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섭 소셜외식경영연구소 대표
조건섭 소셜외식경영연구소 대표

꽃밭에 물을 주기 위해 수도꼭지에 연결된 긴 호스를 들고 물을 준다. 이리 저리 다니다 보면 갑자기 꽃밭에 뿌려지는 물의 양도 줄어들거나 아예 물이 나오지 않는다. 왜 그럴까? 호스가 꼬였기 때문이다. 호스가 꼬인 부분을 찾아 다시 원래대로 하면 물은 잘 나온다. 우리 신체의 심장은 매일 10만번 이상 박동하고 96,500km의 긴 혈관을 통해 9.500-100,000리터의 혈액을 운반한다. 노폐물이 쌓이면 동맹경화가 발생한다. 즉 혈관이 막힌다.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이라는 말이 있다. 허준 선생의 불멸의 저서 '동의보감'에 나오는 말로 "통하면 아프지 아니하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뜻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부서별 업무가 하나로 연결되어 전체 성과를 만든다. 이처럼 조직은 구성원의 직무가 서로 연결되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목표를 향하여 잘 돌아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 하나를 건설하는데 연인원 12,000명이 동원되었다. 여기에도 리더의 뛰어난 조직관리로 역사에 길이 남을 피라미드가 세워졌다. 조직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그 많은 인원이 오합지졸로 건축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열정이 많은 CEO는 조직의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 곁에 훌륭한 인재를 두고도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많다. 이것은 작은 규모의 사업장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의사결정 1인 지배구조 체재다. 이런 경우 CEO가 외부 출장중이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대부분 많은 CEO들은 물이 흐르는 호스의 내부 굵기를 생각하지 않고 수도꼭지를 더 크게 틀어서 더 많은 물을 흘려 보내려고 한다. 즉 내부 조직환경에 여과없이 조직의 크기와 조직의 구성원의 역량은 생각하지 않고 성과지향의 큰 옷만을 입히려고 한다. 조직구성원은 직무정체성 혼란으로 성과없는 일에 빠져들기 쉽다. 조직이 정체하는 이유다. 

호스에 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호스 길이 전체를 잘 살피고 호스가 꼬인 부분을 찾아내면 된다. 꼬인 부분을 다시 펴 준다면 물은 원래대로 잘 흐를 것이다. 성공하는 기업의 CEO는 모든 업무에 일일이 관여하지 않고 조직이 기업의 KPI(성과지표) 달성을 위한 전략방향으로 나가는데 방해가 되는 다양한 요소들을 파악하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장애요소를 제거한 후 기업이 설정한 KPI 방향으로 조직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중요한 문제해결에 에너지를 쏟는다. 즉 물이 호스로 흘러가는데 들어가는 물양과 나오는 물양이 잘 맞는지를 보고 어디가 꼬였는지 문제를 찾아내어 빠른 조치를 한다는 얘기다. 어찌보면 부지런한 CEO보다 게으른 CEO가 성공할 수도 있다.

'Great CEOs Are Lazy'의 저자 짐 슈렉서에 의하면 10년 넘게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의 CEO 5000여명과 인터뷰 조사한 결과, 큰 성과를 올린 CEO는 게으르다'는 아이러니한 결론을 얻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기만 하는 CEO가 아니라 문제해결에만 집중하는 ‘게으른 CEO’를 말한다. 

최근 dongA,com에 의하면 ‘직장에서 최악의 상사는 업무도 잘 모르면서 부지런한 상사’라고 응답했다. 애매모호한 불명확한 업무 지시, 많은 분량의 보고서, 장시간 회의 등 비효율적 것에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너무 부지런하면 중요한 결국 핵심을 놓칠 수 있다. 
GE의 전 CEO 잭웰치의 인터뷰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직원이 내 사무실로 결재서류를 가져오면 잘 듣고 문제해결에 대한 조언만 했다“고 말하고 있다. 문제해결을 위한 시의적절한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오래전 전세계 성공한 CEO를 대상으로 인터뷰 조사를 한 일이 있다. 95%이상이 “난 운(運)이 좋았다”고 말했다. 능력있는 CEO지만 대중들에게는 이처럼 겸손하다. ‘굿 투 그레이트(Good to Great)’의 저자 짐 콜린스도 “자신의 성공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경영을 더 잘한다”고 말했다. 본인의 성공에는 운(運)이 따랐고 조직구성원의 덕분이라는 생각으로 현장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함께 하는 ‘위드 미(with me)’ 자세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덕분’이라는 생각은 감사한 마음에서 나온다. 감사한 마음은 곧 겸손이며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행복해진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뉴런효과이론에 의하면 행복은 감정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이된다. 

CEO는 물 호스를 통해 물량을 무조건 많이 흘려보내려는 지나친 속도의 과욕보다는 문제해결을 통한 ‘방향성과 지속성’이 중요하다. 속도계를 버리고 나침반을 세우자. Brunch에 올려진 ‘사업이 망해가는 12가지 징조’ 중에서 흥미로운 대목 하나가 있다. “정치인이나 기자의 도움을 받아 사업체를 키우고 싶어 할때”다. 기업의 빠른 성장을 위해서는 무슨 일인들 못할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이다. 자수성가한 CEO라고 해도 과거 성공한 경험에 발목잡히지 말고 시장 트랜드에 대한 통찰력과 지속성장 가능한 경쟁우위 요소 개발에 전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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