 두드러진 변화입니다. 분야별 스타 스타트업이 등장해 사회적 인식이 좋아진 덕분인 것 같고요. 지난해의 경우 대기업 재직자의 절반을 넘는 50.4%가 창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스타트업 혹은 스타트업 서비스가 그만큼 친숙해졌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Q. 최근 정부에서는 젊은 청년들의 창업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정부의 청년창업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취업난의 대안으로 창업을 권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창업은 취업의 대안이 아니라 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경험이 없는 대학생이 무조건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배우는 것 없이 바로 실패하면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해결을 통해서 사회에 공헌하고 적응력을 키우는 창업가정신을 실제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또 모두다 창업이 아니라 좋은 스타트업에서 일해 보는 기회를 갖고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런 다음에 충분히 경험을 쌓고 창업해도 늦지 않다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2년 째 매주 목요일 오전 7시 니시신주쿠(西新宿)의 노무라증권 강당에서 스타트업들이 사업모델을 발표하는 모닝 피치 행사가 열리는데, 2017 재팬부트캠프에 참가한 국내 스타트업들이 이 모닝피치에서 발표했음
2년 째 매주 목요일 오전 7시 니시신주쿠(西新宿)의 노무라증권 강당에서 스타트업들이 사업모델을 발표하는 모닝 피치 행사가 열리는데, 2017 재팬부트캠프에 참가한 국내 스타트업들이 이 모닝피치에서 발표했음

Q. 요즘, 대학가에서도 창업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고 싶나요?

창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이라면 대학 공부 외에도 사이드프로젝트로 마음 맞는 팀원들과 작은 사업이라도 진행해볼 것을 권장하고, 이 뿐만 아니라 꼭 관심 있는 분야의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인턴으로든, 직원으로든 일해 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어쨌든 창업도 회사생활을 하는 것이고 스타트업은 대개 규모가 작은 사업장으로 이미 꾸려진 큰 시스템과는 다른 방식의 의사결정, 사내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꼭 경험해봐야 본인이 창업을 했을 때도 어떤 부분에 어떤 가치를 두고 일할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Q. 최근 주목하고 계신 스타트업이 있다면 어디인지요? 그 스타트업에 주목하시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최근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1인가구가 단순히 결혼 전 과도기적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형태로 주목 받으면서 ‘1코노미’라는 단어가 탄생했습니다. 이 1인가구를 타겟으로 한 다양한 스타트업 서비스들이 눈에 띕니다. 신선식품 새벽 배송 서비스, 맥주 정기배달 서비스, 이불 빨래를 쉽게 하거나 침구를 보관하기 어려운 1인 가구를 위한 침구 정기 배송 서비스, 협소한 주거 공간의 대안으로 나타난 짐 보관 서비스, 의류 공유 서비스 등이 그 예입니다. 이런 소비패턴을 가진 소비자를 겨냥한 스타트업이 늘어나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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