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 전) 중국 주시안 총영사
이강국 전) 중국 주시안 총영사

한 나라의 의회 행사 중에서 중국 양회(兩會) 행사만큼 국제사회의 이목을 끄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양회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말하며, 매년 3월 초에서 중순까지 개최되어 한 해의 정부 정책과 방침을 알리는 중요한 정치 행사이다. 그래서 양회 내용을 알면 중국의 정책 방향, 특히 경제정책 방향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는 약칭하여 ‘정협’이라고 하며, 1949.10.1. 신중국(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초기 임시 헌법에 해당하는 「공동강령」을 제정하는 등 의회 역할을 대행한 적이 있다.

1954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설립된 이후에는 국정방침에 관한 토의에 참여・제안・비판하는 정책자문 기능과 홍콩·마카오 반환, 대만 통일을 위한 통일전선 업무 협의체 기능을 수행해 왔다.

정협 위원은 공산당원뿐만 아니라 민주당파(민주동맹, 중국농공민주당 등 8개 당파), 무당파, 소수민족, 홍콩·마카오·타이완 및 화교 대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정협은 중국만의 특유한 조직으로 사회 각 분야 인사들을 다양하게 포함하고 있다.

‘전인대’는 입법부로서 기능을 하고 국가주석·부주석, 총리, 각부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을 선출한다. 물론 중국은 공산당이 통치하는 국가로서 당 내부 회의를 통해 국가의 정책이나 중요 내용을 결정하고, 전인대는 이를 추인하고 공식화하는 역할로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고무도장’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 의회의 고유 기능인 입법과 감독 기능이 강화돼, 중국정치에서 공산당, 정부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이 됐다.

최근 들어 양회가 관심을 끄는 것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으로 부상하고 G2로서 위상이 확대됨에 따라 중국의 정치, 경제 정책이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양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두 달여 늦은 5월 21에서 28일까지 개최됐다. 회의 기간도 단축됐고, 전인대에서 총리가 행하는 정부업무보고 분량도 절반 정도로 축소돼 통상 2시간 넘게 진행되던 정부업무보고서 낭독 시간도 1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유지·안정을 중시한 질적 성장


올해 양회는 홍콩보안법 제정이라는 큰 정치적 이슈가 있었지만 주로 경제 문제에 집중됐었는데, 세 가지의 정책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정책적 특징은 양적 성장·발전 대신 유지·안정을 중시한 질적 성장을 제시한 것이다.

이번 양회에서는 1994년 이래 매년 해 오던 경제성장률(GDP) 목표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30여 년 동안 연 평균 약 10%의 고속 성장을 이뤘다. 중앙 정부가 경제성장 목표치를 정하면 지방정부 등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뛰는 구조로 운영해 왔다. 중국에서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경제 발전의 방향타 역할을 했다.

중국 지방정부 인사들을 면담할 때면 거의 예외없이 이들 인사들은 자기 지역의 경제성장률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 한다. 지방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인사들로서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해야만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승진할 수 있다.

물론 몇 년 전부터는 GDP 만능주의 대신에 환경 등 다른 요소도 중시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중요한 척도다. 그런데, 이번 양회에서는 GDP 목표치를 제시하지 안 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목표치 제시를 포기한 것이다.

 


6대 보장(6保), 6대 안정(6稳) 강조


정부업무보고서에서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은 대신에 경제운용 방침으로 ‘6대 보장(6保)’과 ‘6대 안정(6稳)’이 강조됐다. 6대 보장은 취업, 기본민생, 시장주체, 산업·공급망, 식량·에너지 안보, 기층행정조직의 효율성 등이고, 6대 안정은 고용, 금융, 무역, 외국인투자, 투자, 시장기대 등이다.

또한, 정부업무보고서는 2020년 6대 중점과제를 제시하였다. 이것은 ① 거시경제정책은 기업 안정과 취업 보장에 주력하고, ② 개혁에 의한 시장주체 활력 제고로 신성장 동력을 확충하며, ③ 내수확대 전략 실시와 발전방식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④ 탈빈곤 목표 달성과 농민수입을 증대하며, ⑤ 보다 높은 수준의 대외개방 추진과 무역과 외국인투자 기반을 안정화하고, ⑥ 민생개선 보장 및 사회사업 발전을 이루는 것이다.

코로나19 피해 최소화 및 경제 정상화를 위해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전면적 샤오캉 사회 건설을 목표로, 고용·민생 안정 중점 추진

두 번째 정책적 특징은 전면적 샤오캉(小康)사회 건설 달성을 목표로, 고용 및 민생 안정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표방한 것이다. 내년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해로 두 개의 백년 목표중 하나인 전면적 샤오캉 사회 실현을 달성 목표를 실현해야 하는 해이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인해 올해 1/4 분기 마이너스 6.8%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여 갈 길이 멀다.

코로나 19 국면을 타개해 전면적 사오캉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업무보고’에서 밝힌 900만 명 신규 고용, 실업률 6% 이내 유지, 빈곤 탈피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확대 재정정책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중국정부는 재정정책을 코로나19 피해 최소화와 경제 회복을 위한 주요 정책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하에 재정적자율 상향, 특별국채 발행, 지방정부 특수목적채권 발행 확대, 감세 및 비용경감 등 4개 방안을 발표했다.

재정적자율 목표치를 3.6% 이상으로 제시하여 2019년의 2.8%보다 큰 폭으로 상향 조정해, 2020년 재정적자 규모액은 3조 7,60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1조 위안이 증액됐다. 특별국채 발행 규모는 1조 위안으로 제시했으며, 13년 만에 발행되는 것이다.

재정적자 증액과 특별국채 발행을 통해 조성한 2조 위안의 정책자금은 특별이전지급제도를 신설해 지방정부에 이전 지급할 예정이다. 리커창 총리는 이렇게 마련한 2조 위안의 재정예산을 모두 지방정부에 내려 보낸다고 발표했다.

지방 특수목적채권 발행 규모는 전년대비 1조 6,000억 위안 증가한 3조 7,500억 위안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2020년 감세정책을 통한 기업 비용절감 목표치는 연초에 제시한 목표치(2조 위안)보다 5,000억 위안 증액한 2조 5,000억 위안 이상으로 상향 조정됐다.

재정적자 확대, 특별국채 발행, 지방정부 특수채권 발행규모 확대, 감세 및 비용절감 등 4대 조치를 통한 대응규모는 11.01조 위안으로 2019년 계획 대비 4.01조 위안이 증액됐다.

 


중국판 뉴딜 전략인 ‘양신일중(兩新一重)’ 정책 실시


세 번째 정책적 특징은 중국판 뉴딜 전략인 ‘양신일중(兩新一重)’ 정책 실시 방침이 표명된 것이다. ‘양신일중’은 2개의 신경제(신형 도시화 건설, 신형 인프라 건설)와 1개의 중대 프로젝트(중대형토목공사)로 구성되어 있다. 코로나 19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해 기초 인프라와 신형 인프라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신형 도시화 건설은 도시화 속도를 높여 내수확대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것으로, 올해 양회에서는 도시의 노후단지 재개발, 판자촌 재개발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3만9,000개의 중소형 단지 리모델링 방침이 제시됐다. 중대형 프로젝트는 철도·도로 등 교통망과 수리시설 등 전통적인 인프라 확충 계획이다.

7대 신형 인프라 건설 중점 추진

‘양신일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신형 인프라 건설’로, 5G, 데이터센터(IDC), 인공지능(AI), 궤도열차, 특고압설비, 전기차 충전설비, 산업인터넷 등 7대 신형 인프라 건설 중점 추진 분야가 제시됐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의 양대 산맥인 텐센트와 알리바바도 데이터센터 등 신형 인프라 투자에 각각 5,000억 위안, 2,000억 위안 투자 등 신형 인프라 투자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신형 인프라 투자는 비대면 경제에 적합한 조치로, 경기 부양은 물론 전반적인 산업 능력 제고와 4차 산업혁명 선도까지 염두에 둔 방안이자 ‘질적 성장, 내수부양, 공급측 개혁’을 위한 종합적인 해결책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 측면에서는 미국으로부터의 산업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디지털 경제 시대의 주도권 확보를 위하여 신형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금년 양회는 코로나19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헤 국가 전략의 우선순위와 중점 분야에 있어 조정이 이뤄졌다. 코로나19 방역, 3대 난제 해결(빈곤 퇴치, 환경 보호, 리스크 해소), 고용 및 민생 안정, 내수 확대 등이 강조됐다.

이를 위해 확대 재정정책 방침이 제시됐으며, 그 일환으로 신형 인프라 건설을 중심으로 하는 ‘양신일중’ 정책이 강조됐다. 아울러 식량·에너지 안보 보장, 공급가치사슬 안정 보장, 내수 주도의 경제구조 전환, 핵심기술 개발 등 미·중 통상분쟁 심각화에 대비하기 위한 중국의 중장기 정책방향과 대응방안이 제시됐다.

중국의 양회에서 나온 새로운 정책과 방침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 가야 하는가?

 


기업지원책과 투자환경 개선조치 활용


첫째, 중국 정부의 다양한 기업지원책과 투자환경 개선조치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국내 투자 여건이 변화하고 미중 갈등이 패권경쟁 양상을 띠면서 '공급체인(supply chain) 전환' 문제로 확대돼 중국에 공장을 건설해 진출하는 방식은 어렵게 되어 가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도 많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쇼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정책을 연말까지 시행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외자기업의 ‘탈중국’ 움직임에 대비해 여러 차례 외자 진입규제 완화, 경영환경개선을 약속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파악하고 활용해 나가야 한다.

 


내수 주도 성장으로 커지고 있는 소비시장 공략


둘째, 중국의 소비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중국은 앞으로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선진국에 대한 수출을 내수로 돌리기 위해 내수 진작책을 적극 추진할 것이다. 지방정부별 신에너지차와 가전 등 관련 소비 진작책을 마련해 시행될 것으로 기대되므로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내수 주도 성장이 가속화돼 중국의 글로벌 시장 내 위상이 제고되면서 중국은 조만간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이다. 지역별 맞춤형 진출 전략을 수립함과 동시에 중국 소비자 수요에 맞는 프리미엄 소비재 수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재조명 받고 있는 중국 이커머스 유통채널을 활용해 자동차, 가전제품, 생활용품, 뷰티, 식품 등 품목의 수출 확대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양신일중’ 정책으로 새롭게 열리는 인프라 시장 주목


셋째, ‘양신일중’ 정책으로 새롭게 열리는 인프라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의 지방 각지에서 개발 붐이 다시 조성돼 이에 따른 새로운 건설 수요가 창출되고 굴삭기 등 중장비 수요의 붐이 다시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신형 인프라' 투자 규모는 올해 1.7조 위안(약 289조 원)에 이르고, 향후 5년간 7대 영역에 걸쳐 연평균 15~20% 증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직접 투자가 10조 위안(1,7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유발투자효과 17조 위안(약 2,890조 원)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와 과학·산업기술 분야의 특수가 발생해 차세대 기술 융합 사업 분야에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넷째, 홍콩보안법 통과로 인한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자기편으로의 줄 세우기가 노골화될 우려가 크다. 미·중 통상갈등의 추이를 면밀히 파악하여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 많은 공장을 가지고 있고 중간재를 수출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양국간 갈등 구조에 휘말리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중국은 공급가치사슬 안정화를 위해 자국 기업 중심 가치사슬을 만들어 가려고 할 것인데, 이에 대한 대응방안도 마련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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