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시장과 주요기업 현황
우리의 상황 평가와 향후 과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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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사람과 유사한 모습과 기능을 가진 기계 또는 자율적 작업능력을 가진 기계를 말한다. 로봇은 체코어로 ‘일한다(robota)’라는 뜻으로,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 작가 K. 차페크의 희곡, “로섬의 보편로봇 (Rossum’s Universal Robots)”에서 유래한다. 그는 인간과 똑같이 노동할 수 있으나 영혼과 감정이 없는 하나의 제품인 로봇을 등장시키고 처음엔 인간 지배를 받으나 나중엔 노동을 통해 지능이 발달하면서 인간을 멸망시킨다는 이야기를 전개하였다.

 

로봇의 발전방향과 종류 

현실에서는 반복적이고 위험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 위하여 로봇이 개발되고 있는 바, 초기 단순 기능에서 점차 인공지능과 몸이 결합한 형태로 진화되고 있다. 조립, 용접, 금형 등 힘들고 위험한 산업현장의 노동을 대체해주는 단순 산업용 로봇에서부터 주변 환경을 인식한 후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면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지능형 로봇'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기계, 정보, 유전 자 공학의 발전에 따라 인간과 유사한 인조인간 개발도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로봇의 핵심기술은 외부 환경을 인지해 상황을 판단하고 자율적 동작을 전개하는 능력이다. 인간과 기계간 인터페이스를 확보하는 로봇공학의 역할이 중요한 바, 이는 인공 감각기관과 지능을 기계와 결합시키는 것이다. 자연과 기계의 인터페이스, 즉 감각센서를 통한 외부환경 인지와 이에 근거한 자율적 동작이라는 연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환경 인지와 관련해서는 자동제어 분야에서 발전해 온 센서가 핵심 역할을 한다. 로봇의 자율적 동작 구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외부환경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환경 인지 결과를 동작으로 연결해 주는 네트워킹과 컴퓨팅은 IoT기술과 인공지능의 덕택으로 보다 정교해지고 지능화되고 있다. 동작 부문은 기계공학 발전으로 많은 기술축적이 이루어지면서 로봇 팔, 무거운 물건을 드는 기중기, 세밀한 조립을 담당하는 로봇 손가락 등 인간의 육체적 능력과 유사하거나 심지어 이를 넘어서는 동작까지도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해오고 있다. 

로봇이 더욱 진전하면 사이보그(Cyborg)라는 인간과 기계의 복합체로 발전될 수 있다. 이는 유기적인 것과 기계적인 것의 결합을 의미하는 바, 예를 들어 유전공학에 의한 DNA복제를 통해 만들어진 장기나 생명체와 기계의 결합, 특정 디지털 통제 회로와 인간의 결합 등과 같이 인간과 기계의 결합체가 사이보그 (Cyborg)다. 기계 복제와 디지털 복제, 유전자 복제가 결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간은 기계화되고, 기계가 인간화되어 갈 수 있다. 

로봇은 용도나 기능의 자율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될 수 있다. 국제로봇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에 따르면, 로봇은 크게 제조용과 서비스용으로 분류 되며, 용도에 따라 산업용, 의료용, 가정용, 우주용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산업용 로봇으로는 로봇과 로봇이 공간을 공유하는 협업로봇(cooperative operation)과 인간과 로봇이 작업공간을 공유하는 협동로봇 (collaborative robot)을 예로 들 수 있고, 의료용 로봇으로는 수술 로봇, 마이크로 의료로봇, 의료행위 로봇, 재활로봇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한편, 기능의 자율 정도에 따라서 조종형, 자동형, 자율형으로도 구분될 수 있다. 조종형은 사람의 원격 조종에 의하여 작동하는 로봇으로 원자로내 작업, 해양개발, 화재 진화 등 위험 작업은 물론이고 수술 등 의료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자동형은 미리 행동 순서를 가르쳐 주면 그 순서에 따라 행동을 반복 하는 로봇들로 산업용 로봇이 전형적 예이며, 자율형은 로봇 스스로가 자신의 상태와 환경을 인식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로봇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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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시장과 주요기업 현황 

세계 로봇시장은 <표1>처럼 2014년 기준 167억불 규모이며,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15%를 보이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4년 제조용은 107억불 시장규모에 성장률은 17.3%, 서비스용은 60억불 시장규모에 11.3%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14년 기준 세계 제조용 로봇은 중국이 시장규모 27억불에 25.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북미는 18억불에 16.8%, 독일은 13억불에 12.1%, 일본은 10억불에 9.3%, 한국은 5억불에 4.7%의 점유율을 보이는 등이 5개 국가가 전체시장의 68%를 차지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전기전자분야가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금속이 9.2%, 화학이 7.6%를 차지하고 있다. 서비스용 로봇의 경우, 60억불 시장 중 전문서비스가 38억불로 의료, 국방, 필드(목축, 착유 등), 물류가 이중 95%를 차지하고 있고, 개인 서비스는 22억불 수준이다. 개인서비스 로봇은 청소 등 가정용과 오락용 위주로 연평균 42%의 고도성장을 보이고 있다. 

로봇 전문기관들에 따르면 로봇시장은 중장기적으로 10%내외로 고도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IFR의 World Robotics 2016은 2015년 전 세계 산업용 로봇 판매대수가 전년대비 15% 증가한 약 25만 4천대, 2019년엔 41만 4천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으며, 특히 아시아지역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14.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Boston Consulting Group 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제조 공정의 25%는 제조용 로봇이 차지 하며, 이중 50%이상은 중국, 미국, 일본, 독일 등이 차지할 전망 이다. 한편, 박찬훈에 따르면 협동로봇의 가파른 성장이 기대되는 데, 2015년까지는 제조 로봇의 1%에 불과했지만 2025년까지는 37%, 92억 1천만불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서비스 로봇도 급속 성장할 전망이다. 의료 로봇의 경우, 2016년 49억불 수준에서 연평균 21.1%씩 성장하여 2021년에는 128억불 수준이 될 전망이다. 

로봇은 선진국 일부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 시장 진입 확대를 위한 우리의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Wintergreen Research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제조업 로봇의 경우 ABB, KUKA, FANUC, YASKAWA, KAWASAKI 등 유럽과 일본의 5개 기업이 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의료, 국방, 농업 등 서비스 로봇시장에서도 일부 선진국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한 기업의 세계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 분야도 있다. 예를 들어, 의료로봇 중 수술로봇의 경우 미국의 “Intuitive Surgical”社는 da Vinci를 출시하여 2015년 6월 기준 심장, 대장, 부인과, 흉부 등의 질환치료 로봇시장의 68.2%를 장악하고 있는 바, 국내 42개 병원의 54대를 포함 전세계적으로 3,398대를 운용중에 있다. 착유 로봇의 경우엔 네덜란드 “LELY” 社가 시장점유율 76.3%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바, Lely Vector 라는 로봇은 각종 사료를 최적 순서에 따라 공급할 수 있어 젖소의 소화를 돕고, 원유생산량을 극대화하고 있다. 국방의 경우엔 미국의 Northrop사가 무인비행 로봇인 Triton으로 시장점유율을 17.9%를 보이면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의 작전에서 활약하였고, NASA의 지구환경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 분야에선 미국의 General Dynamics가 14.2%, BAE Systems가 11.8%, Qinetiq/Foster Miller가 4.8%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면서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청소용 로봇에서 그나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분야 역시 미국의 iROBOT이 Roomba라는 로봇으로 압도적 시장점유율인 50.3%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LG가 6.2%, 삼성이 3.6%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면서 어느 정도 뒤따라 가고 있는 상황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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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상황 평가 

우리나라의 로봇생산은 2016년 현재 4.5조원으로 최근 6년간 연평균 9%의 고도성장을 하고 있으나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우선, 대부분의 국내 로봇기업들은 규모가 영세하여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 2,127여개 로봇기업 중 중소기업이 97%이고, 매출 50억원 미만 기업이 96%를 차지한다. 세계 로봇시장이 과점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우리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영역은 제한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대기업들은 1980년대 시장형성 초기에 계열사 또는 자체 내부수요 중심의 사업에 치중하여 해외시장 진출 기회를 놓쳤고, 선도 중소기업들은 1990년부터 2000년대 사이에 창업하여 매출이 500~1,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성장을 이뤄냈으나, 안정적인 시장수요와 기술경쟁력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둘째, 기술수준이 문제이다. 로봇 종합 기술경쟁력은 미국, 일본, 유럽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이고 2015년 기준, 최고기술 보유국인 미국 대비 상대수준은 80.6%라는 평가이나, 중국보다도 기술수준이 2년 이상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인공지능, ICT 융합기술 등 핵심기술 취약으로 로봇의 최근 기술 경향인 스마트화, 종합서비스화나 플랫폼화를 이뤄내기 쉽지 않고 시장을 선도 할 핵심제품群 확보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선진국의 Universal Robot('09), KUKA('13), ABB('15) 등은 협업, 양팔로봇 등 첨단 제조로봇을 이미 출시하여 상용화한 반면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로봇을 이제야 개발해가는 상황이다. 

셋째, 제품원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부품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점과 인력 등 인프라가 부족한 점도 문제다. 수직다관절 로봇의 경우 감속기, 모터 등 주요부품의 4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주요 외국기업이 시장을 선점하여, 국내 부품기업의 시장진입도 쉽지 않다. 로봇관련 고급 인력도 부족하다. 특히 인공지능, ICT 융합분야의 고급인력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2015년 산업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로봇기업의 45.1%가 전문인력 부족으로 기술개발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넷째, 시장규모가 적고 수요기반이 취약한 점도 문제다. 제조 로봇은 자동차전기전자산업 등에서 수요가 있으나 스마트공장 확산에 따른 첨단제조로봇은 활용이 미미하고, 서비스 로봇의 경우 단순 청소로봇이 절대비중을 차지한다. 청소로봇 비중은 64% 에 달하나 교육(8%), 의료(6.4%), 국방(5.7%) 등 로봇의 비중은 미미하다. 이렇게 협소한 국내시장으로 인해 “제품개발투자 ⇒ Track Record 확보 ⇒ 양산수출”의 선순환구조 구축이 쉽지 않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국내 Track Record 확보가 필수적 이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의 경우 내수시장 규모가 크고, 다국적 기업들의 시장 참여가 늘어나고 있어 산업의 발전속도가 빠르다. 화낙, 야스카와전기, ABB, KUKA 등 일본과 독일계 로봇기업들이 90년대 중반부터 진출하여 중국내 생산을 늘려가면서, 심양 사이순(瀋陽新松), GSK CNC, 안후이 아이푸터(安徽埃夫特) 등 중국계 로봇기업들도 2000년대 초반부터 생산을 확대하고 기술력을 축적해가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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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과제 

로봇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위 논의된 문제를 중심으로 제조업 전반에 쌓여 있는 공통의 문제도 해소해가야 할 것이다.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로봇에서는 기술력이 가장 중요하므로 이 분야의 민관합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하면서 이의 생산성을 높여가야 한다. 민간부문은 물론이고 정부의 R&D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2018년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의 로봇 R&D 예산은 800억원에 불과한 바, 산업부의 연간 R&D예산이 3조원에 육박하는 점과 로봇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이는 확대해갈 여지가 많다. 

한편, 정부출연연과 전문연구소의 R&D예산확보 방식을 독일의 프라운호퍼방식으로 전환하여 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연구소별 예산 중 1/3을 기업과제로 충당하도록 의무화하고 기업과제 확보에 비례하여 정부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기업과제는 과제수행에 대한 평가 등 절차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연구원들의 연구자율성을 높이는 대신에 책임을 확실히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엔지니어링 역량과 함께 핵심 로봇 부품의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상용화 역량을 확보해갈 필요가 있다. 

둘째, R&D의 생산성은 기술 인프라의 양과 질에 의하여 좌우 되므로 인프라를 확충하는 한편, 인프라 활용의 질을 높여갈 필요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R&D인력양성 예산은 2018년 현재 겨우 15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은 재고해볼 일이다. 한편, 기업과 로봇관련 국공립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산학연 공동연구 추진 등을 통해 인력양성의 생산성도 높여가야 한다. 로봇을 직접 설계하는 엔지니어링인력, 요소기술특화 인력, AI와 빅데이터 인력 등 로봇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업 종 교류 확대로 로봇 수요를 발굴하고 수급기관 간 협업도 활성화해갈 필요도 있다. 

셋째,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략적으로 시장을 창출해가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사람이 꼭 해야 하지만, 힘들고 귀찮은 행동들을 탐색하고 이를 로봇개발로 연결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틈새시장을 발굴하여 진입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청소, 설거지, 쓰레기 처리 등 인간이 꼭 해야 하지만 귀찮거나 힘든 작업을 발굴하고 이를 로봇개발로 연결해가는 전략이다. 이러한 분야는 광범위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나중엔 수요는 적으나 부가가치가 높은 고기능 로봇 개발도 추진해갈 필요가 있다. 

넷째, 로봇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선제적 제도정비를 할 필요가 있다. 규제개혁 등 선제적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로봇 전문기업도 육성할 필요가 있다. 로봇관련 최선진국의 규제 현황과 지원방안들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후 이를 국내에 적용하는 방안도 찾을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틈새시장 중심으로 잠재력있는 로봇기업에 투자가 집중되고 글로벌 경쟁력이 확보되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인건비 상승 등으로 2013년부터 세계 최대의 로봇 소비국가가 된 중국은 ‘중국제조 2025’의 10대 핵심산업 중 하나로 고정밀 수치제어 및 로봇을 채택하고, 2020년까지 중국산 로봇의 내수 시장점유율을 50%까지 높여갈 계획을 갖고 여러 지역에서 중국산 로봇을 구입한 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로봇생산 기업과 로봇구매 제조기업에게 모두 정책적, 재정적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도시의 경우, 중국산 로봇 구입기업에 대해서는 로봇 1대 당 1만 위안(약 17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2014 년 기준, 전체 로봇 중 독일, 일본, 한국 등 수입로봇 비중이 62%를 차지하고 있지만, 2016년 중국기업의 독일 KUKA 인수이후에는 중국의 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시장경제체제인 우리나라가 중국과 같은 유형의 산업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쉽지도 타당하지도 않지만, 앞서 논의한 방향에서 시장경제체제를 왜곡하지 않는 방법으로 정부의 강화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의 노력을 기대해본다.

정만기 글로벌산업경쟁력포럼 회장/(전)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정만기 글로벌산업경쟁력포럼 회장/(전)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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